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알버트 SFA 대표컨설턴트

미국식품의약국 FDA와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비슷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지만, 인식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절차의 투명성과 업계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에 그 비결이 있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26일 오송 식품의약품안전처 후생관 대강당에서 ‘의료기기 인허가를 위한 임상평가동향(Clinical Evaluation for Regulatory Approval of Medical Devices)’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특히 이번 세미나에는 의사이면서도 수년간 FDA에서 의약품, 의료기기 인허가를 담당해온 수잔 알버트(Susan Alpert)  SFA 컨설팅사의 대표컨설턴트를 특별 초청했다.
 
제품의 안전성,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실시하는 임상시험은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면서도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오는 2016년 의료기기 허가 시 임상자료 제출 의무화 추진을 앞두고, 우리나라보다 앞선 FDA에서의 경험담을 들어봤다. 

 

Q. 그동안 FDA에서 해왔던 일에 대해 소개해달라.

처음에는 전염병 관련 의약품 허가심사를 담당하다가 수년간 의료기기를 맡게 됐다. 의약품과 의료기기 허가는 분명히 다르다. 의약품은 정해진 임상시험 절차에 따라 달라지게 되지만, 의료기기는 제품 자체가 환자별, 제품별로 매우 세분화돼 있다. 대규모 임상이 필요하다기보다는, 복합적이면서 진화하고 있는 의료기기 기술에 맞는 이해가 필요하다.  

Q. 의료기기 허가를 위한 임상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미국은 의료기기가 3단계로 분류돼 있다.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1,2등급 의료기기 중에서 실제 임상자료가 필요한 것은 10%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90%는 필요없다고 볼 수 있다. 제품의 본질적 동등성이 인정되면 모든 허가절차를 거치지 않고 빠른 시간 내에 허가해주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의료기기가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지만, 환자를 위해 유용한지를 가장 먼저 보기 때문이다. 대신 위험등급인 3등급에서는 항상 임상시험 자료를 필요로 한다. 위험하거나 유효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1, 2 등급 의료기기에 대해서는 510K(Premarket Notification)가 적용되고, 사람의 생명에 관련된 장비가 해당되는 3등급 의료기기에 대해서는 PMA(Premarket Approval)가 적용된다.

Q. 허가절차를 위한 보고서는 어떻게 도출되나.

FDA는 보고서를 매우 중시한다. 심사위원 몇 명이 어떤 일을 하고 무슨 평가를 하는지 낱낱이 기록한다. 아직 허가받지 않은 제품이라면 연구자나 기관이 적절한 임상시험 경력을 가지고 있는지, 충분한 근거를 만들 수 있는지, 윤리전문가 등을 갖춘 별도의 IRB가 구성돼 있는지 등을 명확히 기록한다.

Q. FDA심사위원의 자격요건이 별도로 있나.

매년 예산에 따라 심사인원이 달라지게 된다. 기술엔지니어가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의사, 생물학자, 수의사, 통계학자, 간호사, 통계학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
FDA 심사위원들은 업체와의 이해상충이 있으면 안된다. 제품, 회사와의 이해가 없어야 하고, 경쟁사와도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는 안 된다.  심사위원들의 교육도 매우 중요시한다. FDA의 규제와 역사, 과정, 특별 프로그램 등을 배우게 된다. 실시간으로 규제가 바뀌고 법도 바뀌는 것은 물론, 끊임없이 기술이 변화되기 때문이다. 심사위원은 현업에서의 지식과 경험을 우선시하고, 업계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Q. 한국에서는 ‘규제’하면 옭아맨다고 생각하기 일쑤다. 식약처가 FDA와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절차의 투명성이다. 모든 임상시험 절차나 허가 절차를 면밀히 공개하고 업체에 알려야 한다. 필요한 서류와 내용이 무엇인지 쉽게 열람 가능하도록 하고, 누구나 공개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각 심사위원들은 업계의 질문에 대해 무조건 답을 해줘야 하고 결과를 공개하게 돼 있다. 
그만큼 안전성, 유효성 검증을 위해 FDA규제가 필요하다는 전제 하에 심사위원과 업계가 서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다. 

Q. 의료기기 임상시험의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제품이 시장에서 얼마나 안전한 근거를 내놓는지가 관건이다. 근거자료를 토대로 안전하다는 보장을 FDA가 해줄 수 있다.
그동안 업체들이 제출한 임상자료에 상당히 의존했다. 그러나 기존 임상자료 제출 외에도 다른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속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라고 요구할 필요없이 병원 등을 통해 FDA가 직접 추적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자료 제출 외에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을 고안 중이다.

Q. 의료기기 임상시험, 허가심사의 전망은 어떤가?
 
비용, 노력이 소요되는 만큼  몇 년간 꾸준히 임상시험을 요구할 수만은 없다. 의료기기를 사용해 치료받은 병원으로부터 환자 치료 근거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할 수 있다. 추후에는 민간보험, 국가보험을 통해  환자들의 부작용이나 사망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FDA가 보험 정보를 취득한다면, 특정치료로 인해 사망한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볼 수 있다. 재수술을 받은 환자를 확인하거나, 아직 허가받지 않았지만 치료방법이 없어 꼭 필요한 장비까지 살펴볼 수 있다.

Q. 새로 나온 첨단의료기기가 매우 많다. 매번 의료기기로 허가받아야 하나.

FDA에서도 많이 논의되는 부분이다. 명확히 따져봐서 평소 건강관리를 위해서라면 의료기기가 아니며, 병원에서 의사가 진단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의료기기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앱이라면 앱이 의료기기 허가 대상이며, 스마트폰 자체를 허가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Q. 다른 나라의 규제를 공유하는 국제조화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FDA와 국제조화는 매우 중요하다. FDA에서 승인받은 제품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판매할 수 있다. 현재 의료기기를 규제하는 곳이 50여 개국에 달한다. 개별국가에 대해 허가받기 까다롭지만, 이제는 국경 없는 글로벌시대다. 한 국가에 승인을 받으면 다른 국가에도 승인받도록 할 수 있다.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업체들도 더 많은 제품을 시장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임상자료가 더 많이 공유되고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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