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인플루엔자 범부처사업단 ‘중증 인플루엔자 치료지침’ 발표

 

그야말로 인플루엔자의 계절이다. 인구이동이 빈번한 명절이 지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독감 등 감기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은 아직도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독감으로 알고 간과하는 부분이 있지만, 인플루엔자는 이와 구분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는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사태 이후 설립돼 올해로 4년차를 맞는 신종인플루엔자 범부처사업단(TEPIK)이 발표한 중증 인플루엔자 치료지침에서 언급되고 있다. 치료지침에서는 중증 인플루엔자는 인플루엔자로 인해 증상이나 증후군의 양상이 심각하게 나타나는 경우로 뇌병증이나 신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고, 고령, 유아, 만성 환자에서는 중증 인플루엔자 위험도가 높아 경증 인플루엔자와는 달리 입원, 나아가서는 집중치료실에서의 관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이번 치료지침은 계절성 인플루엔자 항바이러스제 사용지침에 이은 두 번째 진료지침으로 근거를 기반으로 항바이러스제뿐만 아니라 항생제, 체외막산소화장치(extra 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ECMO),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정맥투여 면역글로불린(IVIG), 혈장교환술, 스타틴 등에 대한 권고사항을 문답형식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편 중증 인플루엔자의 정의는 일반적인 인플루엔자 관련 중증 급성 호흡기질환(SARI)의 정의에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을 적용했다.

 


▲항바이러스제

1. 중증 인플루엔자 환자에게 항바이러스제 투여 용량은?
 - 오셀타미비르 표준용량을 투여한다(BⅠ).

2. 중증 인플루엔자 환자에게 항바이러스제 투여기간을 연장해야 하는가?
 - 중증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 항바이러스제 투여 기간을 권고된 기간(oseltamivir의 경우 5일) 이상으로 연장한다(BⅢ).

3. 중증 인플루엔자 환자에게 항바이러스제를 병합해 투여해야 하는가?
 - 중증 인플루엔자 환자에게 일률적인 항바이러스제 병합치료는 권장되지 않는다(BⅡ).

치료지침에서는 중증 인플루엔자 환자의 1차적인 치료전략으로 오셀타미비르 표준용량인 1일 2회 75mg을 권고했다. 자나미비르, 페라미비르 등 다른 항바이러스제가 있지만, 중증 환자에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무게를 둔 부분은 표준용량으로 고용량이 생존율에 추가적인 혜택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1일 2회 150mg 고용량 오셀타미비르 전략은 A/H5N1 조류인플루엔자에서 경구 흡수율 감소와 고용량 투여에 대한 안전성 자료를 근거로 권고돼 왔다. 하지만 2009년 인플루엔자 A/H1N1 대유행 이후 발표된 연구들에서는 긍정적인 결과를 찾기 어렵다. 중국에서 인플루엔자 A/H1N1 중증 환자 중 폐렴 동반 환자 3066명을 평가한 대규모 전향적 코호트 연구에서는 고용량 투여군이 표준용량 투여군에 비해 생존율이 높지 않았다.

또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수행한 다기관 이중맹검 무작위 배정 연구에서도 중증 인플루엔자 입원환자에서 고용량 투여군이 표준용량 대비 치료 5일째 바이러스 억제효과와 기계환기 필요 기간, 중환자실 입원기간, 사망률 등에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치료지침에서는 오셀타미비르 고용량 요법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고, 주사용 항바이러스제인 페라미비르와 흡입제 자나미비르 고용량 요법은 자료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투여기간에 대해서는 장기간 투여를 경험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2009년 인플루엔자 A/H1N1 유행 당시 WHO도 중증으로 진행한 경우에는 충분한 임상적 호전을 보일 때까지 투여를 중단하지 말도록 권고한 바 있고, 미국 질병관리통제본부(CDC) 가이드라인에서도 5일 동안 항바이러스제 사용 후에도 중증 상태가 지속된다면 투여기간을 연장할 것을 권고했다. 단 일반적으로 계절성 인플루엔자 항바이러스제 지침을 따르되 권고기간 동안 항바이러스제 내성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점을 당부했다.

항바이러스제 병합요법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근거가 부족한 상황으로 권고하지 않았다. 2008~2009년 절기 합병증을 동반하지 않은 경증 계절성 인플루엔자 감염자에 대한 연구에서는 오셀타미비르 단독치료, 자나미비르 단독치료, 오셀타미비르와 자나미비르 병합치료의 효과를 비교한 전향적 연구에서 병합치료가 오셀타미비르 단독치료에 비해 오히려 치료효과가 떨어지는 결과를 보였고 자나미비르 단독치료와는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오셀타미비르 + 아만타딘’ 병합요법의 상승작용이 중증 환자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가 있고, ‘오셀타미비르 + 아만타딘 + 리바비린’ 3제요법도 계절성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한 실험실 연구에서도 상승작용을 확인해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A/H1N1 유행 당시 중환자실에 입원한 중증 인플루엔자 환자에서 오셀타미비르 단독치료와 ‘오셀타미비르 + 아만타딘 + 리바비린’ 병합치료의 치료결과를 비교한 후향적 연구에서는 병합치료를 한 경우 14일 및 90일 사망률이 더 낮은 경향을 보였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치료지침에서는 "동물시험에서는 항바이러스제 병합사용이 효과적이라는 보고들이 있어 향후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중증 인플루엔자 환자에 대한 항바이러스제 병합사용 권고안의 보완이 필요하다"며 여지를 두고 있다.

한편 병합요법의 부작용이 많다는 점을 언급하며 항바이러스제 내성 의심환자나 기존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중증 인플루엔자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병용요법을 시행하는 것은 고려해 볼 수 있다.

▲항생제

4. 중증 인플루엔자 환자에게 항생제를 투여해야 하는가?
 - 폐렴이 동반된 중증 인플루엔자 환자에게는 초기부터 항바이러스제와 함께 항생제를 투여한다(BⅡ).
   - 급성 화농성 중이염이나 부비동염이 합병된 경우 항생제를 투여한다(BⅡ).

5. 중증 인플루엔자 환자에게 항생제를 투여하는 경우 어떤 종류의 항생제를 투여해야 하는가?
 -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 폐렴연쇄상구균(streptococcus pneumoniae), 화농연쇄상구균(streptococcus pyogenes), 모락셀라 카타랄리스(moraxella catarrhalis) 등에 항균력을 보이는 암피실린/설박탐(ampicillin/sulbactam)이나 아목시실린/클라부라네이트(amoxicillin/clavulanate), 3세대 세팔로스포린(cephalosporin), 호흡기계 퀴놀론(quinolone) 등의 항생제를 1차 약제로 투여한다(BⅡ).

항생제에 대해서는 모든 인플루엔자 환자에 대한 투여는 권고하지 않았고, 폐렴, 중이염, 부비동염이 동반된 경우에 투여하도록 권고했다. 치료지침에서는 황색포도상구균이 확인된 환자에서 항생제는 급성 인후통 증상 경감과 급성 중이염 등 화농성 합병증 감소효과를 보였지만, 상기도 감염에서 항생제를 처방한 군에서는 부작용이 더 많았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특히 인플루엔자 환자에서 폐렴이 합병된 경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것인지 이차 세균성 폐렴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지만, 일단 폐렴이 발생했다면 대부분 이차 세균 감염이 확인된다며 대상 환자에 대한 투여에 대해서는 무게를 뒀다.

인플루엔자 폐렴에 대한 경험적 항생제는 지역사회획득 폐렴의 치료지침 권고안을 참조했지만, 마크로라이드 계열 항생제는 비정형균인 마이코플라스마(mycoplasma)나 레지오넬라(legionella) 등의 합병 가능성이 국내에서 낮은 것으로 나타나 권고하지 않았다.

배양검사 결과 이차 세균 감염을 유발한 원인 균주가 1차 약제에 내성을 보이거나 환자의 임상 경과가 호전을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감수성 검사 결과 및 각 감염증의 진료 지침에 따라 항생제를 변경할 것을 당부했다.

▲기타 권고사항

6. 중증 인플루엔자에게 체외막산소화장치를 적용해야 하는가?
 - 통상적인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저산소증이 지속되는 인플루엔자 환자에서 ECMO를 적용한다(BⅢ).

7. 중증 인플루엔자 환자에게 스테로이드를 투여해야 하는가?
   - 중증 인플루엔자 환자의 치료를 위해 스테로이드를 전신적으로 투여하지 않는다(BⅡ).
 - 예외적으로, 스테로이드의 효과가 입증된 천식, 만성 폐쇄성 폐질환, 부신피질 기능 부전 등의 치료        를 위해서는 스테로이드를 투여할 수 있다(BⅢ).

8. 중증 인플루엔자 환자의 치료를 위해 정맥 내 면역글로불린이나 스타틴을 투여하거나 혈장교환술을 시행해야 하는가?
 - 중증 인플루엔자 환자에게 정맥 내 면역글로불린 투여, 스타틴 투여 또는 혈장교환술 시행을 권고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

항바이러스제, 항생제 외 치료전략에 대해서는 제한된 환자군에게만 사용하도록 했다. 체외막산소화장치(ECMO)에 대해서는 치료전략이 아니라 환자가 회복하기 위한 시간을 얻기 위한 보조적인 방법이라며 통상 치료전략으로는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스테로이드는 2009년 A/H1N1 인플루엔자 대유행 시기에는 중증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1차 치료 혹은 구제치료(rescure therapy)로 사용됐지만, 이후 분석에서는 부정적인 결과들이 도출되고 있다. 유럽중환자의학회에서 진행한 연구에서는 스테로이드가 환자의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원내 폐렴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고, 2009년 인플루엔자 대유행 당시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를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에서는 스테로이드 사용이 사망률을 3배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진료지침에서는 "현재까지 중증인플루엔자에서 스테로이드 투여의 효과를 보기 위한 잘 설계된 무작위배정 연구는 없었다"며, "많은 환자 수를 대상으로 한 전향적 관찰연구나 후향적 비교연구에서는 스테로이드의 투여가 사망률을 감소시키지 않으며 스테로이드 투여로 인한 합병증의 발생이 증가하는 결과를 보였다"고 정리했다.

논란이 지속되는 스타틴을 통한 중증 인플루엔자 관리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들이 있지만, 일관된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중증 인플루엔자 환자에 대해 스타틴 투여를 권고할 수 있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항염증 효과와 몇몇 소규모 연구 결과를 근거로 하여 임상의사의 판단에 따라 중증 인플루엔자 환자에서 스타틴 투여를 고려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한편 혈장교환술을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모두 임상증례 보고(case report)로, 권고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혈전성 혈소판감소성 자반증(TTP), 용혈성 빈혈, 길랑-바레 증후군, 급성 신부전, 횡문근융해증 등의 합병증에 대해서는 효과가 입증돼 있는 만큼 혈장교환술의 시행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증인플루엔자 감염땐 전신증상흡입용제제로는 효과 미흡
- 김우주 신종인플루엔자 범부처사업단장

 

이번 중증 인플루엔자 치료지침은 신종인플루엔자 범부처사업단(TEPIK)의 두 번째 가이드라인이다. TEPIK 김우주 사업단장(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실제 중증 인플루엔자로 인한 사망률은 높지 않지만 사망 위험도가 높은 이들은 명확하다"며 이번 치료지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2009년 인플루엔자 A/H1N1으로 인한 사망률은 0.036%였지만, 65세 이상 노인환자, 2세 미만 영유아 환자, 임산부,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기저질환으로 가지고 있는 이들에서는 사망률이 높게 나타났다이전 계절성 인플루엔자 항바이러스 사용지침과 마찬가지로 이번 치료지침도 근거중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 단장은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사태를 겪으면서 많은 국내 근거들이 축적돼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로 스테로이드의 경우 항염증작용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널리 사용돼 왔지만, 오히려 효과는 낮고 부작용이 높아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바이러스제, 항생제에 대한 권고사항과 함께 체외막산소화장치를 사용할 수 있는 환자군을 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치료지침에서 우선 제시한 내용은 항바이러스제다. 여기에서는 오셀타미비르 1 2 75mg 외 자나미비르, 파라미비르는 중증 환자에게는 적용하지 않도록 한 부분에 대해서는 "자나미비르의 경우 흡입용 제제로 호흡기에만 전파되기 때문에 전신성 증상을 보이는 중증 인플루엔자 감염에 대해서는 사용하기가 힘들다. 파라미비르의 경우 오셀타미비르와 효과가 비슷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항생제 사용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사용해야 할 환자에게 반드시 투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시 환자의 30%가량이 세균 폐렴을 동반하고 있었고 이 환자들의 경우 치사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폐렴이 동반된 중증 인플루엔자 환자에게 항생제를 투여할 것을 권고했다. 투여할 항생제는 국내 항생제 내성 패턴과 외국의 내성 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국내 특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스타틴에 대해서는 "치사율이 높은 조류인플루엔자 H5N1에서 스타틴이 항염증효과를 보였다는 보고가 있다.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으로 인해 폐조직의 염증이 높아진 환자의 사망률을 감소시켰다는 내용이지만, 이에 대한 일관된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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