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갑 포장의 65%를 흡연경고 사진으로 채운다.'

유럽 의회가 최근 이 같은 흡연규제법을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했다. 법안은 찬성 514표 반대 66표 기권 58표로 통과돼, 14일 유럽연합(EU) 회원국 정부들의 승인을 받아 2016년부터 EU 28개국에서 발효된다. 의회는 새 규제법을 통해 흡연 인구 240만 명을 감축한다는 목적이다.

EU Tonio Borg 보건국장은 "새 법안이 통과됨으로써 유럽 전체 흡연인구를 줄이고, 향후 5년 간 흡연율을 2%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법안은 현재 선택 사항인 담뱃갑 앞뒤면의 65%를 흡연 경고 사진으로  채우고, 옆면에는 50% 이상 흡연의 폐해를 알리고 금연을 촉구하는 내용을 의무적으로 싣도록 했다.

전자담배도 예외는 아니다. 전자담배용 니코틴 용액 농도를 제한하고 바닐라와 초콜릿 등 특정 향이 첨가된 제품 판매를 금지시킨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이다. 단 박하향 담배는 당분간 판매가 허용돼 2020년께 금지된다.

더불어 무첨가제 사용 또는 안전성 홍보를 위해 타사 제품과 비교하는 등 제품 광고도 금지될 예정이다.

지난해 EU 28개 회원국들은 흡연의 폐해를 줄이고 청소년 흡연을 막기 위해 흡연 규제안을 담은 금연 지침에 합의했다. 하지만 담배업계의 로비로 상당 부분 완화돼 청소년 보호에 미흡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또 보건기관과 금연운동가들의 요구에 못미친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들은 담뱃갑 전체를 경고문구와 자극적인 사진을 담고 담배 상표는 아예 표시하지 못하도록 요구했지만, 유럽의회 통과안은 35%의 공간을 남겨둔 것이다.

새 규정안의 통과로 담배업계 빨간불이 커졌다. 다국적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 임페리얼 토바코 등은 유럽의 담배 규제가 성장 시장인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에서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필립모리스는 "법안은 유럽 경제의 경쟁력을 해칠 뿐만아니라 담배 밀매를 부추길 것"이라고 평했다.

유럽담배연합회(CECCM) Michiel Reerink 의장도 "값싼 제품들을 다양한 루트를 통해 불법적으로 거래하는 범죄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부연했다.

한편 EU 집행위는 EU 역내에서 매년 70만 명이 흡연과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치료비용이 250억 유로(약 3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또 2006년 전 세계적으로 수천명에 달하던 전자담배 이용자들은 수백만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인구 3분의 1이 흡연을 하는 스페인에도 전자담배 약 200개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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