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우 의장의 거부에...결국 노환규 회장 직접 문자투표 실시

2차 총파업과 관련한 회원 투표를 두고 대한의사협회 집행부와 대의원이 팽팽한 갈등을 빚고 있다.

내홍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의협 집행부는 대의원의 의사결정과 관계 없이 오늘(28일)오후부터 회원투표를 감행할 예정이다.

의협 노환규 회장은 최근 잇따라 열린 시도의사회 총회 축사를 통해 "오는 30일 개최될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2차 파업'에 대한 회원투표를 진행하는 안건을 올려 회원들의 뜻을 묻겠다"고 거듭 밝혀왔다.

또 오늘(28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보됐던 2차 총파업 재개 결정을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내려줄 것을 요청했으나, 대의원 의장이 '총파업 결정은 대의원총회에서 대의원들이 결정해야 한다'고 전했고, 긴급을 요하는 사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다시 대의원에 회원 투표를 재요청할 예정"이라면서, 다만 "변영우 대의원 의장이 줄곧 대정부 투쟁을 반대해왔기 때문에 임총에서 이를 끝내 다루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오늘 오후부터 (집행부 단독으로) 전체 회원투표를 시작하겠다"며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면 회원투표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오늘 정오부터 시행되는 회원문자투표 내용.

 

찬반양론 팽팽...경기도의사회 대의원의장은 "회장은 물론 비대위, 투쟁위 모두 권한 없다" 주장

이 같은 의협회장의 독단적인 결정에 대해 찬반 양론이 팽팽히 갈리고 있다.

우선 집행부의 뜻에 찬성하는 회원들의 경우 "회원 파업 재개는 긴급을 요하는 사안이므로 대의원들이 정하는 것이 아닌, 회원들의 의견을 묻는 게 맞다"며 "의협은 대의원이 아닌 회원의 목소리가 수용돼야 하는 곳"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또 "의결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아니고 안건을 올려달라는 것 뿐인데 대의원의장이 극구 반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의협 집행부 단독으로 추진하는 회원투표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반면에 "현재 정부의 원격의료 선입법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사안에 대해 잘 모르는 회원들이 많다"며 "투표를 하기 전에 미리 공지를 하는 등 회원들과의 소통부터 먼저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또 이 같은 중대한 사안에 대해 공식 보도자료나 회원 홈페이지가 아닌 개인적인 공간인 페이스북에서 먼저 공포한 것에 대해 불쾌함을 표하는 회원들도 많았다. 한 회원은 "노 회장의 소통창구는 페이스북밖에 없는 듯하다.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부디 자중해달라"고 꼬집었다.

뿐만 아니라 "단지 대의원의장이 거부했다는 단 한 마디만 있을 뿐 공식적인 문서나 첨부자료가 없다"며 "대의원 의장도 거절한 사유가 분명히 있을 텐데 노 회장은 자신의 변론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의협의 내홍과 분란이 짙어지는 것을 걱정하는 회원도 있다. 한 회원은 "파업을 유보하자는 방향으로 유도한 것은 노 회장이었다. 이 때문에 회원 간 분열이 심해졌다"며 "이미 지지층을 많이 잃어버린 상태에서 또다시 분란을 일으키지 말고, 회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특히 경기도의사회 대의원 의장은 이 같은 회원 투표가 원천무효임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양재수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경기도의사회 의장)은 "대의원의 인준도 없이 의협에서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비상대책위원회'와 '투쟁위원회'를 설립했다"며 "이들의 업무와 결정은 대의원에 전권을 위임받지 못했으므로 원천 무효"라고 말했다.

따라서 "노환규 회장을 비롯한 비대위, 투쟁위의 투쟁, 협상, 회원투표, 집단휴진, 파업지시 등은 모두 정관 위반"이라며 "이는 정관뿐 아니라 민법에도 어긋나는 재량권 일탈과 남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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