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위원회-시도의사회장단 19일 불신임안 통과 주력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가 노환규 의협회장 불신임안 통과에 주력하기로 결정했다. 

12일 오후 의협회관에서는 의협 이사회,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시도의사회장단 회의가 동시에 열렸다. 

의협 이사회에서는 회원총회 결의 안건을 통과시킨데 이어,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와 시도의사회장단은 의협 내부 갈등 봉합을 위해 남은 방법이 의협회장 불신임밖에 없다는데 뜻을 모았다.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19일 노환규 회장의 불신임안건을 상정하기 위한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기로 결정했고, 시도의사회장단 회의에서도 회장 불신임안건을 무리없이 통과시키기 위해 지역 민심 설득에 나서기로 했다. 문제의 중심에 있는 한 사람만 없으면 의협이 조용해진다는 주장이다.

한 대의원은 “노 회장으로부터 대의원회가 필요없는 기구라는 말을 듣고 격분하지 않은 대의원이 없다. 재적대의원 3분의 2 이상의 출석과 출석대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불신임이 결정되는데, 지금 분위기라면 무리없이 통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1주일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회원들에게 회장 불신임이 필요한 이유를 적극적으로 알리기로 했다. 이미 시도의사회장단이 살펴보고 있는 지역 회원들의 민심은 의협회장이 아닌 시도의사회 쪽으로 많이 돌아선 것이 느껴진다고 해석했다. 

대의원들은 그간 노 회장이 앞뒤 다른 말과 행동을 보인 의혹을 낱낱이 알리겠다고 선언했다. 우선 지인으로 알려진 중국 건강관리회사와의 부적절한 MOU 체결 문제, 입법 후 원격의료 시범사업 추진 문제, 비대위에서 회의를 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파업을 결정한 문제 등을 꼽았다.

한 대의원은 “노 회장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남 탓만 한다. 리더라면 분명히 회원들을 포용하고 반대되는 의견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포괄수가제부터, DUR, 의발협 등 문제가 생길 때마다 주위 사람들을 등지고 의협에서 내보내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현재도 회원들은 원격진료 시범사업 자체를 반대했는데, 시범사업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로 새로운 상근부회장을 뒀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105년 역사를 가진 전통있는 단체인 만큼, 회장 혼자 끌고 가는 곳이 아니며 이를 견제하기 위해 대의원회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다른 대의원은 “회장이 독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대의원회가 꼭 필요하다. 의협은 절대 회장 1인기업이 아니다. 마지막 회원투표에서 파업에 찬성한 1만 6000명 정도가 그의 지지자일 뿐이며, 회원총회는 성사되기 힘들 것이다. 만약 11만명의 절반인 정족수를 채울 수 있다면 아예 다른 조직을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거마비 수천만원? 문자비가 수천만원이다"

대의원들은 노환규 회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수천만원의 거마비(교통비)에 대해서도 폭발적인 거부 반응을 보였다.

노 회장은 “지난 3월 30일 열린 대의원회 운영위원회가 소집한 임총에서 대의원들에게 수천만원의 거마비가 지급됐다. 이 자리에서 의협회장을 배제한 비대위 구성이 결의됐지만, 대형로펌에 법률 판단을 의뢰한 결과 임총에서 회장을 배제한 비대위 구성은 무효라고 했다”고 밝혔다. 

한 회원도 “모의사회 예산 대부분이 회원들을 위한 곳이 아닌 소수 임원단들의 정체불명의 회의, 사치스런 식대와 거마비로 사용된다는 얘기가 있다”며 “그 와중에 아무런 사심없이 일하는 노 회장의 거액 횡령 의심 감사보고서가 나오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가뜩이나 불편한 심기로 가득했던 대의원들은 펄펄 뛰었다. 한 대의원은 “그날 임총에 180명 정도 참석했다. 거마비는 5만원씩 900만원 정도가 소요됐으며, 절대 수천만원이 아니다"라며 "또한 대의원들은 저녁, 주말 등의 시간과 노력이 문제일 뿐, 단순히 돈 몇 푼을 위해서 일하는 것은 아니다. 전국 각지에서의 차비가 더 많이 든다”고 성토했다.  

한 시도의사회장은 “지난 십수년간 지역의사회 일부터 차곡차곡 도맡아했다. 군, 구 의사회에서 지금에 있기까지 개인의 욕심을 위해서가 아니라, 회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봉사해왔다. 이 같은 노력을 전면부인하는 것은 곧 의협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언짢아했다. 

심지어 회원투표에 참여하라거나 파업에 동참하라는 장문의 단체메시지를 자주 보낸 노 회장이 사용한 MMS문자비가 수천만원에 달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도의사회장은 전국 단위의 연결망도 없고 그만큼의 소요비용도 없는데, 이를 남용하는 회장 때문에 회원들이 한 쪽 의견만 들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법률자문을 구한 것도 판결이 아닌 자문일 뿐이며, 비대위 자체가 투쟁을 위한 기구이므로 복지부 승인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즉, 비대위가 법적으로 승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대위와 의협회장 연관성에 대한 법적근거도 성립될 수 없다는 것.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와 시도의사회장단은 “의협에서 문제가 된 한 사람만 사라지면 그만이다. 탄탄한 역사와 회원을 가진 의협은 회장을 빼고 나머지 임원들과 함께 새로운 비대위를 꾸려야 한다. 원격진료 시범사업부터 다시 논의해 최소 3년 이상의 시범사업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라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단, 일부 대의원 사이에서는 '대의원회 선출 방식을 고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정기총회에서 대의원회 구성 방식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제 남은 일주일 뒤인 19일 임총을 통해 회장 불신임안건이 상정되고 27일에는 의협 정기대의원총회가 열리는 가운데, 남은 4월도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회원들은 양측 주장에 각각 서서 맞대응하거나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 '의협 내부가 아니라 정부와 싸워야 한다'는 미덥잖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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