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질환과 구분 진단기준 엄격 적용

CDC 연구팀 DSM-4와 비교분석

 

정신질환 진단과 통계 편람(DSM) 5판이 4판과 비교했을 때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진단을 받는 소아환자수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Matthew J. Maenner 박사팀은 1월 22일자 JAMA 온라인판에 발표한 연구를 통해 "새롭게 개정된 DSM-5와 DSM-4의 기준을 적용했을 때를 비교해보니 ASD 진단 환자 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추후 의사들의 진단뿐만 아니라 추가 기준을 마련하는 데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는 2006~2008년 자폐 및 발전성 장애 모니터링(AADM) 네트워크에 등록된 8세 소아 64만4883명을 대상으로 DSM-5와 DSM-4의 진단 기준을 적용했을 때의 차이점을 비교·분석했다.

연구결과 DSM-4를 기준으로 했을 때 ASD 진단을 받은 소아는 6577명이었지만, DSM-5를 적용했을 때는 638명 적은 5399명이었다. 또한 남녀 진단비율은 비슷했고, 지적장애가 동반된 소아가 86.6%로 그렇지 않은 소아 72.5%보다 ASD 진단율이 14.1% 더 높았다. 2008년만 분석했을 때도 ASD 진단을 받은 소아환자수는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구체적으로 DSM-5로 진단한 ASD 소아환자는 1000명당 10건으로 DSM-4의 1000명당 11.3건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Maenner 박사는 "이번 연구의 궁극적 목적은 ASD의 유병률에 DSM-5가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였지만, 연구 결과를 고려해봤을 때 DSM-5는 임상현장에 긍정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또 "진단으로나 어떤 특별한 학업적 분류를 통해 사전에 ASD로 구분된 소아들이 ASD에 부합하는 증상을 보였고, 정확한 진단을 받지 않은 아이들보다 DSM-5의 기준에 더욱 부합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정신의학회(APA) 연구이사인 Darrel A. Regier 박사도 "DSM-5 연구에 사용된 데이터는 대부분 학교와 치료센터에서 제공해준 자료를 분석한 것으로 전화 인터뷰 등 직접적인 조사 방법을 이용하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추가적 연구에 유용하게 쓰여 자폐 진단 기준을 더욱 명확하게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자폐증 진단기준 재구성

DSM은 의료, 보건, 보험업계, 법률, 범죄 수사 분야 등 그 영향을 미치는 분야가 광범위해서 의학뿐만 아니라 심리학 분야 전문가들에게도 유용하게 쓰인다. APA가 1952년 DSM-1을 첫 발간했고, 1968년에 DSM-2, DSM-3은 1980년에, DSM-III-R은 1987년에, DSM-4는 1994년에, 그리고 2013년에 DSM-5가 발행됐다.

DSM-5에서는 자폐증의 진단기준이 거의 20년 만에 수정됐다는 점에서 의학계의 관심을 받았다. DSM-4에서는 심리장애 유형을 17가지로 구분지었는데 이 중 ASD는 자폐증, 아스퍼거 증후군, 비전형적 자폐증이라는 개별 진단명을 사용해왔다. 특히 ASD는 전반적 발달 장애에 포함돼 하나의 질환 범주로 간주했다.

이에 비해 DSM-5에서는 자폐증, 아스퍼거 증후군, 비전형적 자폐증이라고 개별 분류하지 않고 ASD라는 하나의 진단명으로 통합시켰다. APA DSM-5 위원회는 "아스퍼거 증후군 아이들은 독특한 정보를 포함한 지식 수준이 높은 반면 사회성은 떨어진다"면서 "비전형성전반적발달장애(PDD-NOS)도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가벼운 자폐증을 보이는 아이들이 이러한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사회적 소통장애'라는 카테고리를 추가해 대인관계가 서툴고 남의 얼굴표정 및 몸동작의 의미를 읽지 못하는 증상도 포함시켰다. 위원회는 이미 PDD-NOS로 진단된 소아가 이 진단명에 정확하게 맞을 것이라고 부연설명했다.

DSM-5 개정판에서는 ASD에 충족되는 기준도 엄격해졌다. 기존에는 소아가 12개 행동 중 6개 이상 해당되면 자폐증으로 진단했다면, DSM-5에서는 항목별 일정기준을 충족시켜야 하는 것으로 다소 까다로워졌다. 위원회는 또 ASD 카테고리에 3세 이전에 나타나는 증상들을 적용시켰다. 진단기준은 대화가 없거나 또는 적거나, 사회성이 빈약한 세가지 형태의 소통장애와 팔을 퍼덕거리고 발끝으로 걷는 것을 포함한 두 가지 이상의 반복행동, 이상한 것에 관심을 갖는 행동 등이 포함됐다.

ASD 카테고리 내에서도 중증도에 따라 세분화 됐다. 중증도는 사회적 소통의 어려움, 관심영역의 제한, 반복적인 행동의 정도로 인해 개인이 얼마만큼의 지지가 필요한지에 따라서 급수가 정해진다. 구체적으로 ASD를 똑같이 진단 받았다 하더라도 중증도에 따라서 1단계 2단계 3단계로 나눠진다.

APA 위원회는 진단명을 하나로 통일한 이유로 과거 진단법이 부정확했고 자폐증은 공통된 행동 이상으로 정의되기 때문에 중증도로 구별해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다. 특히 위원회는 "환자 한 명을 두고 의사들이 다른 진단명을 내릴 뿐만 아니라 같은 증상을 보여도 진단명이 바뀌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폐증과 유사질환의 진단 기준이 모호해 오히려 자폐증 환자만 양산, 소아 100명 중 1명이 자폐증 진단을 받았다는 통계도 제시했다.

하지만 아스퍼거 증후군과 비전형적 자폐증을 ASD에 완전히 포함시켰다는 점에 대한 논란도 있다. 이미 아스퍼거 증후군이나 비전형적 자폐증 진단을 받은 상당수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개정판을 적용할 경우 기존 자폐증 소아환자가 환자로 분류되지 않아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미국 정부의 지원금에 의존하는 자폐증 환자는 수만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또 일각에서는 새로운 개정안은 ASD 진단에 있어서 큰 변화가 있음은 분명하지만 이러한 변화 속에서 ASD 환자 가운데 지능지수가 높은 소아가 엄격해진 진단기준에 부합하지 못해 올바른 진단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연구팀은 "ASD 소아와 환자의 가족은 물론, 이들의 생활에 끼칠 영향을 염두에 두고 변화된 진단기준을 의료계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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