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양밍의대 Chiang 교수 "두개내출혈 위험 더 높아···NOAC 적합"
"아시아인 하위분석서 상대적 우위 다비가트란 150mg 1순위 고려"

천-엔 치앙 교수
"항응고제 치료가 필요하지만 두개내출혈 위험이 높은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에게는 다비가트란, 리바록사반, 아픽사반을 투여해야 한다." 미국신경과학회(AAN)는 최근 발표한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 가이드라인을 통해 출혈 고위험군에게 신항응고제(NOAC)를 적용하도록 권고했다.

뇌졸중 예방을 위한 항응고제 전략에서 와파린이 중심을 이루던 기존 권고안을 뒤집은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서 NOAC은 와파린의 대체수단이 아니라 보다 우선되는 1차선택으로 전면에 서 있다.

이 같은 변화는 RE-LY 등 랜드마크 임상연구에서 NOAC의 두개내출혈 위험이 와파린과 비교해 유의하게 낮았다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일례로 다비가트란 150mg 요법은 연간 두개내출혈의 상대위험도를 와파린에 비해 60%까지 감소시켰다(relative risk 0.40, P<0.001). 3개 NOAC군 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출혈 관련 안전성이다. 와파린 치료 시에 두개내출혈 위험이 항시 고려돼야 한다는 문제제기와 함께, 뇌졸중 예방전략을 쓰면서 뇌출혈의 잠재적 가능성을 감수해야 하는 아킬레스건에 대한 해결방안을 동시에 읽을 수 있다.

아시아 심방세동 환자의 연구를 다수 주도해 온 대만 양밍의대의 Chern-en Chiang(천-엔 치앙) 교수는 이러한 사례가 아시아인에서 더욱 두드러진다며 인종에 따른 항응고제 선택전략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임상 의학자다.

지난 3월 '2014 Focus SPAF' 심포지엄 강연차 방한한 Chiang 교수는 같은 위험도라도 아시아 심방세동 환자의 실제 뇌졸중 발생빈도가 비아시아인에 비해 높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뇌졸중 위험을 막기 위해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와파린으로 치료할 경우, 아시아 환자에서 두개내출혈 위험이 2~4배 정도 더 높으며 이로 인해 사망률이 증가하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와파린 치료와 관련해서는 또 이상적인 INR 범위(2~3)가 아시아인에서 더 좁을 수 있다는 점과, 치료 상의 위험(두개내출혈)이나 어려움(INR 조절)으로 인해 와파린 처방률이 매우 낮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Chiang 교수는 아시아 심방세동 환자에서 나타나는 뇌졸중 유병특성과 예방치료의 한계 등을 고려해 경구 항응고제의 글로벌 vs 아시아 전략이 달라질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아시아인의 경우,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을 위한 항응고치료의 무게중심이 와파린에서 NOAC으로 옮겨져야 한다는 것이다.

- 비아시아 대비 아시아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위험은 어느 정도인가?

-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위험척도 상 같은 고위험군이라 해도 아시아인의 발생빈도가 훨씬 높다. CHA₂DS₂-VASc score가 2점 이상인 아시아 고령 환자 중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 뇌졸중 위험이 8.2배인 반면, 비아시아인은 3.7배 정도다.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한 NOAC의 대규모 임상연구에서도 CHADS₂score는 아시아인과 비아시아인이 비슷하지만, 뇌졸중 위험은 아시아인이 휠씬 높았다.

- 이를 막기 위한 항응고치료에 있어서도 아시아인의 특성이 관찰되는지?

- 아시아인 심방세동 환자를 보면 와파린 치료 시의 두개내출혈 위험이 와파린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 14.86배나 늘어난다. 서양인의 경우 2.27배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큰 차이다. 또한 NOAC과 관련된 주요 임상연구들의 하위분석 결과를 보면, INR이 2~3 범위로 적절히 조절되는 경우가 훨씬 적었다.

중요한 것은 INR이 2~3 사이에 들어와 있는 환자일지라도 주요출혈 및 뇌졸중, 전신색전증 발생률이 아시아인에서 휠씬 더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아시아 심방세동 환자에서 이상적인 INR 범위가 비아시아인에 비해 더 좁을 수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아시아 환자의 와파린 처방률도 매우 낮다.

- 아시아인을 위한 항응고제 전략이 글로벌 전략과는 어떻게 차별화될 수 있나?

▲ 대만 양밍의대 Chern-en Chiang 교수
- 약제에 따라 효능과 안전성에 차이는 있지만 모든 NOAC 제제가 두개내출혈의 발생률을 감소시켰으며, 이 결과는 인종에 상관없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와파린의 가장 심각한 부작용인 두개내출혈이 감소하는 것은 NOAC의 가장 큰 혜택 중 하나다.

특히 아시아 환자에서 모든 NOAC이 두개내출혈 발생률을 와파린에 비해 의미있게 줄였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인이 NOAC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비아시아인에 비해 휠씬 크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다.

아시아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에 대한 연구에 집중해 온 연구자의 관점에서 보면, NOAC의 가장 큰 장점은 두개내출혈을 줄여주는 정도가 아시아 환자에서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와파린 사용으로 나타나는 두개내출혈로 인한 사망률이 서구인은 50% 정도인데 반해 아시아인은 60% 정도로 높은데, NOAC을 통해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 아시아인 유병특성을 고려했을 때 NOAC 제제 내에서도 차별적 선택이 가능한가?

-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예방효과와 두개내출혈 및 주요출혈 감소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싶다. 아시아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감소에서 우월성을 입증하고 두개내출혈 및 주요출혈 감소의 안전성에서도 우수한 효과를 보인 다비가트란 150mg 처방을 우선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두번째로 고려할 수 있는 대상은 다비가트란 110mg과 아픽사반이다. 두 약제의 아시아인 결과에서 주요출혈 및 두개내출혈이 와파린에 비해 우월하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는 전향적 분석이 아닌 사후분석 결과이고, 약제 간의 직접비교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NOAC의 주요 임상연구인 RE-LY, ROCKET AF, ARISTOTLE 및 ENGAGE AF-TIMI 48의 하위분석 결과를 종합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아시아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한 RE-LY 하위분석 결과를 보면, 다비가트란 150mg과 110mg 모두에서 와파린 대비 우월한 두개내출혈 예방효과가 나타났다. 대출혈 위험 역시 두 용량 모두 와파린 대비 현저히 낮았다는 점이 주목할 만 하다.

- 미국신경과학회 가이드라인은 두개내출혈의 위험이 높으면 NOAC 처방을 우선 권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시아 가이드라인은 어떨 것으로 예상되는가?

- 와파린이 여전히 포함돼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미국의 가이드라인이다. 만약 미국의 전문가들이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하위분석 결과를 면밀히 보고 아시아인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면 와파린이 제외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아시아인 심방세동 환자들은 와파린 복용 시 두개내출혈이 매우 높게 나타난다. NOAC 대비 뇌졸중 예방효과는 낮고, 두개내출혈 위험은 높은 와파린을 계속 처방하는 것은 치료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아시아인에서 NOAC 치료의 혜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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