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6만번대 전후 세대간 갈등으로 비화 조짐

“대의원회 소속 250명은 대체 누구를 위한 대의원인가. 대체 누가 소속된 것이고, 언제 뽑힌 것인지 모르겠다.”

“면허번호 6만번대가 2000년대 의약분업 때 파업을 주도했던 전공의 세대다. 6만번 이후의 세대가 의료현안 문제에 더 절실한데, 이전에 배부른 선배들이 파업을 반대하며 뒷짐만 지고 있다.”

“대의원회 의결기구는 의협 정관에 따른 것으로 최고의 의결기구라고 볼 수 있다. 대의원회 각종 회의 참여율이 떨어져서 의결정족수의 2배 이상을 미리 뽑아두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의원들도 한가해서 매번 지방에서 올라오는 것은 아니다. 각자 치열하게 검토하고 회의한다.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은 채 말만 많아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

대의원회를 놓고 의료계 곳곳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지난 3월 30일 임시대의원총회에서는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을 뺀 새로운 비대위를 구성하는 안건이 통과했다.

의협 긴급 설문조사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면서 대의원회에 대한 불만이 폭발 중이다. 2만4847명이 참여한 이번 설문 중 ‘대의원총회에서는 새로운 비대위원장 및 비대위 구성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귀하의 생각은?’에서 '의협회장이 맡아야 한다'가 1만9547명 (78.67%)로 압도적인 결과가 나왔다.

대의원, 어떤 절차로 뽑히나?

의협정관 제24조대의원의 정수 및 책정방법에 따르면, 대의원의 정수는 250명으로 하며 책정방법을 별도로 두고 있다.

 

고정대의원은 시·도 지부 각 2명, 의학회 대의원 정수의 100분의 20명, 개원의협의회 대의원 정수의 100분의 10명, 군진지부 5명 등을 두고 있다.

비례대의원도 별도로 두게 되는데, 시도지부에는 대의원정수에서 고정대의원 총수를 뺀 나머지를 할당한다. 대의원 임기가 시작되는 회계연도 이전 3개 회계연도의 12월말 현재까지 회비를 납부한 회원수의 비율에 따라 책정한다. 

정원책정 후 대의원 총수가 총 4명 미만이 되는 시도지부 및 협의회에는 정원의 범위 안에서 추가배정 할 수 있다.

제25조 대의원 선출방법을 보면, 대의원은 각 지부, 의학회 및 협의회에서 회원의 직접·비밀투표에 의해 선출한다. 다만, 각 지부, 의학회 및 협의회의 회칙에 따라 별도의 방법으로 선출할 수 있다.

제26조 대의원의 임기와 권리 의무에서는 대의원의 임기는 3년으로 한다. 대의원 임기는 선출된 해의 정기총회 개최일부터 3년 후의 정기총회일 전일까지로 한다. 다만, 총회를 소집한 의장단은 후임이 선출될 때까지 그 직무를 수행한다. 대의원은 총회에 출석해 의안을 발의하고 심의하며, 의결권을 가진다.

대의원은 총회에 성실히 출석할 의무가 있으며, 대의원이 출석할 수 없을 때는 소속 단체의 장에게 사실을 보고해야 한다. 소속단체의 장은 교체대의원이 총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교체대의원에게 사전에 통보해야 한다.

제27조 교체대의원 규정에서는 대의원의 유고나 결원시에 대비해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적정 수의 교체 대의원을 둔다. 교체대의원은 선출시 그 순위를 정하여야 한다. 다만, 각 지부, 의학회 및 협의회의 회칙에 의해 별도로 정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각 시도의사회에서 선출한 대의원을 바탕으로 의학회, 개원의협의회 등의 중심세력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 의협 조사자료에 의하면 의사회원 중 가장 인원이 많은 세대는 40대 이하의 젊은 세대지만, 의료계 여론을 몰고 가는 시도의사회장단과 대의원 중심세력은 50대 개원의들이다.

젊은 의사들, 대의원회에 불만 폭발

대의원회를 두고 아예 세대 간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젊은 의사들은 과연 대의원회가 누구를 위한 것이고 의사 전체를 대변하는 기구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의원들이 기득권으로 무장한 선배 의사라고 비판했다.

의사 A는 “의료계 선배들도 나이, 연륜 많다고 후배 의사들이 선배로 대우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배부른 돼지' 취급 받는다. 대의원 구성 기준이 과연 타당했을지 의구심이 든다. 학연, 지연, 수련연 등이 완전히 배제되고 오로지 업무 능력에만 의거해서 대의원을 구성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의사 B도 “이번 논의가 있기 전까지는 대의원회의 존재도 몰랐다. 지금도 어떻게 하면 대의원이 될 수 있는지도 모른다”며 “많은 젊은 의사들이 모를 것이다. 내가 뽑은 의협회장을 존재도 모르는 대의원이라는 사람들이 끌어내리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의사 C는 “벌 만큼 벌고 자리 잡은 선배의사들이 내 편, 네 편 나누고 있을 때 이제 시작하는 후배들은 그 장면을 보면서 목이 메어온다”며 “마치 친목동호회같은 대의원회가 최고 의결기구라면 조만간 의사들 내부에서도 세대갈등이 현실화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반면, 대의원회를 아는 의사들은 이같은 일방적인 비판에 감정적으로 대응할 일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의사 D는 “대의원도 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별도 시간을 할애해서 각 지역 회의에 참여하고 지방에서 서울에 올라오기도 한다.  평소에는 관심조차 없다가 이제야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바쁜 시간 쪼개 참여하고 치열하게 논의한 사람들의 노고를 알아야 한다‘고 쓴소리를 냈다.

의사 E는 "비판하는 젊은 의사들이 의협회비 납부는 했는지, 평소에도 의료현안에 관심갖고 논의한 적은 있었는지 의문이다"라며 "SNS 상에서 손가락으로 훈수두려는 사람은 많은데, 과연 실제로 시간을 할애해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도 생각해보고 신중하게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 대의원은 "미래가 불확실한 젊은 의사들이 의료계 중심을 이끌어가는 오피니언리더의 세대 교체를 원하고 있고, 이들은 어딘가에 기대고 싶어한다. 그 중심에 SNS를 통해 젊은 의사들에게 다가서려는 노환규 회장이 있고, 바쁜 상황에서도 급변하는 소식을 접하고 어떻게든 헤쳐나가고 싶어하는 이들이 심정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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