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항생제의 오남용으로 생긴 박테리아 항생제 내성 강화가 범지구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WHO는 전 세계 데이터 114개를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대부분의 국가에서 항생제에 대한 내성 강화 현상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항생제에 대한 내성강화 현상 때문에 수년에 걸친 간단한 치료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했던 단순 감염조차도 사망할 위험이 급증하고 있어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명시돼 있다.

아울러 보고서는 중증질환에 속하는 폐렴, 설사, 혈액 감염 등을 유발하는 박테리아의 항생제 내성 강화에 따른 위협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이는 박테리아는 자연적으로 돌연변이를 형성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자체적으로 생성하기도 하지만 의사 또는 환자의 항생제 오남용만으로도 항생제에 대한 박테리아의 내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더욱이 일부 국가에서는 폐렴과 혈액 감염 및 신생아 감염에 대한 치료로 쓰이던 카바페넴을 비롯해 두 가지의 항생제가 절반 이상의 환자에게는 더 이상 효과가 없음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WHO 사무차장 Keiji Fukuda 박사는 "각종 박테리아로 내성이 강화되는 것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는 동시에 새로운 항생제들을 개발해야 한다"며 "여러 이해 관계자들이 서둘러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전 세계는 단순 감염만으로도 사망하는 일명 '항생제 이후 시대(post-antibiotic era)'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감염을 좀 더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항생제 생산·처방·복용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며 "만약 그러지 못할 경우 전 세계는 공공의약품 중 하나인 항생제를 잃는 것은 물론 이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또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을 비롯한 9개국(오스트리아, 호주, 캐나다, 프랑스, 일본, 노르웨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슬로베니아)에서는 성병의 한 형태인 임질의 마지막 치료제로 쓰이던 항생제조차도 치료효과가 사라진 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WHO는 "임질은 자궁경부, 질, 요도에 염증을 일으키며, 남성에게는 전립선염, 고환-부고환염을 일으키고, 여성에게는 골반 내 염증을 일으킨다"며 "전 세계에서 매일 100만 명 이상이 감염된다"고 밝혔다.

더불어 항생제 투여와 백신 접종은 물론 감염을 원천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소독을 자주하고 깨끗한 물을 사용하는 등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편 전 세계 보건당국자들 또한 항생제에 대한 내성 강화가 치료효과에 미치는 위협을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영국 보건당국 책임자인 Dame Sally Davies 교수는 박테리아의 항생제 내성 강화가 기후변화에 따른 위협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국경없는 의사회 소속 Jennifer Cohn 박사도 "나이지리아, 시리아 등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 역시 두려울 만큼 박테리아들의 항생제 내성이 강해지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면서 "이번 WHO 보고서는 각국 정부가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등의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도록 일종의 자명종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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