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위기다. 올바른 의료제도 확립을 위한 과도기라 하기엔 내홍이 너무 깊다. 새로운 비상대책위 구성과 노환규 의협회장 불신임안을 안건으로 3~4월 두차례에 걸쳐 임시대의원총회가  열렸고, 이 때마다 의협 집행부는 긴급 회원 투표를 실시해 대의원들과 의사들의 시각차가 크다는 점을 제시하며 개혁을 주장해 왔다. 의협집행부와 대의원회·일부 시도의사회가 한치의 양보도 없이 치킨게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19일 임시대의원총회와 4월27일 정기대의원총회에 의료계는 물론 의료계를 둘러싼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 대의원 직선제 등의 안건이 통과될 지, 각종 현안에 어떤 대처를 할 지 등을 결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에 따라 의협의 미래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데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고 있다.

노환규 "대의원이 개혁발목잡는다"
노환규 회장은 "정관 개정은 사원총회와 대의원총회 모두 가능하고, 사원총회 개최 자체도 문제 없다"며, "사원총회를 그렇게까지 두려워하고 막으려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대의원회의 불통을 지적했다.
회장 불신임안에 대해서도 "회원들이 지지하는데 대의원들이 정당하지 않은 것으로 불신임한다면 그것은 쿠데타"라고 강조했다.

대의원들 "노 회장 믿을수없는 사람"
대의원회와 상당수 시도의사회장들은 노환규 의협회장을 믿을 수 없다며, 문제의 중심에 있는 한 사람만 없으면 의협이 조용해진다고 회장 불신임을 강조하고 있다.
대의원들은 그간 노 회장이 앞뒤 다른 말과 행동을 보였고, 독단적 파업 결정 등을 문제삼았다. 105년 역사를 가진 전통있는 단체인 만큼, 회장 혼자 끌고 가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볼썽사나운 비난 한심
노환규 의협회장과 대의원회의 갈등이 벼랑끝 절벽으로 내몰리면서 양측의 비판의 강도도 더강해지고 있다. 
최근엔 예산 사용으로 시끌러웠다. 노환규 회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수천만원의 대의원 거마비(교통비)에 대해 회원투표 비용이 더 문제라며 대의원들이 반격한 것. 
대의원들은 3월30일 임총에 180명 정도 참석, 거마비는 1인당 5만원씩 900만원 정도였다며, 누가 이 돈을 위해 주말 시간을 투자하겠냐고 주장했다. 시, 군, 구 의사회에서 회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봉사한 것인데 이 같은 노력을 전면부인하는 것은 곧 의협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라는게 대의원들의 입장.
오히려 의협집행부의 회원투표와 투표참여 독려, 파업 동참 단체메시지가 수천만원에 달한다며, 이를 회장이 남용하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노환규 "차기 의협회장 선거 불출마"
이런 가운데 노환규 의협회장이 대의원들을 향해 "차기 의협회장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고 밝혀 주목받고 있다.

노 회장은 16일 '존경하는 대한의사협회 대의원님들께 드립니다' 제목의 서신에서 "작금의 혼란에 대해 큰 책임을 느끼고 사과드린다"면서 "오랜 기간 동안 의협 발전을 위해 헌신해 온 대의원들까지 한묶음으로 마치 기득권에 집착하는 구태한 세력처럼 폄훼되는 상황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의협은 무너져 내린 의료체계를 되살려야 한다는 중차대한 과제를 앞에 두고 있고 이 엄중한 시대적 사명을 위해 평상적 체제가 아닌 비상 전시체제를 갖춰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3월 30일 임총 개최와 결의 사항과 관련, 변영우 대의원회 의장이 '총파업 재개 등 대정부 투쟁 재개' 의결을 요구한 집행부 주문을 묵살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의협 집행부는 무의미한 임총을 막기 위해 변영우 의장을 설득했고 다수의 대의원 운영위원들도 유효성에 의문을 제기했으나 의장 주도로 끝내 임총이 개최됐다는 것이다.

노 회장은 "수개월간의 대정부 투쟁에서 대다수 시도의사회장들은 투쟁에 부정적이었고 투쟁 자체를 피하려는 지도자들이 위원으로 구성된 비대위 위원장을 맡아 투쟁을 이끌었지만 소기의 성과를 얻기 위해 독선이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대정부 투쟁에 있어선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강력한 투쟁체 구성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 의료계가 겪고 있는 내홍의 중심에는 내년에 있을 의협회장 선거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의협의 성공은 회장의 성공이 되고 그것은 다시 재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의협의 단합을 헤치고 성공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의협 권한은 대의원이 아닌 회원들에게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대의원총회가 더큰 대표성을 확보하고 회원들이 총회 결정을 존중하게 됨으로써 하나된 의협을 만드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대의원직선제 선출, 시도의사회장·임원의 겸직금지 등의 정관 변경안이 4·27 정기총회에서 통과된다면 '사원총회'는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학교수들 의협회비 납부 거부 선언
후폭풍도 거세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회장 정훈용·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가 의협 회비 납부 거부를 선언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총회에서 많은 의견들이 나왔는데, 개원의 위주로 돌아가는 의협 상황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았다. 의협에서 교수들을 소외시킨 것이 큰 영향을 미쳐 회비 납부를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예전에는 교수들이 논문을 쓰면 연수평점을 인정해줬는데, 지금은 평점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일반 회원들과 똑같은 취급을 받는 것도 회비 납부 거부의 중요한 이유다.

또 지난 3월 10일 의료계 총파업에서 대학병원 교수들이 환자를 두고 참여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채 지적만 하는 일부의 시각도 봉직의들의 불만이 커졌다.

이에 협의회는 2014년 상반기 회비를 만장일치로 납부하지 않기로 했으며, 의협에서 특단의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더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협의회가 이같은 결정을 내리면서 의협은 혼란에 빠졌다. 그동안 대학병원 교수들의 의협 회비는 월급에서 일률적으로 공제되는 방식이었지만, 이것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개원의와 교수들의 간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의협은 개원의 중심이라 교수들이 파업에 찬성할 수도, 또 진흙탕같은 싸움에 얽히고 싶지 않다"며 "회비납부를 거부하는 것에서 시작해 앞으로도 의협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의협 연회비는 2014년 4월 기준, 개원의 31만원, 봉직의 23만1000원, 인턴·레지던트 13만5000원, 공보의 10만6000원이다.
 
의협 대의원회 개혁안 뭘담았나 
의협 상임이사회를 통과한 정관 개정의 건에 명확히 제시돼 있다. 대의원보다 의시 회원이 중심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살펴보면 ◇회원 총회 소집절차는 회장이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의 출석, 출석 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은 이사회의 의결을 거친 경우, 회원 5분의 1 이상 또는 재적 대의원 3분의 1 이상의 소집 요구가 있는 경우 가능하다.

◇회원 총회 의결사항으로는 △정관 개정에 관한 사항 △임원 또는 대의원의 불신임에 관한 사항 △대의원회 해산에 관한 사항 △기타 이사회에서 부의된 사항 △대의원총회 의결사항 중 회원총회에 부의할 필요가 있다고 회장이 인정하고 이사회의 의결을 거친 사항이다. 회원총회에서 의결된 사항은 대의원총회의 의결로써 변경할 수 없다. 다만, 정관 개정에 관한 사항은 제외로 했다.

◇정관 개정은 이사회에서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의 출석과 출석 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은 정관 개정안을 회원총회에 부의하여 회원총회에서 회원 3분의 2 이상의 출석과 출석 회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임원 또는 대의원 불신임 사유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때, 단, 회무의 수행으로 인한 경우는 예외 △정관, 회원총회 또는 대의원총회의 의결을 위반하여 회원의 중대한 권익을 침해한 때 △협회의 명예를 현저히 훼손한 때로 했다. 회장 또는 대의원회 의장인 대의원 불신임은 선거권이 있는 회원 4분의 1 이상의 찬성으로 발의, 선거권이 있는 회원 3분의 2 이상의 출석과 출석 회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했다. 회장 이외의 임원 또는 대의원회 의장인 대의원을 제외한 대의원 불신임은 선거권이 있는 회원 5분의 1 이상의 찬성으로 발의, 선거권이 있는 회원 3분의 2 이상의 출석과 출석 회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되며, 발의 즉시 직무 집행 정지가 된다.

◇대의원회 해산은 △법령, 정관 또는 회원총회의 의결을 위반해 회원의 중대한 권익을 침해한 때 △협회의 명예를 현저히 훼손한 때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의 출석, 출석 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이사회에서 부의된 때 가능하다. 의결정족수는 선거권이 있는 회원 3분의 1 이상의 찬성으로 발의하고, 선거권이 있는 회원 3분의 2 이상의 출석과 출석 회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회원 투표 규정도 신설, 온라인·우편·직접 투표 방식으로 가능하도록 했다.

◇대의원 선출방법은 보통, 평등, 직접, 비밀투표에 의해 선출(의학회, 협의회는 정관 또는 회칙에 따라 종전대로 별도의 방법으로 가능)하도록 하는 반면 지부는 삭제했다.

◇협회 임원, 협회 지부, 의학회, 또는 협의회의 임원은 대의원이 될 수 없도록 하고 대의원이 협회 임원, 협회 지부, 의학회 또는 협의회의 임원이 된 경우 즉시 대의원의 직을 상실토록 대의원 겸직을 제한했다.

◇회원총회 소집 및 안건 부의에 관한 사항 및 정관개정안, 대의원회 해산안 부의에 관한 사항 추가, 윤리위원장을 호선으로 선출함에 따라 윤리위원장 추천에 관한 사항 삭제 등으로 이사회 임무를 수정했다.

◇이 개정안은 개선된 대의원 선출방법과 추가된 겸직 제한 조항은 이 정관에 따라 선출되는 대의원부터 적용하도록 하고 이 정관에 따라 최초로 선출되는 대의원의 임기는 2018년도 정기총회일 전일까지로 하도록 부칙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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