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 공조 파기 선언

     
 
 
의료민영화 저지를 중심으로 하나로 뭉쳤던 대한의사협회를 포함한 6개 보건의료단체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대한약사회가 가장 먼저 동조를 파기했다. 약사회는 6일 원격진료 허용시 의료기관이 직접 택배배송을 허용하라는 의협에 더 이상 공조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며 의협과 협조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약사회는 "썩은 줄은 끊어야 하듯 맺지 말아야 할 인연의 끈은 과감히 내려놓을 때가 됐다. 의협이 그동안 보여준 후한무치격의 이기적 행태들을 '연민의 정'으로 보며 인내심을 보여준 약사가 스스로 원망스럽고 부끄럽다"는 험한 표현을 쓰며 그동안의 관계를 후회한다고 밝혔다.

의협이 약학정보원의 제보자였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두 단체의 관계는 깨질 것이란 예상이 나왔고 이번에 의협이 의료기관 직접 택배배송 허용 주장이 나오면서 결국 의협과 약사회는 잠시 동안의 허니문 기간을 끝내고 악감정으로 돌아섰다.

오랫동안 관계가 좋지 않던 의협과 약사회가 의료민영화를 주제로 손을 잡았을 때 의외라는 시각과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적이었다.

의료계 한 교수는 "의협 노환규 회장이 원격의료만 가지고 대정부투쟁을 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투쟁의 방향을 의료민영화 프레임으로 짜면서 보건의료단체를 모두 끌어안았다"며 "굉장히 전략적이고 탁월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의협, 약사회, 보건의료노조 등 근본적으로 방향을 달리하는 단체들이 오래 갈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의료민영화저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정형준 정책위원장도 보건의료단체의 연합은 오래가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정 위원장은 "의협과 다른 단체들과의 고리는 매우 약하다.의협이 의료민영화 논리로 계속 끌고가려 하지만 정부는 수가 인상을 무기로 보건의료단체에서 의협을 빼려고 할 것"이라며 "정부의 대응논리에 나머지 보건의료단체들의 행보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약사회 한 관계자는 "지금은 의료민영화 반대로 가면 같이 가야하기 때문에 감정을 앞세울 때가 아니다. 보건의료단체에는 의협과 약사회 두 단체만 있는 것이 아니고 치과협회 등도 있는데 우리가 등을 돌리는 것도 아닌 것 같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의협에 대한 서운한 감정도 드러냈다. 그는 "의협이 약사회에 생채기를 내니 좀 그렇다. 의사들은 다른  의료단체들과 기본 자세가 좀 다른 것 같다"며 "그들만의 선민사상이 있는 것 같다. 약사회도 의협이 궁극적으로 자기 이익을 위해서는 이탈할 것이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나영명 정책실장은 보건의료단체의 공조가 깨진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나 실장은 "의약직능단체간 입장차이가 있고 또 현안에 대해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작은 것에 매몰돼 큰 것을 버리지는 말아야 한다"며 "정부는 보건의료단체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또 공조를 깨려는 노력을 하고 있고 일부 언론도 개입하고 있는데 여기에 말려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그동안 몇 달 동안 보였던 합의정신을 살려야 하고 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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