상급종합병원 고도전문적수술 처치 3500억 지원, 정형외과 타격 커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가 국민행복의료논획단과 함께 선택진료비에 대한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을 때 병원들은 모두 경악했다. 2012년 기준으로 연간 약 1조3170억원이나 되는 선택진료비에 대한 정부의 보전 방안이 너무나 허술했기 때문이다.

병원들은 당장 줄어드는 수익 때문에 병원 경영에 타격을 받을 수 있으므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선택진료비 1조 3170억을 아무런 평가 없이 그냥 지급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병원들은 선택진료비가 폐지되면 5000억원 정도의 병원 손실이 일어나 경영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고 했지만 복지부는 수가 신설이나 보완 등의 기전을 작동해 실질적 손실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몇 달 동안의 논의를 거쳐 1일 보건복지부는 선택진료 제도 개선을 위한 일부 개정령을 입법 예고했다. 선택진료는 (가칭)전문진료의사 가산 방식으로 운영하고 올해는 선택의사의 추가 비용을 현재보다 평균 35% 축소하고, 현행 진료항목별 20~100% 가산을 15~50%만 가산한다고 발표했다. 병원별 80%였던 선택의사를 2015년~2016년에 30%, 2017년에는 선택의사를 없애겠다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보상기전 어떻게 할 것이냐가 핵심

선택진료비를 없애는 것의 핵심은 줄어드는 병원의 수익을 복지부가 어떻게 보상해줄 것이냐다. 복지부는 우선 단순 손실보전보다는 의료서비스 질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수가를 조정하고, 올해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자주 발생하는 고도전문적 수술, 처지, 기능검사 등의 수가를 인상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또 암질환대상 공동진료수가(상급종합병원 한정), 입원중 협력진료, 가정간호·수혈관리 등 중증환자에게 질적으로 우수한 의료 제공을 위한 새로운 의료수가를 신설하고 조정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2015~2016년엔 환자의 감염 및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수가를 조정하고, 감염관리 등 환자 안전을 보다 강화할 수 있도록 수가체계를 마련할 것"이라며 "소독, 무균주사 등 감염관련 수가 인상, 낙상방지, 의료과오예방 등 환자안전을 위한 별도의 수가체계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또 "우수한 의료기관에 대한 기관별 수가(의료질향상분담금)를 신설하고, 공공성, 의학연구, 교육, 수련, 중증질환 진료 등 의료기관의 우수성을 나타낼 수 있는 지표를 발굴하고 이를 토대로 수가(본인부담 50%)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진료협력병원간 협력진료 수가도 신설한다. 상급병원·중소병원이 자기역할에 맞는 환자를 진료하고 환자의뢰·회송 등 진료협력 강화 차원서 도입됐다. 회송시 정보제공 및 회송 노력에 대해 수가 보상을 강화했다.

정형외과학회, 진료 보이콧도 고려

복지부의 발표가 나가자 상급종합병원 특히 정형외과나 안과의 비중이 큰 상급종합병원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자주 발생하는 고도전문적 수술, 처지, 기능검사에 대한 수가를 인상하겠다고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수가를 인정받을 수 있는 항목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도전문적 수술에 대한 분류에서조차 현실을 모르고 삐걱거리는 복지부의 행태 때문에 현장의 불만은 높다.

중앙대병원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고난이도수술을 하는 상급종합병원들에게 수가를 더 주겠다고 하지만 복지부가 의료현장을 모르고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는 "복지부가 상급종합병원들이 할 수 있는 어려운 수술에 대해 가산점을 주겠다며 1000여가지 정도의 수술을 제시한 1000가지 중 300가지는 삼성서울병원이나 아산병원 등에 한번도 시술해 본 적이 없는 것들이었다"며 "정부가 병원 실정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복지부가 간이식이나 심장수술 등의 수술을 제시했는데 이런 수술들은 대부분의 상급종합병원에서 하지 않는 것들이다. 이 얘기는 수가를 올려줘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정부가 4월말까지 고도전문적수술이나 처치 등이 어떤 것인지 발표하겠다고 하더니 5월이 와도 소식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서울대병원의 고위관계자도 "빅5병원들이 하던 고도전문적수술 등을 이제는 상급종합병원들이 나눠 갖게 돼 수익은 감소하게 될 것"이라며 "병원은 당장 수익이 감소하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데 복지부는 아직도 구체적 상황을 병원에 얘기하지 않고 있어 병원은 그냥 손 놓고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병원 뿐만 아니라 몇몇 학회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복지부가 고도전문적수술이나 처치 등에 상급종합병원에 3500억을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정형외과학회와 안과학회 등이 불똥을 맞았다. 복지부가 고도전문적수술 등이 60% 이상이 상급종합병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이에 대해 3500억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정형외과가 신경외과나 흉부외과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보상을 받게 된 것이다.

한 대학병원 부원장은 "정형외과 수술 중 고관절전치환술이나 슬관절전치환술 등이 많은데 전문병원에서 이 수술들이 모두 가능하다. 그렇게 따지니까 상급종합병원에서만 할 수 있는 정형외과 수술이 거의 없다"며 "신경외과나 흉부외과 등은 타격을 덜 받은 반면 정형외과는 직격탄을 맞게 됐다"고 걱정했다.

정형외과학회 유정준 총무이사는 "고도전문적수술에 대해 정형외과는 25개 항목만 포함시켰고 3500억 중 전국적으로 9억만을 인정하겠다는 것이 복지부 생각"이라며 "다빈도수술로 해야 하고 종별차등수가제로 해야 하는데 정부는 딴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복지부가 선택진료의 정의나 의미조차 모르고 있을 정도로 급조했다는 생각이 든다. 복지부와 심평원이 짜여진 타임 테이블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복지부와 조정안을 얘기하고 있지만 이 또한 말도 안 되는 얘기고 현재 각 분과학회들의 의견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형외과학회가 걱정하는 부분은 단순하게 수익이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역할이 줄면 우수한 인재들이 개원을 하는 등 밖으로 빠져나가게 되고, 또 정형외과를 지원하는 사람도 줄어 결국 정형외과도 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크다고 했다. 정형외과학회는 앞으로 복지부와 정상적인 논의가 되지 않으면 진료 보이콧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형외과 등을 빼고는 나머지 병원들은 예상외로 병원들이 지나치게 조용한 상태다. A대학병원 기획조정실장은 "병원에 분명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 뻔한데, 너무 조용하다. 아무래도 복지부가 수가 지원을 별도로 해주고 피해를 주지 않겠다고 한 말을 병원들이 믿는 것 같다"고 전했다.

B대학병원 교수도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3대 비급여 폐지 등 정부가 추진하려던 방침을 밀어부칠 것"이라며 "병원으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만 했다.

심지어 세월호 참사로 인해 현안에 무기력한 반응도 보였다. B교수는 "세월호 사건으로 너무 우울하다. 우리나라의 잘못된 시스템과 과도한 공권력이 모두 작용한 결과"라며 "의료계도 분명 또 다른 세월호지만, 정부는 침몰하는 의료계를 끌어안지 못한 채 달려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일한 대처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C대학병원 교수는 "병원 주인이 자신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 관심이 없는 것이다. 월급만 나오면 된다고 생각하고 보직자 외에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며 "아마도 본인의 월급이 끊기고 대학병원 몇 군데가 무너져야 관심갖고 대처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한편으로는 환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숨어있다. 선택진료비가 폐지돼 진료비가 더 싸지면 1,2차 의료기관으로 가던 환자들이 대학병원으로 발길을 돌린다는 것. 그만큼 환자가 늘고 수익보전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 문제되는 것은 의료전달체계다. 따라서 의협, 개원의협의회 등에서도 같이 방안을 고민해야 하지만, 그리 관심이 없어 보인다.

복지부, 평가할 능력은 갖췄나?

선택진료비가 폐지에 대해 학자들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서울의대 김 모 교수는 3500억원에서 각 진료과가 나눠 갖게 되는 상황에서 어떤 진료과는 수익이 줄고 또 다른 진료과는 수익이 오르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불공평했던 것이 공평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며 "모든 진료과를 공평하게 모두 올려주려면 사회적 타협이 필요하다. 의료계가 과잉진료나 비급여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바탕으로 국민이 세금을 더 내겠다는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과별 차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보건대학원의 한 교수는 선택진료비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은 맞지만 공급자가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로드맵을 갖고 조금씩 바꿔가야 하고 정부가 기술적 정책적 준비가 필요하다"며 "기관단위 평가를 할 때 병원들이 수익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공급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도전문적수술 등에 수가를 올려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복지부의 전반적인 논조는 질평가를 해 수가를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질평가 가산은 정부가 의료의 질을 평가해 평가 결과에 따라 가산 여부 및 가산의 규모를 결정하는 것으로 이미 OECD 19개국이 이미 다양한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복지부가 근거로 내세우는 논리다. 질평가 영역은 효과성(Effectiveness), 안전성(Safety), 환자중심(Patient-centeredness), 접근성, 효율성, 형평성 등이다.

복지부는 "효과성은 의학적으로 근거 있는 진단, 치료행위 시행과 특정진단, 치료행위가 필요한 환자에게 시행되는지, 올바른 방법으로 적절한 시점에 시행되는지를 보는 것이고 안정성은 합병증, 부작용 발생을 예방하고 그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것을 평가할 것"이라며 "환자중심에 대한 평가는 환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환자의 의사를 존종 하고 의사결정에 참여시키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일각에서 복지부의 질평가 자체에 허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연세의대 박은철 교수는 정부가 의료의 질평가를 제대로 정밀하게 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고 안전성 지표도 문제가 많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현재 심근경색 등에 대한 질평가와 안전성 평가를 하고 있는데 정부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지표도 문제가 있다. 미국도 안전성 지표를 만들지 못했는데 우리 지표를 얼마나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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