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팬과의 관계 중시하는 기업의 차별화 강조

“기업 경영에 있어 팬들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기업과 팬 사이, 팬과 팬 사이 소통의 창구가 늘어나면서 팬과의 관계를 긴밀하게 유지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사이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든든한 내 편, 팬을 얻자’ 보고서를 통해 “코카콜라(Coca-Cola), 애플(Apple), 할리데이비슨(Harley-Davison) 등의 특별한 이유는 제품을 변치 않고 아끼는 많은 고객이 있다는 것”이라며 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코카콜라는 지난 1985년 새로운 맛의 뉴코크(New Coke)가 출시 되자 내가 좋아하는 콜라를 되돌려 달라는 항의가 빗발쳤다. 애플이 신제품을 출시하는 날이면 추운 날씨에도 매장 앞에는 밤새 긴 행렬이 늘어서 있다. 팬들이 함께 모여 라이딩을 하고 파티를 하며 함께 즐거움을 만들고 나누는 할리데이비슨의 팬클럽도 있다.
 
이처럼 팬은 기업의 의사결정을 좌우하거나 기업의 홍보효과를 높이기도 하고, 다른 고객의 애정까지도 더욱 두텁게 만든다.

팬이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분야 중 팬문화의 역사가 길고 그 파급효과가 큰 분야는 바로 대중문화이다. 과거 ‘빠순이’라는 오명하에 비판을 받던 모습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스타에게 도움을 주는 든든한 지원군으로 진화하고 있다.

예컨대 좋아하는 스타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팬픽)을 쓰는 팬들이 있다. 팬이 마음을 담아 쓰는 소설인 만큼 주인공인 스타는 멋있게 그려진다. 이를 읽는 팬들의 스타를 향한 마음도 함께 커진다.

천만원을 훌쩍 넘는 대포 같은 카메라로 스타의 멋진 모습을 담아내는 팬들도 있다. 수준급의 사진을 촬영해 팬 커뮤니티에 공유하는 이들은 다른 팬들에게 스타의 멋진 모습을 알리며 스타를 향한 애정을 두텁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요즘 뮤지컬 등 공연장에 가면 꽃으로 만들어진 화환 대신 자주 접하게 되는 것이 쌀화환이다. 자신들이 사랑하는 스타의 공연을 축하하는 의미로 보내는 쌀들은 불우이웃을 돕는 일에 쓰인다. 팬들이 스타의 이미지를 만드는 마케터의 영역까지 도움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구설수에 휘말려 탈퇴하게 되자, 팬클럽에서는 이를 해명하고 복귀를 요청하는 광고를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광고를 직접 제작한 것은 팬들이다. 광고의 제작과 집행에 관련된 역량이 있는 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의견을 교환해 광고를 제작하기도 했다.

특히 팬들은 직접 사건을 조사해 계약의 불공정함을 알리고, 새로운 활동을 방해하고 있는 전 소속사의 행위를 막아달라는 8만 6000명의 탄원서를 법원,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제출하는 열성을 보였다.

그렇다면, 해당 스타는 어떻게 보답할 수 있을까? 팬은 큰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보고서는 “팬 커뮤니티에 올린 팬들의 글에 소리 소문 없이 나타나 댓글을 달거나, 팬커뮤니티가 보낸 선물의 사진을 찍어 본인의 SNS나 팬 커뮤니티에 감사의 메시지를 담아 올리는 스타의 행동은 팬들에게 큰 의미가 된다”고 설명했다.

기업과 고객의 유대 관계 강화도 마찬가지다. KLM네덜란드항공은 탑승 대기 중인 고객의 SNS를 확인해 고객이 좋아할만한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 주말 동안 로마로 여행을 가는 탑승객의 SNS를 통해 운동을 좋아하는 성향을 파악하면, 여행 기간 동안 잘 활용할 수 있는 휘트니스 밴드를 깜짝 선물로 전달한다.

이는 트위터에서만 백만 번 이상 노출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다른 미디어나 오프라인에서의 노출까지 감안한다면 파급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

구글은 글래스를 기대하고 있는 팬들을 대상으로 ‘내가 글래스를 갖고 있다면(If I Had Glass)’ 콘테스트를 열고, 글래스의 베타 버전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콘테스트 지원자들은 글래스를 활용해 하고 싶은 일을 담아 응모했고, 구글은 의미 있는 아이디어를 제출한 지원자들을 선발해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단, 좋은 이미지로 많은 팬을 얻었더라도 관계를 잘 유지하지 못한다면 다수의 안티팬을 얻을 수도 있다. 더 많은 팬들을 얻겠다고 팬커뮤니티에서 제품, 서비스에 대한 불만글을 삭제하거나, 팬들의 애정 어린 조언을 무시하는 등의 신뢰를 깨는 행동들은 어렵게 얻은 팬들이 등을 돌리게 만들 수 있다.

보고서는 “사람 사이에 신뢰가 쌓이고 가까워지는 과정을 주의 깊게 살펴본다면, 스타와 기업도 대중과 고객의 마음을 여는 열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도 눈 앞의 판매량이나 이익에 급급하기 보다는 친구관계를 만들어 가듯 고객과의 더 많은 교류를 통해 차근차근 신뢰를 쌓아간다면, 든든한 팬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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