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정책 네트워크 강화해 언제·어디서든 신속·정확 치료 가능케"
"뇌졸중 진료 3D 직종···희생·봉사정신 갖춘 전문가 집단 육성할 것"

▲ 올해 3월부터 대한뇌졸중학회를 이끌고 있는 정진상 이사장(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이 '국가뇌졸중안전망' 구축을 최대 역점과제로 삼겠다며 새로운 기치를 내걸었다. 사회적 질환으로 자리한 뇌졸중과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의사들, 그리고 이들을 진두지휘하는 학회에 대한 국가·사회적 요구에 부응키 위해 소명의식을 갖춘 우수한 역량의 전문가 집단을 육성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뇌졸중 폐해에 따른 사회적 소명 명확해져"

뇌졸중은 전세계적인 주요 사망원인 중 하나로 여전히 위협적인 위치를 고수하며 사회 전반에 치명적인 공격을 가하고 있다. 또한 지속적으로 환자를 양산, 장애로 인한 과도한 사회·경제적 비용부담을 요구하며 나라의 기반이 될 국민건강과 삶의 질을 흔들고 있다.

뇌졸중의 사회적 여파가 커짐에 따라, 그리고 학회의 부단한 노력으로 1998년 창립된 짧은 역사의 대한뇌졸중학회는 2000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대규모 조직으로 성장했다. 신경과를 필두로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신경영상의학, 뇌혈관중재술 등 영역 또한 학문적 발전과 함께 전방위적으로 확대됐다.

여기에 세계뇌졸중학회(World Stroke Organization)의 World Stroke Congress를 유치하는 등 국내외적으로 학회의 위상 또한 크게 제고됐다. 학회는 이제 뇌졸중의 예방에서 치료, 더 나아가 재활에 이르기까지 막중한 학문적·사회적 책임을 떠안고 있다.

대한뇌졸중학회가 짊어지고 가야 할 소명이 보다 명확해지고, 그에 따른 책임과 사회적 요구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이다.

"국가적 뇌졸중안전망 구축 시급"

이렇게 중차대한 시점에 뇌졸중학회의 방향타를 잡게 된 정진상 이사장은 최우선 역점과제로 '국가뇌졸중안전망' 구축사업을 계획·수립·실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언제·어디서든 뇌졸중이 발생한 환자들이 신속하게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국가적 시스템을 갖추는 데 학회가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사업추진의 근저에는 아직 우리나라 급성기 뇌졸중 진료체계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론이 깔려 있다. 정 이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그 간 학문적 기술발전과 최전선 의사들의 각고의 노력으로 뇌졸중 사망률이 감소추세에 돌입했다는 낭보를 접하고 있다.

하지만 유병률은 여전히 상승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8만에서 10만명 정도 뇌졸중이 발생한다는 분석인데, 이로 인해 성인 장애발생의 최대 원인으로 여전히 뇌졸중이 자리하고 있다. 뇌졸중이 국가적으로 소요되는 장애인 보조비용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때문에 예방책 만큼이나 뇌졸중 발생시 초기에 잘 치료해 후유장애를 최소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Time is brain'이라는 뇌졸중 극복여정의 최대 슬로건이 이를 방증한다.

대표적 사례로 아직 국내에서는 'Onset-to-needle time' 또는 'Door-to-needle time'을 줄이기 위한 제반 시스템이 제대로 구비돼 있지 않다는 평가다. 뇌졸중 치료기술과 의사들의 역량은 원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을 만큼 발전해 있다.

소프트웨어는 잘 준비돼 있다는 것인데, 이를 적용할 진료체계인 하드웨어는 여전히 미진하다. 뇌졸중의 폐해를 온전히 극복하기 위해서는 학문적 발전과 함께 범국가적 차원의 정책적 고려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학회·정책 네트워크 강화할 것"

정진상 이사장은 '국가뇌졸중안전망' 구축사업이 단발성으로 유야무야되는 것에 경계를 표하며, 가시적 성과를 위한 단계적 기반으로 학회·정책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는 복안을 밝혔다.

학회 내에서 지역·직역간 연계를 전국적으로 확장하는 것과 함께 뇌졸중의 사회적 대처를 위한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위해 국민은 물론 보건정책 입안자나 응급진료체계 책임자 등을 비롯해 다방면으로 결속하고 대화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학회 네트워크 확장을 위해 세대간, 전문영역 간 연계를 강화하고 전국의 지역병원 및 전문가들과도 연계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기존의 국제학술 활동을 충실히 시행해 대외적으로 학술적, 인적교류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더불어 대외적으로 대국민 홍보활동 지속 추진과 함께 대내적으로는 다양한 유관 학문영역, 특히 기초학문과 연계강화의 길을 열겠다는 생각이다. 뇌졸중의 진료, 연구, 교육, 그리고 정책수립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과 함께 어울려 서로 배우고 나누는 소통과 통합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도 전했다.

"차세대 전문가 육성이 핵심 열쇠"

정진상 이사장에게 있어, 사망·장애를 야기하며 급격하게 사회적 파장을 확산시켜 가고 있는 뇌졸중에 적극 대비하기 위해서는 다음 시대를 이끌어갈 인재들을 확보하고 양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가뇌졸중안전망' 역시 우수한 역량을 갖춘 인재풀 없이는 사상누각이 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젊은 뇌졸중 전문가 육성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연구 활성화 프로그램을 별도로 준비하겠다는 것이 정 이사장의 또 다른 비전이다.

"현장에서 'noblesse oblige' 실천해야"

정진상 이사장은 뇌졸중 임상의들을 "피를 보는 위험한 상황에서 고된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3D 직종 종사자"라고 묘사하며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그 만큼 의사들의 책임이 막중한데 반해 진료환경은 열악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뇌졸중과의 전쟁에서 최전선에 서 있는 의사들은 환자의 생명을 구하고 국민보건과 삶의 질을 책임지는 고귀한 직에 선택된 이들이기도 하다고 정 이사장은 말한다. 희생과 봉사정신이 없이는 이 고된 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것을 잊지 말아 달라는 당부다.

정 이사장은 또한 "2000명이 넘는 학회 회원들 중 1% 정도의 소수 임원들이 희생정신으로 헌신하고 있다"며 "학회가 'noblesse oblige' 정신을 실천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환자교육 중요성 정부가 알아 줬으면···"

"의사가 치료하는 시대는 지났다." 다소 파격적일 수도 있지만, 21세기 현대의학에서 환자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음을 상징하는 말이다. 정진상 이사장은 "특히 뇌졸중의 예방·치료·재활에서 의사는 가이드의 역할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환자와 보호자가 이를 수행하는데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뇌졸중 진료에 있어 환자교육이 그 만큼 중요한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상당한 인력과 시간, 그리고 노력이 투자되는 교육에 수가가 책정돼 있지 않다보니 병의원으로서는 적자를 감수하고 진료에 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뇌졸중 집중치료실에 대한 수가인정 문제인데, 뇌졸중 발생 초기에 뇌졸중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받은 환자들의 예후가 훨씬 좋다는 것은 이미 세계적으로 입증된 사실이기 때문에 많은 병원들이 대한뇌졸중학회에서 인증을 받아 별도의 공간과 인력을 투입해 운영하고 있으나 별도의 보험수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뇌졸중 치료의 보험급여와 관련해서도 정 이사장은 "보건당국이 당장의 재정부담에 급급해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비용효과를 따져보고 필요한 치료가 적절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궁극적으로는 서로가 win-win(相勝)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안목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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