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진료 국무회의 통과 후폭풍 예고

 
국무회의에서 원격진료 도입을 뼈대로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심의·의결되면서 대한의사협회 집행부의 협상력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의협은 보건복지부와 2차 의정협상을 통해 원격진료 시범사업과 건강정책심의위원회 공익위원에 의료계 인사를 추가한다는 것을 성과물로 받아들여 2차 총파업도 유보하고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태였다.

그런데 25일 서울청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가 열려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의해 의결시켰다.

개정안에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원격진료를 허용하고 지속적인 관찰과 상담, 교육, 진단처방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재진 이상의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와 섬·벽지 거주자, 거동이 어려운 노인·장애인, 일정한 경증질환자 등에 허용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문제는 이번에 국무회의를 통과한 원격진료 개정안은 2차 의정협상에서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입법 전에 시행하겠다는 의협의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국 정부가 추진하려던 원격진료 원안이 그대로 국무회의를 통과된 것이다.

의협 집행부가 발끈하고 나섰지만  의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의협 노환규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입법 후 시범사업이 의정간에 합의한 선시범사업으로 고쳐지지 않은 상태로 통과됐다”며 “복지부 내부사정이야 어떻든 이로 인해 회원들의 염려와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대한 명확한 해명은 복지부의 몫”이라고 복지부를 탓했다. 

또 “문구가 수정되지 않은 채 의정협의 결과에 반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의결된 경위를 알려 달라는 공문을 복지부에 보냈다”며 “명확한 답변이 없으면 위중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격진료에 대한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의사들은 "정부가 의협을 농락했다"거나 "복지부가 그럴 줄 알았다" 혹은 "의협이 너무 순진했다" 또는 ”다시 연대해 총파업을 해야 한다“ 등의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한 개원의는 “복지부가 원격진료를 강행할 줄 알면서도 의협이 멍하게 있다 당한 것 아니냐”며 “상황이 벌어진 다음에 복지부에 공문을 보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개원의는 “협상에 있어 복지부 공무원은 의협 집행부보다 훨씬 능수능란하고 협상력이 뛰어나다는 걸 인정해야 함에도 의협 집행부는 단지 의사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공무원들을 만만하게 생각했다”며 “노회한 복지부 공무원을 대하면서 너무 순진하게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만일 노 회장이 몰랐다면 직무유기이고 알았다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협 집행부는 의사 회원들로부터의 비난뿐 아니라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정부와 야합을 했다는 비판도 이어져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처했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원격의료 심의의결은 얼마 전 의협과 정부간의 의정협상 결과가 왜 ‘의정야합’인지를 여실히 확인해 준다”며 “오늘 국무회의에 통과된 의료법 개정안을 보면, 그 의정 합의는 정부의 원격의료 추진을 허용해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의협을 비판했다.

또 “의협은 ‘시범사업 후 입법 반영’이라는 의정협상의 결과를 담지 못했다. 이것은 의협이 정부에 속았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야합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의협 집행부는 건정심 공익위원 구성에 대한 협상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4일 복지부 이동욱 건강보험정책국장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회에서 공익위원 8명 가운데 정부측 인사를 제외한 4명이 동수 추천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2차 의정협상 이후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이 계속 됐지만 복지부가 공식 석상에서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라 의협 집행부는 또 다시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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