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준비 철저하게, 나라마다 다른 환경 감안해야

[메디칼업저버 KIMES 2014 병원경영 세미나]

"강의장에서 해외 병원 벤치마킹 함께 떠나실래요?"
메디칼업저버와 한국이앤엑스는 지난 16일 한국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KIMES 2014)가 열린 서울 코엑스에서 '강의장에서 떠나는 해외병원 벤치마킹’ 세미나를 마련했다.
국내 병원들에 위기감이 상당한 가운데, 미국, 유럽 등 전세계 병원 사례를 토대로 국내에 적용해볼 수 있는 다양한 혁신 사례가 제시됐다. 일찌감치 사전신청이 마감되고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대성황이었던 이날 세미나의 주요 강연 내용을 살펴봤다.

 

받아들이는 방법따라 달라지는 벤치마킹
미국병원의 고객만족경영과 CRM, 송상용 삼성서울병원 혁신센터장
 

벤치마킹이란 단어는 이제 흔해졌다. 대신벤치마킹을 언제, 누가 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대체로 원장이나 임원이 하면 무난하다. 벤치마킹 후 병원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권한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송상용 혁신센터장(병리과 교수)은 '미국병원의 고객만족경영과 CRM' 사례 발표를 통해 메이요클리닉, 클리블랜드클리닉 등의 벤치마킹 경험을 제시했다.   

송 센터장은 "생각보다 많은 병원이 그저 포상휴가 수준으로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 진료, 연구, 교 육, 행정, 경영 등의 세부 벤치마킹 대상을 먼저 정하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전 준비에 따라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벤치마킹을 통한 혁신은 낭비를 제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메이요클리닉, 클리블랜
   △삼성서울병원 송상용 혁신센터장
드클리닉 등에는 이미 홈페이지에 많은 정보를 올려두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미리 내용을 공부하고 검토한 다음 단계를 배워볼 수 있다.

송 센터장은 "주요 사항을 요약해 브리핑하고 다시 돌아와서 내부 컨퍼런스를 하게 된다. 잘 모르는 것은 이메일로 문의하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게 되며, 전화로 물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꼭 비용을 들여 떠나는 것만을 벤치마킹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 사례를 보면 퀄리티•환자안전은 존스홉킨스•UPMC, 환자 케어•서비스는 메이요클리닉•클리블랜드클리닉, 리서치 기술은 하버드•스탠포드•듀크대학, 비즈니스는 하버드•MD 앤더슨•UPMC 등이 우위에 있다. 

송 센터장은 "미국의 모든 병원이 환자 중심으로 변모하고 있고, 실행력이 매우 강한 것이 특징"이라며 "단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이 진정으로 받아들였을 때 변화가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메이요클리닉의 성공동력은 리더십, 문화, 재무, 혁신 등이다. 메이요는 가족병원으로 출발해 경영진이 의사다. 의사결정이 표준화되고  의사는 진료와 수술만 담당하고, 경영은 행정 전문가가 맡는다. 연구비를 많이 받아 재무도 탄탄하다.

혁신센터로 알려진 CFI(Centet for Innovation)도 설립해 디자인 외에도 프로세스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송 센터장은 "비용 절감을 기본으로 해서 수익이 나도록 하고 있고, 디자인, 프로세스 등이 개선되고 있다. 환자를 중심으로 진료공간도 전면 재배치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메이요의 마케팅 전략은 입소문 마케팅으로 마케팅 부서가 없다. 혁신적 질관리, 소셜미디어 감성 마케팅을 부각해 입소문으로 알려지게끔 만드는 것이 가장 크다.
환자 일인당 수익이 미국과 한국이 12배에 달하는 제도상의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 병원들도 환자중심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IT 시스템은 환자안전을 위한 최적의 기술
미국병원의 통합 IT 시스템, 윤영욱 GE헬스케어코리아 상무

 

IT 기술은 그저 새롭고 신선한 기술을 위해 도입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불완전한 업무를 도와주는 일을 하게 된다.  

GE헬스케어코리아 윤영욱 상무이사는 '미국병원의 통합 IT 시스템' 발표를 통해 병원에서 많은 실수가 일어나지만 IT 시스템이 도와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적으로 확인된 결과, 의료인 1인당 2만번 정도의 의료과오가 발생하게 된다. 이 중 0.01%에서 실수가 발생하고, 실수 중 25%는 심각한 우려가 나타날 수 있다. 즉, 250명의 스탭이 있는 병원이라면 하루에 500번 정도는 실수가 발생하게 된다. 100번은 누구도 인지를 못하고, 25번은 심각한 에러가 발생하게 된다. 심각한 에러가 중환자실이나 수술실에서 일어난다면 정말 끔찍한 사고로 이어진다.

윤 상무는 "다리를 바꿔서 수술한다든지 개복수술 등에 거즈를 놓고 봉합한다든지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미국에서도 일년에 44만명이 의료사고 때문에 사망하고 있다"며 "대신 IT를 많이 활용하는 100개 병원은 사망률이  7.2%로 다른 병원에 비해 다소 낮은 것으로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GE헬스케어코리아 윤영욱 상무

미국에서는 인터마운틴 헬스케어, 가이징거병원, UPMC 등이 IT를 잘 활용하고 있다. 인터마운틴 헬스케어그룹은 유타주에 있는 23개 종합병원으로, 2만8000명의 직원이 있다. 연 평균 50만명 정도의 환자를 받고 있고, 4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가장 특이할 만한 것은 40년 이상 EMR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윤 상무는 "우리나라는 2005년 분당서울대병원이 가장 먼저 도입했지만 미국은 40년이나 됐다. 유타주 60% 의료서비스를 담당하는 곳으로, 의료서비스의 질을 좌우할 정도"라며 "실제 다른 50개주 가운데 유타주가 개인 의료비가 낮은 것은 주목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마운틴에서 만든 'Qualibria'라는 EMR은 단순히 쌓기만 하는 데이터가 아니라 구조화, 변형화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마치 큰 도서관에서 핵심 정보를 뽑아내듯, CDSS 메커니즘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질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 40년간의 가장 질 좋은 처방, 치료방법을 가려낼 수 있게 된다.

가이징거병원은 3개 이노베이션인 체크리스트, 워런티, 환자 파트너링 등에 주력해 IT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체크리 스트는 의료진 간 오류를 줄이기 위해 프로세스를 계속 체크해가면서 변형을 하게 된다. 워런티는 장비를 구매할 때와 마찬가지로 치료받은 다음에 부작용이 생기면 언제든 재치료를 해준다. 이런 노력을 통해 미디어의 극찬을 받고 있다.

윤 상무는 "가이징거는 2조 500억원 매출의 4.4%인 800억~900억원 정도를 IT에 투자하고 있다. 장기요양환자, 만성질환자가가 많기 때문에 PHR도 15만명 이상 활용하고 있다. 400만명 정도가 등록된 환자이며, 1000만명 정도는 향후에 어떤 응급상황이 생겼을 때 의료정보를 볼 수 있도록 허락해 환자관리에 도움을 주게 된다"고 부연했다.

자연친화적•수평적 병원으로 변화
유럽 디자인 트렌드와 병원 적용, 노미경 위아카이 대표

 

유럽은 우리에게 여행으로 친숙하다. 특히 디자인으로 유명한 북유럽은 편리하고 기능적인 제품, 자연적인 나무에 대해 문화가 발달하고 있다. 테트라팩, 이케아 등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익히 알려진 합리적이고 저렴한 제품들이 들어오고 있다.  

공간디자이너인 위아카이 노미경 대표는 '유럽 디자인 트렌드와 병원 적용' 발표를 통해 "유럽을 마냥 좋다고 하기보단, 수용자 입장에서 생각을 해봐야 한다"며 "오히려 겉보기에는 큰 차이 없어 보여도, 내부 구조를 기능적인 동선으로 채우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북유럽의 장점은 디자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병원 환경이 많이 좋아졌지만, 대신 감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심심하고 지루하거나 심지어 차갑게 느껴진다.

△위아카이 노미경 대표



노 대표는 "유럽 병원에 가보면 자연조명이 비추고 낡은 피아노 등의 고풍있는 전시를 하고 있다.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들어가도 아무도 제지를 하지 않는다. 창문이 굉장히 독특하고, 결로나 단열방지가 잘 돼 있는 등 매우 세심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럽에서는 수평적 병원이 선호되고 있다. 10년, 20년 뒤에 자연 친화적인 수평형 병원으로 변화해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노르웨이의 Odense대학병원은 넓은 대지에 수평적인 건물로 구조화하고 센터식으로 설계돼 있다. 환자의 심리상태도 매우 중요시한다. 노 대표는 "건축 자체가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의료공간을 단순히 기능만이 아닌 자연환경과 함께 어우러진 힐링 건축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심이 병원 안으로 들어온 사례도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병원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연출됐다. 자전거 타고 갈 수 있는 병원이 될 수도 있고, 마치 동네 마실 나가듯 병원에 간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 곳이 될 수도 있다.  

노 대표는 "병원이라는 장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내 집처럼 따뜻함이 있어야 한다. 집보다 더 불편한 곳이 아닌, 더
 △덴마크의 암센터
머물고 싶은 편안한 곳이 좋은 병원이 된다"며 "세탁물 관리, 따뜻한 느낌의 가구 선택, 브랜드 이미지를 위한 통합컬러사인 등 공간디자인도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연세암병원 소아암센터, 여성암센터 디자인을 맡고 있는 그는  결과보다는 과정에 충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 대표는 "공간을 바꿔서가 아니라 브랜드와 경영을 다각화해서 하나의 모습으로 통일하고,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함께 나아가야 한다"며 "단순히 하드웨어를 뜯어고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며,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라 협의하는 문화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리 병원만의 강점 특화해야 살아남는다
해외 병원에는 있고 한국에는 없는 것, 김우성 GF소아청소년과 원장

매년 틈틈이 전 세계로 벤치마킹을 다니는 GF소아청소년과 김우성 원장은 '해외 병원에는 있고 한국에는 없는 것'을 샅샅이 살펴봤다. 

일본 순천당 동경 강동 고령자의료센터는 분산형 병원으로 수평으로 길게 늘어져 있다. 노인을 위한 재활치료실에서는 피아노 연주를 가르치고 개를 키우면서 치료를 돕는다.

 △헬로키티산부인과


네덜란드 Maastricht 대학병원은 원내 감염 예방을 위해 침대를 통째로 소독하고 있다. 침대만 다시 한 번 정렬하고 알콜로 닦는 우리나라와 차이가 난다. 대만에 있는 병원은 침대 자동 세탁기를 갖춰 놓기도 했다.

대만의 헬로키티산부인과병원은 모든 디자인에 헬로키티를 활용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 병원은 월트디즈니와 같이 테마파크로 꾸미고, 아이들이 가고 싶은 병원으로 만들었다. 

영국에 있는 Rampton secure병원은 중증 인격장애 유니트 자살 방지용 병실을 별도로 구성했다. 일본 오사카 IGT 클리닉은 암 환자를 대상으로 고급화된 병원으로 구성했다.

일본 츠치다소아과(병아보육원)는 맞벌이 부부의 취업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생긴 곳으로 가정집처럼 만들었다. 육아를 도맡아 주면서 의사는 하루에 3번 회진을 돌게 된다. 일본 성루크 병원은 일(ill)베이비, 웰(well)베이비 클리닉을 별도로 나눠놓고 감염관리에 특히 신경썼다. 

 △GF소아청소년과 김우성 원장

스위스 라프레리클리닉에서는 안티에이징을 많이 한다. 스파 클리닉은 2430만원이라는 엄청난 가격을 받고 있지만 중국 부호 등에 인기를 얻고 있다. 지중해가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산 중턱에 있는 의료호텔, 웰니스 관리를 위한 대체의학도 동양이 아닌 유럽에 많다. 프랑스 아벤느 스파클리닉은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운영하는데, 전 세계에서 2000명의 환자가 모여 온천 치료를 받는다.

태국의 얀희병원은 한국어 홈페이지가 있으며, 매달 한국에서 40~50명이 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트렌스젠더 수술, 비만수술 등을 주력하고 있으며 가격을 모두 제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덧니를 심는 기술을 가진 일본의 치과, 병원계의 후터스로 불리는 독일의 치과, 성인용으로 꾸며진 중국 불임클리닉 등의 사례도 소개됐다.

김 원장은 "의료시장이 한정돼 있더라도 우리의 경쟁상대는 한국에 국한된 것도, 그리고 같은 병의원만이 아니다"라며 "끊임없이 전 세계의 다양한 사례를 공부하고 우리 병원만의 강점을 특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리•임 솔 기자 slim@monews.co.kr  
사진•고민수 기자 msko@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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