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을 한다, 안한다 혹은 본인이 참여한다, 안한다를 논할 때가 아니다. 서울시 산하 25개구에서 일부 구의사회만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미 76%가 넘는 압도적인 파업 찬성표가 나온 만큼 동참하는 것이 대한의사협회 회원의 의무다.”

   ▲강남구의사회 박홍준 회장

서울시 강남구의사회 박홍준 회장(소리이비인후과 원장)은 파업을 5일 남겨둔 급박한 시점에서 무조건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독려했다. 이미 파업하기로 결정된 상태에서 참여 여부를 다시 따진다면 말도 안된다는 것.

박 회장은 “우리는 의사이며 의협의 일원이다. 서울시는 의협의 산하 지회이고, 강남구는 서울시 산하 지회이다. 의협이 결정한 일에 대해 서울시와 구의사회 등 각 지역의사회에서도 따라야하는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군대에서 사단장이 명령을 내렸다면 마지막 단계에 있는 지휘관들도 일사분란하게 함께 가자고 외쳐야 한다. 그러나 회원들의 참여 의향을 또 다시 물어보는 것은 파업 찬반 투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 회장은 “참여 여부를 질문하면 대체로 본인의 사정을 주절주절 늘어놓고, 현 상황의 문제점이 많으니 참여가 어렵다고 이야기할 뿐”이라며 “의료계 내부 여론을 들여다 보면 건강하지 못한 조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일침을 놓았다.

현재 의료계 파업은 의료계 내부보다 일반인들에게 더 관심을 끌고 있다. 의료계 역시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 해야 할 일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중요한 시점으로 보고 있다. 지역의사회장은 중간 리더십을 발휘해 회원들의 이해를 구하면서 설득시키고 파업 참여를 독려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는 의료계 내부 비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인대 개인의 시각차일 뿐, 의사들은 의협 회장이라는 개인에 일희일비하는 조직이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박 회장은 “어떤 사람이 의협회장을 맡더라도 대의명분과 직책 수행의 역할만 보면 된다. 의견 수렴을 마친 상태에서 의협 회장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성숙하지 못한 민주주의”라며 “일단 결정이 났다면 참여하고, 이후의 결과는 의협 집행부에서 책임지면 된다. 파업 이후의 문제는 일단 파업에 참여한 다음에 이야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작은 물결이 모이다 보면 하나의 큰 물결로

봉직의 참여 부족도 그들을 탓하기보단, 개원의 스스로 움직일 것을 주문했다. 어차피 개원의들로부터 파업의 시발점이 일어날 수 있으며, 미리 걱정하는 것은 근심을 위한 근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개원의로 시작해 전공의, 전임의, 봉직의 등으로 확대되기 마련이다. 당장은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예측할 수 없지만, 작은 물결이 모이면 하나의 큰 물결을 이루게될 것”이라며 “국민의 건강과 올바른 의료제도에 대한 비전이 있다면 결국 의료계 모든 직역의 참여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이번 파업은 의협 리더십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을 하는 의미있는 시간으로 해석했다. 각자 건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 고민하되, 리더의 역할은 투명하면서도 객관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회원들을 설득해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강남구의사회 상임이사진은 2차 파업 기간인 24~29일에 아프리카 의료봉사를 떠난다. 지난해 연말 결정한 계획이었지만, 일부러 파업 일정에 맞췄다. 필리핀에서는 학교 재건을 지원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의료봉사에서는 열악한 의료시스템을 만들어가는 재능기부에 나서기로 했다.

박 회장은 “단 하나의 좋은 씨앗을 뿌리면 좋은 나무가 되고 숲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앞으로의 변화를 예측할 수 없지만 작은 노력을 통해 건강한 싹이 자라날 것”이라며 “강남구의사회라는 작지만 선한 브랜드를 입혀 나가는 노력이 의사사회에 도움이 될 것이다. 언젠가 의사들이 밥그릇만 챙기는 직역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최고의 건강지킴이로 자리매김하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했다. 

박 회장은 또한 “지금의 시점은 옳고 그름을 따지거나 선과 악을 나눌 때가 아니다. 주관적인 감정에 연연하다 보면 의료계 전체 질서가 무너지게 된다"며 “의협 회원 각자 결정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갖고, 리더는 강력한 동기부여와 비전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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