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혈 동반 시 심혈관 사망률 증가…순응도 높일 수 있는 ESA 투여 전략 모색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 흔히 나타나는 합병증은 빈혈로 3~5기 만성 콩팥병 환자 가운데 50%에서 나타나는데, 5기만으로 한정했을 땐 90% 이상으로 크게 높아진다. 빈혈이 동반되면 심혈관 사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성기능 저하나 무기력해짐, 사고력 저하 등으로 인해 삶의 질도 하락할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 빈혈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사용 가능한 적혈구생성촉진제(ESA)는 반감기가 짧은 1세대와 중간 정도 반감기를 가진 2세대, 반감기가 긴 3세대 등 세 가지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경북의대 김용림 교수(경북대병원 신장내과)와 가톨릭의대 양철우 교수(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를 만나 투석 환자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이면서도 순응도를 높일 수 있는 ESA 제제 투여 전략을 들어봤다.


   김용림 경북의대 교수

Hb은 점진적으로 상승 후 일정하게 유지
ESA 용량 변경 횟수·Hb 변동성 줄이고
목표치는 11.5 g/dL 넘지 않도록

- 빈혈을 어느 수준까지 교정해야 하는가?
2000년대 후반 CREAT와 CHOIR라는 무작위 대조군 연구(RCT) 2건이 NEJM에 발표됐다. 두 연구 모두 헤모글로빈 수치를 높이는 것이 환자 예후를 개선시키는지 여부를 관찰했는데 결론은 뜻밖이었다. CREAT 연구에서는 만성 콩팥병이 있는 환자에서 조기에 빈혈을 완전히 교정해도 심혈관계 사건 위험을 감소시키지 못했고, CHOIR 연구에서는 목표 혈색소 수치를 13.5g/dL로 하는 것이 11.3g/dL로 하는 것에 비해 부작용 위험은 높이고 삶의 질도 더 호전시키지 못했다. 즉 정상 수준으로 맞춘 환자군에서 사망률이 증가됐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소(NICE)는 개별 환자군에 따라 헤모글로빈 목표치를 세우되 10.0~12.0g/dL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목표로 하고, 13.0g/dL을 넘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 최근 KDIGO 가이드라인에서는 헤모글로빈 목표치가 11.5g/dL를 넘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

- 헤모글로빈 상승 속도는 어느 수준으로 조절하는 것이 좋은가?
FDA는 조혈호르몬 관련 부작용인 심혈관계 사망, 심부정맥혈전증 및 고혈압을 줄이기 위해 혈색소 상승 속도를 완화시킬 것을 권유하고 그 속도가 2주에 1g/dL이 넘지 않도록, 1개월에 1~2g/dL 정도를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ESA 제제 가운데 1세대는 반감기가 7~9시간, 2세대는 25시간, 3세대인 MIRCERA는 134시간의 긴 반감기를 가지고 있다. 1세대 약물은 주 3회, 2세대는 주1회 또는 2주 1회 , 3세대는 월 1회 투여하게 된다. CKD 환자의 빈혈 치료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개별화된 치료방법(Individualized treatment)이 선호되고 있는 추세이다.


- 헤모글로빈 변이성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
ESA 제제는 체내에서 분비되는 적혈구생성인자와 달리 지속적으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혈액 투석 환자에서 헤모글로빈 수치는 ESA 투여에 따라 주기적으로 변동을 보인다. 변이성이 있으면 심뇌혈관계 문제 발생 위험도 있고 환자들도 힘들어한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ESA 제제 용량 조절이 어렵기 때문에 변동성을 줄이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 혈색소나 헤마토크릿 수치에 따라 ESA 제제 용량을 조절하게 되는데 반감기가 짧은 약물은 용량을 자주 변경하기 때문에 Hb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작용시간이 긴 약물을 쓰면 Hb 수치가 점진적이고 완만하게 오르고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변동성을 줄여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 향후 만성 콩팥병 환자의 빈혈 치료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이는가?
빈혈을 교정하면서 나머지 부작용을 없앨 수 있는 약물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조혈호르몬이 혈압을 올리는 부작용이 있는데 이를 없애면서도 충분히 작용하는 약물 개발을 기대하고 있다.

 

   양철우 가톨릭의대 교수

노인-복막투석 환자는 지속기간 길고
자가주사 시 통증 적은 약물 적합
의료진 업무부담 감소에도 도움


-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 빈혈 치료제에 따른 순응도 차이가 있는가?
빈혈 치료법 선택은 환자 특성과 약물 지속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주 3회 병원을 찾는 혈액투석 환자는  방문 시마다 주사제 투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1세대부터 3세대까지 상황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1개월마다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오는 복막투석 환자나, 이보다 외래 방문 주기가 긴 투석 전 CKD 환자에서는 작용시간이 긴 약물이 환자에게 편리함을 줄 수 있다. 자가 주사에 대한 두려움에 약물 투여가 어려운 경우 처방받은 약을 가지고 근처에 있는 의원에서 주사를 받도록 하더라도 추가 비용 부담이 있고, 주사만 받을 수 있는 곳을 찾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월 1회 외래 방문 시에만 맞으면 된다는 점에서 작용시간이 긴 3세대 MIRCERA는 복막투석 환자에게 편리함을 줄 수 있는데, 특히 상대적으로 자가주사가 어려운 나이가 많은 노인 환자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 순응도 측면에서 또다른 약물 선택 전략이 있는가?
반복적으로 주사가 필요한 치료라는 점에서 주사 부위 통증이 적은 약물도 환자 순응도를 개선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2007년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하나 발표됐다. 건강한 성인에서 2세대 약물과 3세대 약물의 주사부위 통증 차이를 분석한 것으로 주사 직후와 1시간 후로 나눠 관찰했다. 연구 결과 다른 것에 비해 ESA 제제 주사 시 더 통증이 있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2세대 53%, 3세대 12%였고, ESA 제제 주사 시 매우 통증이 심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각각 14%, 0%로 확연히 차이가 났다.


- 의료진 입장에서 어떤 약물이 선호되는가?
약물 선택 시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특정 약물을 사용해야 한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투석실에서의 업무량 측면에서 작용 시간이 긴 약물을 쓰는 것이 의료진에 편리성을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혈액투석 환자에게 주 3회 외래 방문 시마다 1세대 약물을 처방한다고 가정했을 때 의료진은 환자 1인당 1년에 156회나 주사해야 한다. 이를 전체 외래 방문 환자 수만큼 곱했을 때 의료진이 주사에 쏟는 시간은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3세대 약물의 경우 1년에 12회만 주사하면 되기 때문에 업무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여러 가지 혜택으로 미뤄볼 때 향후 투여간격이 긴 월 1회 제제에 대한 처방이 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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