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 위기 해결 위한 것..."검토 및 시행" 약속

현재 한의계 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는 가운데, 한의사 인력 발전에 의지가 없는 대학의 정원을 없애고 대신 '서울대학교'에 한의대를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잉여 한의 인력을 의사가 부족한 곳에 배치하자는 제안과 더불어, 한의사의 현대 진단기기 사용을 허가해 연구논문이 활발히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9일 한의인력 육성 및 활용에 대한 토론회에서 이같은 제안이 나오자, 복지부 한의약정책과 강민규 과장도 "모두 맞는 말"이라며 검토를 약속했다.

 

우선 이날 토론회에서는 '서울대 한의학과' 신설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눈길을 끌었다.

동국대분당한방병원 김장현 원장은 "지금 한의계가 어렵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 현재 어렵지 않은 직종이 없다"며 "우는 소리는 그만하고 통섭과 변화의 과정을 거쳐 발전해야 할 시기"라고 운을 뗐다.

김 원장은 "한의계가 위기라고 해서 단순히 한의대 정원을 억제하는 데 급급해선 안 된다"며 "대학병원, 공공기관 등 다양한 일자리와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학에서는 임상이 꽃"이라며 "어려울 때 일수록 임상실습을 강화하고 전문의 제도를 개선하는 등 내실을 다져야 한다"며 "더욱 다양한 한의약 정책을 펼치려면 서울대에 한의학과가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정원 80명이 넘는 대학이 몇곳 있다. 이곳의 정원을 없애고 서울대에 한의학과를 신설해야 한다"며 "이것이야 말로 앞으로 한방의료가 발전할 수 있는 밑거름"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한의사협회 김지호 기획이사 역시 이에 수긍하며, "한의과 교육에 대한 의지가 없는 대학이 몇곳 있다"며 "이러한 대학의 학과를 폐기하든 정원을 줄이든지 해서 서울대에 한의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기획이사는 "서울대에 한의과가 생기면 교육의 질이 업그레이드되는 동시에 정책 반영이나 연구 발전 등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의계 발전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복지부는 '서울대 한의과 신설' 주장에 대해 "영역 확대와 교육의 질 향상 측면을 위한 주장"이라며 끄덕였다.

다만 한의계에서 제기하고 있는 '한의대 정원 축소'에 대해서는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현재 한의계에서는 개원가 시장의 공급 초과를 이유로 한의대 정원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과 관련, 강 과장은 "이는 교육부가 동의할지도 문제고, 이외에도 여러 문제가 얽혀 있으므로, 당장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처간 갈등을 떠나 일단 공급이 문제인지에 대해서도 근거 없음을 지적했다. 따라서 강 과장은 "적정 한의인력에 대한 합의부터 이끌어나가고, 과학적 근거 마련에 집중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인력이나 정원 축소보다는 한의사들의 새로운 활동 영역을 늘려가는 데 집중하자"며 "정부에서 잉여 한의 인력이 다양한 곳에 진출할 수 있는 정책을 세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의사 없는 곳, 공공 분야, 임상 확대 등 '한의계 영역 넓히기' 시작

정부에서는 한의계의 어려운 실정을 확실히 이해했으며, 이들의 활동 영역을 늘리는 데 힘쓸 것을 강조했다.

복지부 강민규 과장은 "한의계는 확실히 어렵다. 졸업생의 취업률 저하, 한의원 및 한방병원 개업률 정체, 양방병원에 비해 높은 폐업률, 다른 보건의료인력에 비해 낮은 임금, 건보에서의 한방진료비 4% 불과 등 간단한 지표만 봐도 한의계가 얼마나 팍팍한 현실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나치게 개원 위주로 나가는 현상을 바꿔야 한다"며 "한의사들은 시야, 시각을 다각화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 복지부는 기초, 임상, 연구 등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현재 보건소에서 하고 있는 한의약 공공보건사업을 더 확대시킬 것이며,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공공 한방의료도 더 늘릴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공공병원의 한의인력을 충원할 수 있는 제도에 대해서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즉 정부 차원에서 한의사 필요 인력을 증가시키는 데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한의학 세계화를 통해 해외진출도 정부 차원에서 모색 중임을 밝혔다. 강 과장은 "한의약정책과 전에 WTO서태평양지역에서 일했다. 회원국들 중 한의학 분야에서도 기대가 큰 것을 느꼈고, 앞으로 한의학 세계화를 통해 협력국가에 진출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서울대 간호대 김진현 교수는 의사 인력이 부족한 것을 잉여 한의사 인력으로 채우자는 주장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현재 의사인력의 수급 부족이 심각하다"며 "국내 한의과대학의 양한방 일원화 교육체계 전환이 허용되면, 앞으로 부족한 의사인력을 이같은 교육을 받은 한의사로 채우자"고 제안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남아 도는 한의사 인력도 활용할 수 있고 의사 인력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며 "재정 지원이나 교육 시스템 개발 등이 선행되면 반드시 생각해볼 문제"라고 언급했다.


정확한 진단 뿐 아니라 연구 활성화 위해 '의료기기 사용 속히 허용' 주장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한의계가 삭감의 폭격을 맞고 있으므로, '진단의료'기기 사용 허용을 통해 연구논문을 활발히 낼 수 있는 환경도 조성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국대분당한방병원 김장현 원장은  "한의사들이 제대로된 한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문의제도를 확실하게 시행하려면 임상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막으면서 한의계의 전반적인 상황이 마비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근거중심을 강요하면서 근거를 마련하는 환경조차 억제하는 것은 아이러니"라며 "한의대에서 진단기기를 활용하는 교육을 시키고 또 이를 통해 많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김진현 교수도 "직능간 갈등은 한의사들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라며 "제3자인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한의사들도 진단기기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피력했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최근 한방의료분야에 대한 삭감 폭탄이 터지고 있는 것에 대해 김 교수는 "심평원은 논문 등 근거를 중시한다"며 "한방은 근거가 없어 불인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따라서 근거(에비던스)를 산출하는 연구를 활발히 할 수 있게끔 연구 능력을 향상시키고, 한방에서의 연구를 과학화하기 위해  진단기기 사용은 불가피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복지부 강 과장도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데 공감하고, 복지부도 이를 굉장히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허용해줄 경우 자칫 잘못하면 직능간의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고, 이에 따라 모든 보건의료정책이나 아젠다가 모두 없어져 버릴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견지했다.

그럼에도 "최근 헌법재판소, 대법원 등의 판례나 취지 등을 보면 한의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기기에 대해 기준이 마련되고 있다"며 "이러한 사례를 토대로 복지부에서 교집합을 찾아내 한의사들이 사용 가능한 기기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또 "정부에서 이에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으며,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등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며 "한의사들이 지나치게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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