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호 가톨릭대학 사회문제해결형 기술개발사업단장

 
국내에서 당뇨병 연구에 있어 몇 손가락에 드는 가톨릭의대 내과 윤건호 교수가 요즘 아동청소년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스스로 비만 치료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윤 교수는 비만 문제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가톨릭대학 사회문제해결형 기술개발사업단'의 단장을 맡으면서 생각이 달라졌다며 슬몃 웃는다.

그가 단장을 맡은 기술개발사업단은 미래부 주관으로 BT-IT 융합으로 아동청소년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오는 2015년까지 비만과 관련된 정보와 데이터를 연결하고 이를 통해 비만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통합플랫폼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식이, 운동, 정신건강 전문가는 물론 BT-IT 전문가, 빅데이터전문가, 보건소, 학교, 지자체 등 다양한 서비스 제공자가 사업단에 참여하고 있다.

윤 단장은 "지금까지 비만을 시원하게 해결한 프로젝트가 없어 처음에는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미래부가 오픈 플랫폼을 활용해 비만을 해결하겠다고 해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며 "오픈 소스 플랫폼으로 질병을 예방하려는 노력은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고, 나도 당뇨병 환자를 치료할 때 이 부분에 관심이 많아 참여하게 됐다"고 동기를 밝혔다.

흩어져 있는 비만 정보 '통합'이 목표

오픈 소스 플랫폼에 매료된 그가 모델로 떠올린 것은 가톨릭의대 의료정보학 교실 초빙교수인 버지니아 공과대학 문성기 교수가 주도한 환자정보공유비영리기구인 '오세라(OSEHRA: Open Source Electronic Health Record Agent)'다. 미국 국방부와 재향군병원의 지원 하에 1차병원을 포함한 1300개 병원의 정보 교환이 가능하도록 한 '오픈소스 프레임웍'이 오세라의 주요 골자다.

그는 "오세라에서는 병원들이 자신들의 EMR 소스를 모두 공개하고, 기업들도 참여해 자신들의 소스를 공개한 후 플랫폼의 소스를 받아 개별적 마케팅을 할 수도 있다. 물론 자신들의 소소를 다른 사람이 쓸 수 있도록 허락해야 한다"며 "서로 소스를 공개하는 과정을 통해 오세라가 진화한다. 오세라를 보면서 아카데미에 있는 내가 사회를 위해 공헌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다"고 말한다.

사업단 단장을 맡은 후 그가 느낀 것은 교육, 영양, 운동, 보고서 등 아동청소년의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 방법은 이미 너무 많지만 이것들이 흩어져 있어 통합(Integration)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각각의 정보를 하나로 모으고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는 "현재 미래부, 복지부, 농림부 등이 모두 비만을 해결하기 위한 각각의 노력을 하느라 바쁘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사업의 첫해인 올해는 통합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초석인 기본틀을 개발하고, 식이, 운동, 정신건강 분야에 있어 아동청소년 비만 해결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단은 아동을 위해 가정과 학교에서 적용할 수 있는 사용자 참여유도형을 개발하고, 온오프라인 포털 개발, 비만아동과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식단관리, 에너지 소비량 측정 등의 다양한 활동도 기획하고 있다.

요즘엔 기업들이 오픈 소스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작업에 한창이다.

그는 "기업들에게 참여해 돈도 벌고 나중에 기부도 하라고 얘기하고 있다"며 "전국적으로 IT 서포터즈가 있는 KT그룹희망나눔재단과 업무협약을 한 것은 서포터즈들이 우리 프로그램을 청소년들에게 교육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협약을 앞둔 SK 행복도시락은 하루 1만 2000개의 도시락을 청소년에게 제공하고 있다. 비만을 일으키지 않도록 도시락 식단을 구성하게 될 것"이라며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CJ엔터테인먼트와 다큐도 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만정책이 왜 실패했는지 보인다"

비만에 대한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니 비만 정책이 실패한 이유가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비만을 유발하는 생활습관은 이미 유치원 때 결정되는데 우리가 너무 늦게 접근하고 있고, 비만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해 사회적 접근을 하지 않고 있다"며 "복지부 등 정부 기관들이 서로 각기 다른 비만 정책을 하고 있지만 이들이 통합되지 못해 비용 따로 시간 따로 허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그가 찾은 답을 제시했다.

또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부모들은 일하러 나가고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먹는 것이 엉망이고 이 아이들이 결국 비만에 이르게 된다. 이런 문제들은 정책적으로 풀어야 답이 나온다"며 "학부모도 주변의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내 아이만 잘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문제아이가 생기면 학급의 문제가 되고 나중에 사회문제가 된다. 학부모들도 주변의 아이들에게 무관심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가 눈여겨보는 사람은 마이클 블룸버그 미국 뉴욕시장이다. 비만을 사회적 정책으로 해결하기 위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인물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시장은 음식점들의 강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트랜스지방을 줄이기 시작했고, 저소득층이 식량쿠폰으로 탄산음료를 살 수 없도록 했다. 또 도시 디자인도 시민들이 많이 걸을 수 있도록 만드는 등 비만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뉴욕시 비만율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충주시를 떠올렸다"며 "당뇨발견사업을 같이 했던 충주시가 비만에 있어서도 성공모델이 돼 준다면 이 문제를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사업단은 지난 3월 17일 충주시와 충주교육지원청과 아동·청소년 비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아동청소년 비만 해결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그의 노력이 어떤 결실을 거둘지 3년 후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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