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병원 입찰 제한 추진하는 한림의료기에 업체들 반발

퍼시스가 들어온 병원 침대업계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처음에는 대기업 진입으로 시장의 가격인하를 주도해 서로 제 살깎아먹기 경쟁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더니, 아예 대기업의 입찰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추진 중이다. 

침대 업체는 총 40여개에 달하며, 이중 절반은 10~20명 직원에 불과한 소기업군이다. 마진이 별로 없는 수동침대에서는 소기업끼리 경쟁하되, 공공병원과 사립병원 대규모입찰은 성심의료산업, 한림의료기, 퍼시스, 태창프라임 등 주로 5개 업체가 맡는다는 설명이다.

성심의료산업이 강자로 자리매김해어다 침대업체를 인수한 한림의료기가 엎치락뒤치락했고, 그러던 중 뛰어든 퍼시스가 단가를 대폭 낮춰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갔다.

이런 가운데 한림의료기가 병원용 침대 품목에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중기간 경쟁) 지정을 추진하려고 하자 퍼시스는 물론, 중견, 수입업체 모두 반발하고 있다. 만약 지정되면 한림의료기 한 곳이 독점을 하게 되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지정이란, 중소기업청이 지정하는 것으로 국내제조 및 용역 회사에 대해 공공기관 입찰 시 중소기업에 우선권을 주고 중견기업에 자격 제한을 하는 근거가 되는 규정이다.

퍼시스, 성심의료산업, 스트라이커, 동방헬스다인 등은 경쟁사이면서도 한림에 대항하기 위해 처음으로 연합했다. 이들은 “중견기업연합회 차원으로 반대의견을 냈으며, 고객사인 중소병원협회도 반대한다고 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좋은 제품을 싸게 사는 것이 맞는데, 한림에서 시장 독점을 하려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한림의료기, 중기간 경쟁 왜 추진하나?

한림의료기의 입장은 절박하다. 중소기업이지만, 소기업에 가깝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든 임원이 나가서 일하지 않으면 안되는 규모이고, 입찰 하나에도 생존이 좌지우지된다고 전했다.

특히, 주력하

 
고 있는 3모터 침대는 간단한 버튼 조작으로 침대의 높낮이 등의 움직임을 조작할 수 있다. 나머지 독일의 바퀴, 분할형 사이드 레일, 오버베드 테이블 등의 사양도 업체들간 유사하다. 문제는 퍼시스가 원래 가격보다 대폭 낮춰서 입찰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한림의료기에서 침대사업을 총괄하는 김흥렬 이사는 “사양을 어떻게 정했는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게 된다. 모터, 바퀴 등이 전부 수입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원가라는 것이 있는데, 퍼시스는 보훈병원 입찰 참여 당시부터 시장 가격보다 훨씬 낮게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기업의 자본력으로 가격단가를 낮춘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이사는 “퍼시스는 자본력이 중소기업과 차원이 다르다. 퍼시스가 들어오기 전에는 영세기업, 소기업, 중기업 하나씩 입찰에 참여하고 서로 자기 테두리 안에서 경쟁해지만, 이제는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중소기업은 더 이상 살 길이 없다고 보고 있다. 자본금이 있어서 몇 년씩 버티는 것도 아니고, 당장 가격 단가를 낮추기도 힘들다. 생각 끝에 고안한 것이 바로 공공시장 입찰을 3년가량 유예시키는 방법인 중기간 경쟁이었다.

김 이사는 “퍼시스를 방해하자는 것은 아니고, 중소기업들이 기반을 닦기 위해 공공시장에만 입찰을 참아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연대, 고대, 아산병원 등 수많은 사립병원 시장이 있고 공공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다지 무리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병원침대는 한 번 교체하면 교체주기가 10년, 15년이 되는 만큼 시장이 매우 작다고 보고 있다. 대기업이 공격적으로 뛰어들어 확장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대기업이 돈을 투자해 봤자 메리트가 없는 시장이다. 1년에 수백억, 수천억원 시장이 된다면 이해한다. 그러나 일년에 100억, 200억원이 전부인데, 이 시장에까지 들어오려는 대기업이 야속하다. 그동안 침대 하나에 기술력을 투자했지만 중소기업을 죽이고 대기업만 가져가는 꼴”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한 “침대를 많이 만들어 판매했던 회사는 다 망했다. 그만큼 교체주기도 길고 시장이 없는 수준이다. 공공병원에서 판로를 모색하면서 기술력을 확대해 해외시장 진출까지 도모할 것이다. "이라며 "당장 하루하루가 절박한 회사로서는 할 수 있는데까지 하겠다. 사업을 방해할 힘도 없고 능력도 없다. 다만 공공시장에만 입찰을 할 수 있도록 요청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퍼시스, "정정당당하게 고객에게 승부하라"

일단 주력 타깃이 된 퍼시스로서도 할 말이 많다는 입장이다. 일단 그간 오랜 시간 준비해왔고, 무리한 가격 경쟁으로

 
몰아갈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다.

퍼시스 관계자는 “퍼시스 나름대로 2005년부터 사업을 준비해 기기 설비까지 2010년도에 완료하고 제품 개발도 3년을 걸쳐서 했다. 겨우 입찰에 참여한 것이 2012년부터다”며 “갑자기 진입한 것도 아니고 그만큼 면밀한 투자가 있었다. 아직 우리나라에 부족한 전동침대 기술을 끌어올리는 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미 가구 쪽에서 중기간 경쟁이 선정돼 매출의 3분의 1이 사라질 정도로 중기간 경쟁은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퍼시스, 보루네오, 리바트 등도 대기업 대열이라고 볼 수 없지만,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의료기기는 미국, 유럽 제품이 다 장악하고 있다. 당장 한국에는 전동침대 기술 향상을 위해 미래창조과학부 과제로 선정이 돼서 개발 중이다. 한쪽에서는 입찰 제한 추진을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기술개발로 해외 수출을 독려하고 있는 모순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한림이 고급침대 기술을 비롯해 화상환자, 분만침대 등의 고기능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환자모니터링 등 외국침대와 비교했을 때 기술이 무려 10년 이상 뒤진다고 밝혔다. 그만큼 아직은 침대시장 자체를 키워야 하고 제품 개발을 해야 한다는 것.

그는 "공공시장에서의 입찰 제한을 반대하는 이유는 시장을 민간에서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국공립에서 주도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동침대 교체하는 추세는 오히려 공공시장이 주도하고 있고 비중도 40%에 달한다"며 "제대로된 경쟁을 하고 고객으로부터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라"고 주문했다.  


성심의료산업 "한림이 독점하겠다는 것"  

국내 제조사인 성심의료산업도 사실은 퍼시스 진입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업종 분류 상 ‘중견기업’에 묶이면서 중견기업 입찰 제한을 추진한 한림과 대적하게 됐다. 한림의 독주를 막기 위해 퍼시스와 손을 잡게 된 아이러니한 형국이다.  

성심의료산업 관계자는 “우리도 퍼시스의 피해자다. 시장 가격과 다르고, 10% 이상 싸게 입찰에 들어왔다”며 “다른 의료용 소모품이 많아 중견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한림 때문에도 피해를 입게 된다. 성심이 침대산업에서 최고라고 했는데 이제는 3등으로 내려갔다. 시장을 따라가기 위해 투자를 한 상태지만, 여기저기 막혀 이도저도 못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냉정하게 전동침대 시장은 성심, 퍼시스, 한림, 태동 등 4개 업체만 수입사에 대항할 정도로 기술을 흉내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한림이 입찰 제한을 걸어버리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업체가 한림밖에 없고 곧 독점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작년 12월에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몸무게 측정이 될 정도로 선진제품에 버금가는 제품을 13대 구매했다. 이 제품은 중기간 경쟁제품에 한한다고 했다. 결국 한림 혼자 들어갔고, 입찰 가격 경쟁을 하지 않아 구매자 입장에서 오히려 비싼 가격을 줘야 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한 “중기간 경쟁제품이 추진되면 공공연하게 독과점이 나올 수 있다. 중견기업이 못들어가고 수입사도 제한된다”라며 “이미 병원에서 필요한 사양, 스펙이 아예 장벽이 있어 제대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제조사가 몇 군데 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림이 독점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수입업체, 무역분쟁까지 초래 가능

수입업체의 불만도 상당하다. 국내는 어차피 병원들이 구매여력이 많지 않은 상태로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었다.  겨우 1인실, VIP실, 중환자실, 응급실 등으로 한정되고 있지만, 이것마저도 막히게 된다고 호소했다.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한림, 성심이 70% 이상의 시장을 차지하고, 정작 어려운 중소기업은  수동침대에만 포진해 시장 진출이 제한된다. 중기간 경쟁은 수동침대에 적합하고, 3모터 시장에서는 부당하다. 퍼시스 제품은 싸면서도 기술경쟁력이 있다"며 퍼시스 편을 들어줬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수입시장은 고작 20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의료기기의 유일한 중기간 경쟁업체 선정 선례를 남기면서 다른 제조업체들이 모두 입찰제한을 추진하고 싶어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자칫 다른 나라에 불공정거래로 지적돼 무역분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림의료기의 중기간 경쟁제품 선정에 반대하는 이들 업체 연합은 “각자 투자를 하고 기술개발을 하고 동반성장해서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시장을 한림이 3년간 혼자 독식하려는 것이다. 중기간 보호가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달 말 중소기업청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되는 가운데 업체들 간 신경전이 극에 달해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작은 시장을 놓고 여러 업체들 간 치열한 경쟁을 하다 보니 어떻게든 살길을 모색하기 위해 공정하지 않아 보이는 경쟁도 서슴치 않을 수 있다"이라며 "보훈병원에 이어 분당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입찰로 이어지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쟁을 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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