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체형학회 윤장봉 회장(나우비클리닉 원장)

“학회 사전등록만 1700명이나 됐습니다. 학회 역사가 오래된 것도 있지만, 그만큼 어려운 현실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지요. 파업에 찬성할 정도로 보험과와 각자의 전공을 지키기 힘든 상황이니까요. 아마 원래대로라면 학회 참여가 지금의 3분의 1수준이었을 겁니다.”

    ▲대한비만체형학회 윤장봉 회장

대한비만체형학회  윤장봉 회장(나우비클리닉)은 최근 열린 29회 학회 대흥행이 만족스러우면서도 한 편으로는 안타까워 했다. 많은 의사들이 비만, 미용, 성형 등에 관심을 두고 어려움을 타개해보려는 의지가 가득 담겨있다는 것이다.

미용성형이라 하면 피부과, 성형외과에 포커싱에 맞춰져 있지만, '클리닉'이라고 칭하는 비전공 전문의들 역시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고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 학회 구성원도 가정의학과, 내과, 일반외과, 이비인후과, 안과 등으로 과간 경계가 거의 없다.

개원의를 중심으로 시작한 학회가 생긴 지 어느덧 11년. 쌓인 역사만큼이나 학회에서 소개되는 신제품에도 회원들의 관심이 많다. 대신 상품명을 밝히지 않고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한 것이 신뢰받는 학회로의 생존비결이라고 귀띔했다.

윤 회장은 “특정 장비를 내세우지 않아 처음엔 업체들이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학회 지원을 위해 비용을 들여 부스도 들어왔지만, 별도의 홍보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장비의 장단점을 비교하고 중립적인 자세를 견지하면서 업체광고에 지친 회원들로부터 오히려 호평을 받게 됐고, 지금은 업체들도 서로 참여하려고 한다”고 소개했다.

회장 투표도 2년 중임제로 규정하고, 사조직화될 수 있는 우려도 막았다. 학술대회를 1년에 한 번만 하는 것도 학회 참여 증가에 도움이 됐다. 트렌드가 아무리 자주 바뀌더라도 새로운 약이나 임상논문 발표가 자주 있지 않아 6개월 단위 개최보다 관심을 끌게 됐다.  

그간 학술대회에서는 비만약물학 강의가 가장 인기가 좋았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비만 환자들에 대해 노하우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시부트라민 퇴출 이후 다소 주춤하지만, 로카세린 등의 새로운 약물이 나오면 다시 붐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에는 실 리프팅, 보톡스, 필러 등 초기 자본을 많이 투자하지 않고 배우는 세션에 인기가 많다.

"미용성형, 결코 만만치 보지 마라"

개원의가 미용성형 분야를 새롭게 확장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 현재의 추세는 ‘선택과 집중’이다. 미용성형 안에서도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으며, 여기서 자리를 잡으면 다양한 시술로 확대되고 있다. 
 
개원의들의 관심이 늘어나는 대신 시술 장벽이 낮아지는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윤장봉 회장은 “미용성형 클리닉이 우후죽순 늘어났다. 비급여를 창출하면서 어려운 수술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서겠지만, 한편으론 너무 쉽게 배우는 경향이 있다. 업체나 장비회사 등이 중심이 되어 쉽게 소개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경험이 쌓이면 되겠지만 그만큼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시술 부작용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 미국에서는 기본적인 외과 수련을 거친 다음 미용성형 시술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미용성형 교육훈련 시스템이 보다 체계적으로 갖춰져야 할 것으로 제언했다. 

그럼에도 미용성형 분야에 흥미가 있다면 충분히 배워볼 수 있다. 대신 수익을 내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본인 전공 과를 기반으로 추가적인 수익을 내는 방안을 연구하되, 병원이 잘되지 않는다고 시작했다간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신과, 가정의학과 등에서는 환자와 밀접한 주치의 관계로 비만이 아니라 다이어트 상담을 하면서 시작할 수 있다. 기존 이비인후과, 안과라면 눈, 코 성형수술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예술적 감각이 있다면 보톡스, 필러 등 작은 노력도 한층 예뻐지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수익을 목적으로 한다면 어려운 것을 넘어 '어지러운' 환경에 놓이게 될 뿐이라고 조언했다.

민주적.타학회 교류.봉사..."자존심있는 학회로"

윤 회장은 앞으로 학회 운영을 위해 3가지 공약 이행을 내세웠다. 우선 민주적인 방식의 운영이다. 10년 전만 해도 개원의가 학회에 그리 참여하지 않는 분위기였지만, 알찬 내용으로 학회를 키워왔다고 자부했다. 역사와 전통을 버리진 않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끌고 왔고, 그만큼의 자존심이 생겼다.

다음으로 학회가 잡아가는 만큼 타 학회와 교류관계를 가져갈 생각이다. 의사만의 학회가 아니라 국민과의 소통, 사회적인 이슈에 참여할 줄 아는 학회로 만들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봉사다. 소외계층 중에서 비만 환자들이 많고, 소득계층과 비만 환자수는 반비례한다는 연구도 나왔다. 미처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해 회원들과 봉사를 확대하고 사회공헌 활동을 늘릴 계획이다.

어려운 의료계나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윤 회장은 “의사 각자 소신껏 진료할 수 있고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의료환경이 되길 바란다"며 "후배들 역시 수익에 연연하는 것이 아닌, 정말 좋아하고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해 매진한다면, 기회가 많이 따라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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