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연구중심병원 합동 워크숍, 언론 비공개 속 진행

"부처간 융합해도 모자란데 폐쇄적인 복지부"

병원의 미래는 지금처럼 무한 병상늘리기가 아닌 연구 활성화를 통한 연구중심병원으로 보고 있다. 연구를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병원이 산업화하고, 별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연구중심병원’ 제도를 만들어놓고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아 센터 지정 연구과제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는 지적이 많다.


애매한 직제개편, 의료원 산단 분리 추진 
 
연구중심병원의 가장 큰 걸림돌은 대학과 병원 간 애매모호한 직제개편이다. 각종 사업단 소속, 개별 교수 소속 연구원들이 너무 흩어져있다.

보건복지부와 보건산업진흥원은 29일 고려대 의과대학 유광사홀에서 연구중심병원 합동 워크숍을 개최하고  △우수기관의 산학연병 공동연구개발 네트워크 및 개방형 연구기반 구축 △연구비 투자 및 확보 △연구인력확보 및 양성 분야에 대한 발표를 통해 우수성과 사례를 공유했다. 또한 △연구전담의사의 역할 및 바람직한 모델 정립 △연구중심병원 R&D 성과의 실용화 및 사업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소개된 연세의료원 사례를 보면, 2012년 12월 대학이 아닌 의료원 산하에 산학협력단을 별도 사업자로 등록했다. 모든 연구비는 독립적으로 의료원 내 산단에 등록하도록 했으며, 인력의 직제개편도 추진 중이다.

▲연세의료원은 의료원 내 산학협력단을 별도로 두고 연구인력 375명을 산단 소속으로 직제개편했다. 연구원들에 소속감을 주지만 그만큼 인건비 부담도 뒤따랐다. 

이를 통해 연세의료원은 3년간 470개 특허를 낸 의료진의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도록 했다. 의료는 현장 중심으로 가야만 좋은 연구결과가 나오고, 인센티브도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특허가 3년내에 나오더라도 이것을 판매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가 된다. 직제개편을 통해 특허 판매 등을 병원 수익으로 잡힐 수 있게 하고, 연구에 재투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초기 연구중심병원 설계에 참여했던 고대안암병원 흉부외과 선경 교수는 “결국 돈의 흐름을 확인해야 한다. 연구 강화가 어떻게 병원의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연구중심병원으로 만들 수 있는 조직 개편이 필수적이며, 대학이 아닌 병원 별도 회계로 두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병원마다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복지부가 중심을 잡고 별도 조직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데, 교육과학기술부 등 유관기관의 조율이 쉽지 않다. 게다가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은 산학협력단이 아닌 재단 소속으로 직제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홍성화 연구부원장(이비인후과)은 “연구중심병원의 재단 형태가 다 다르다. 대학이면 내부 교수들의 문제만 해결하면 오히려 쉬울지 몰라도, 재단에 얽힌 병원 전체를 연구 중심의 큰 그림을 그려나가기가 어렵다”라며 “특히 재단에서는 연구직을 별도 채용하면 2년 뒤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선택해야 하는데, 인건비 부담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연구 인력으로 무슨 연구를?

연구중심병원의 또다른 핵심은 연구만 전담하는 연구인력, 연구전담의사 채용이다. 흩어져 있는 연구원들을 하나로 모아 병원이 통합관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부터 필요하다.

연세의료원은 직제개편과 함께 375명에 달하는 개인채용 연구원을 의료원 산학협력단 연구원으로 채용 전환했다. 이 중 세브란스병원 소속 연구원만 해도 187명에 달한다.

연세의료원 송시영 의과학연구처장 겸 산합협력단장(소화기내과)은 “소속감과 동질성이 없으면 연구를 할 수 없고, 관리도 어렵다. 석박사를 마친 고급인력임에도 의료원이 인증하는 경력증명서 하나 발급이 안됐다”라며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연구를 하는데도 연구의 자긍심을 키우기 어렵고 좋은 연구결과가 나올 수도 없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송 처장은 “산단 연구비로 3개월 이상 지속적인 인건비를 지급하는 연구원을 채용하게 했다. 급여를 지급하는 연구비는 최대 3개 과제까지 가능하며, 합산 연구비를 인건비로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며 "대신 학생, 임상연구비, 교내연구비, 인건비 재원 연구원, 의료원 유급직원 등은 제외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연세의료원 인사관리 확대 시행 예고 설명회에는 무려 400명이나 왔었다. 그만큼 비정규직 연구원 문제는 심각한 실정이다. 문제는 인건비 증가다. 연구원들에 4대 보험을 적용하면서 4대 보험과 근로소득세로 평균 16%의 비용이 올랐다. 본인 부담 8% 외에 병원 부담 8%을 급여에서 제하기로 하고 설득에 나섰다. 8%라 하더라도 의료원 입장에서는 수십억에 달하는 부담이 생기는 탓이다.

즉, 연구원들은 정식 소속으로 전환되면서도, 자신의 급여가 깎이는 것을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 대신 의료원은 연구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대신 재직증명서, 경력증명서도 당당히 떼어줄 수 있고, 우수연구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본을 갖추게 됐다. 연구전담의사 채용에서도 중요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퇴직금도 연구 인건비에서 확보하는 중이다.

송 처장은 “국가 전체의 연구인력 실직자를 취업자로 돌릴 수 있다. 연구원들에 소속감이 생기면서 세금 절감 효과가 있다"며 "단, 의료원에서는 인건비 부담과 시스템 개발과 유지비용이 증가한다. 개별 연구원에는 실수령액이 급여가 감소한다”고 양면성을 밝혔다.

다만 그동안 너무 오래된 관행 속에 직제 개편을 상쇄시키는 일이 매우 어려웠다. 그나마 대학이 아닌 의료원 산하 산단으로 독립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향후 정부의 방침에 따라 다른 병원도 효율적으로 개편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처장은 “연구중심병원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산단이 독립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국립대나 서울대병원도 고용을 창출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큰 그림 속에 국가적으로 움직여야 병원도 움직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연구 활성화한다며 임상시험 부가세 부과?

이날 교수들은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별도의 세제 혜택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특히 연구를 독려해야 한다면서 임상시험 부가세 부과 같은 얼토당토않은 모순된 정책을 집중 비판했다. 임상시험 부가세가 부과되면 R&D에 대한 투자, 임상시험규모 축소 등 소극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수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묵묵히 연구에 투자하려는 상황에서 임상시험 부가세는 말이 되지 않는다. 가뜩이나 당장 수익과 무관함에도 비용을 더 떠안게 된다면, 아예 연구를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세제 혜택과 사업화를 위한 추가적인 법률개정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날 복지부는 지원없는 연구 투자 장려라는 비판여론을 의식해 언론에 철저히 비공개로 워크숍을 진행했다.


고대안암병원 이상헌 연구부원장(재활의학과)은 “임상시험 부가세 부과는 국제적인 기준에 맞지 않는다. 오히려 연구 투자에 세제 혜택 등의 혜택을 줘야 한다. 병원들은 연구중심병원을 충분히 해낼 수 있고, 잘 키울 수 있다. 병원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바이오, 제약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역설했다.

분명 복지부의 의지가 중요하지만, 그리 적극적이지 않아 보인다. 일단 이날 워크숍은 초대된 10개 병원 외에 철저히 비공개였고, 특히 언론 출입금지였다. '표류하는 연구중심병원제도'라는 비판여론이 새어나가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것이 이유라고 했다.

이미 워크숍 안내 보도자료까지 배포한 상황에서 복지부의 의지를 의심하게 하는 씁쓸한 단면을 보여줬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연구중심병원의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행사의 철저한 비공개는 보건복지부의 R&D실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언론에까지 이렇다면 제도를 수행해야 하는 병원을 어떻게 보고있는지 잘 알 수 있다'며 "복지부가 여러 부처들을 융합하고 설득해 병원의 연구를 국가적인 산업화로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이대로라면 부정적이다”라고 토로했다.

다른 교수도 “자금이 부족한 복지부는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함께 범부처의 의지를 갖고 연구활성화를 밀어부쳐야 한다. 단순히 복지부 내 과제로 한정시킨다면 약간의 지원을 받고 끝난다”며 “복지부가 진정 산학연병원에 이르는 연구사업화 의지가 있다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뚜렷한 지원책없이 병원들이 잘하는 사례만 그들의 성과로 포장하는데 급급하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 대학병원 연구부원장은 “현재로선 연구중심병원이 센터 연구비 지정사업 외에는 다를 바 없다. 병원들이 신성장동력이라며 연구부원장 직제를 별도로 두고, 연구인력을 채용했지만 지원받는 것이 없다. 고작 100억원 예산을 할당받아 놓고도 끊임없이 병원을 평가해 잘하는 사례만 공유해간다. 그만큼 병원이 알아서 연구에 투자하는 것외에는 의미가 없다”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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