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병원 신경과 고상배 교수

 

지난 2013년 뇌졸중임상연구센터의 뇌졸중 진료지침 개정판이 발표됐다. 2009년 발표된 진료지침 초판은 2007년까지의 주요 근거들을 반영해 작성한 것으로, 이후 새로운 근거가 추가되는 주제마다 개별적으로 부분 개정이 이뤄져 왔다. 첫 지침 발간 이후 10회 정도의 부분 개정이 있었는데, 이 방대한 자료를 한 곳에 모아 2013년에 하드카피로 전체 개정판을 낸 것이다. 즉 2013년의 뇌졸중 진료지침은 지난 4~5년 동안 개정된 내용들을 모두 반영해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한 것이다. 진료지침 개발 태스크포스팀에 참여한 서울대병원 신경과 고상배 교수를 통해 뇌졸중 1·2차예방을 중심으로 지침의 변화내용을 자세히 살펴봤다.

- 2009년 초판 발행 이후 진료지침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그동안 뇌졸중 1차예방 분야에서 ‘무증상 경동맥협착’, ‘아스피린의 뇌졸중 1차예방 효과’, ‘심방세동의 뇌졸중 예방치료’, 우리나라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뇌졸중 인식도’ 관련 내용을 추가했다. 또한 신경외과와의 협조를 통해 ‘비파열뇌동맥류의 선별검사와 치료’ 부분이 새로 추가됐다. 2차예방 부분에서는 ‘항혈소판제’에 대한 세부 내용과 ‘두개강외 경동맥협착’을 개정했다. 급성기 뇌졸중 분야에서는 ‘정맥내 혈전용해술’과 ‘동맥내 혈전용해술’을 개정해 혈전용해제의 Onset to Needle time을 4.5시간으로 정리해 완결했다.

- 한국형 뇌졸중 진료지침이라 부를 수 있나?
국내 뇌졸중의 치료가 외국의 상황과 특별히 다르지는 않다. 이번 진료지침의 개정 과정에서 아직은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국내 뇌졸중 역학연구를 바탕으로 한 위험인자 데이터가 일부 추가됐고, 약물치료에 대한 국내 특수성이 반영됐다. 최근 들어 한국인의 뇌졸중과 관련한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추후 개정과정에서는 국내 역학자료에 대한 부분을 별도의 섹션으로 추가하거나 각 섹션마다 국내 실정을 더 자세히 기술하는 방법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 대사증후군, 경구 피임제, 수면무호흡증 등은 잠재적 위험인자로 언급됐는데.
경구 피임제와 뇌졸중 위험증가의 연관성에 대한 보고들은 많이 있지만, 아직 이들 사이의 명확한 인과관계가 규명돼 있지는 않다. 최근 미국심장협회(AHA)와 뇌졸중협회(ASA)가 경구 피임제를 여성 뇌졸중의 위험인자로 언급했는데, 권고의 정도가 약하다. 모든 경구 피임제를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수준은 아니다. 우리나라 환자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자국 데이터를 비롯한 좀 더 많은 자료에 대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수면무호흡증 역시 뇌졸중 환자에서 다수의 이환이 보고되고 있지만, 직접적인 원인-결과의 관계가 아직은 부족하다. 대사증후군도 개별 인자를 봤을 때는 명확하지만, 증후군 전체와 뇌졸중 위험 간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아직 유보적이다.

-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 권고안은 순환기 쪽과 미미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신규 항응고제(new anticoagulant, NOAC)와 관련해 RE-LY, ROCKET AF, ARISTOTLE 연구에 근거한 것은 동일하며 연구에 대한 기본적인 해석에는 차이가 없다. 신규 항응고제의 적용과 관련해서는 3개 약제 모두 와파린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으로 권고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보험 급여기준 상 와파린 치료 이후 2차선택으로 급여가 되기 때문에 권고안을 일괄 적용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와파린을 잘 사용해도 TTR이 낮은 경우가 많고, 신규 항응고제들이 2차예방 측면에서 우수한 부분이 있어 새로운 약제의 적용이 필요하다. 또한 신규 항응고제 연구에서 아시아 환자를 별도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NOAC의 경우 아시아인에서 효과가 더 저명한 것을 시사하는 소견도 일부 있다. 현 보험기준이 INR 수치의 조절실패에 기계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와파린 치료가 힘든 환자에서 NOAC으로 전환하는데 애매한 부분도 있고, 임상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이 많이 있다.

- 뇌졸중 1차예방을 위한 아스피린 치료는 어떻게 정리돼 있나?
아스피린의 뇌졸중 1차예방 효과는 여성에서만 입증돼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권고하기는 힘들다. 또한 국내에서는 서구에 비해 뇌출혈의 발생이 높아, 아스피린으로 인한 출혈 부작용 발생과 예방효과의 이득을 잘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 또한 건강검진이나 두통 등 뇌졸중을 의심하지 않고 촬영한 MRI에서 뇌백질병변(leukoaraiosis)이나 소혈관변화가 발견되면 종종 뇌졸중으로 진단하고 아스피린을 처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허혈성 뇌졸중과는 명백히 다르므로 아스피린을 투약하는 데 있어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 서양의 가이드라인과 달리 실로스타졸이 뇌졸중 1차예방 단독제로 권고됐는데, 이유는?
실로스타졸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스피린을 필두로 클로피도그렐, 티클로피딘, 트리플루잘 등이 함께 언급되고 있다. 이들 약물은 아스피린과 비교해 비슷한 정도의 효과를 가진 것으로 보고돼 있다. 다만 실로스타졸은 일본에서 진행된 CSPS2 연구 등에서 뇌졸중 예방에 있어 아스피린 대비 우수한 효과와 출혈 안전성이 입증됐고, 우리나라에서도 TOSS, CAIST 연구 등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를 비롯한 충분한 근거가 있어 1차선택 단독제로 권고했다.

- 뇌졸중 2차예방을 위한 이중항혈소판요법에 대한 견해는 어떠한가?
명확한 결론을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최근의 CHANCE 연구가 RCT로서 병용요법의 효과와 안전성을 지지하고 있지만, 아직 단일 연구에 불과하다. 추후에 추가적 연구결과가 더 발표되고, 이에 대한 메타분석까지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한다면 권고수준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뇌졸중 2차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위한 병용요법의 기간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광범위하게 적용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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