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협, 의료법인 합병 환영의 목소리

[기획]의료법인 합병, 누구에게 이득일까?  

정부의 제4차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대책에 영리 자법인 허용, 의료법인 합병 등의 논의가 진행 되면서 의료계는 의료 영리화 논쟁으로 그야말로 용광로다. 전문가들은 자법인 설립에 모든 논쟁의 초점이 모아져 있지만 실제로는 의료법인 합병이 시장에 가져올 파장이 더 클 수 있다고 진단한다. 

현재 의료법상 의료법인의 합병은 재단법인에 관한 법률을 준용하게 돼 있어 합병이 불가능한 상태다. 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은 법적으로 매각할 수 없기 때문에 병원 경영이 악화 돼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병원을 팔 수 없고 병원을 국가나 지자체에 재산을 귀속 시켜야 한다.

그런데 자신의 돈을 투자해 운영해 온 병원을 경영이 어려워졌다고 고스란히 국가에 넘기려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병원을 팔려는 사람들과 또 병원을 확장 하려는 사람들이 법의 테두리 밖에서 음성적인 방법으로 병원을 사고 팔는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병원 M&A 업체의 한 관계자는 "중소병원들이 어려워짐에 따라 시장에 나와 있는 병원들도 꽤 있고 또 인수하려는 병원도 꽤 있다"며 "병원이 폐업 직전까지 가도 처리할 수 없어 합병까지 아니더라도 경영만이라도 맡아달라고 하는 원장들이 있을 정도로 중소병원들의 어려움은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오랜 누적 적자로 부채가 자산을 초과한 병원이나 초기 자본금을 모두 까먹은 병원들은 부채를 떠 안는 조건으로 병원을 인수하기도 한다"며 "여력이 있어 병원을 확장하려는 의료법인은 분원을 내려할 때 입지가 굉장히 중요하므로 기존의 좋은 입지에 있는 어려운 중소병원들을 합병하려 한다"고 전했다.

부정적인 거래로 인해 여러 부작용이 생겨 의료법인간 합병 허용은 대한병원협회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그래서 병협은 이런 어려움을 상생발전협의체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호소해 왔다. 병원의 호소에 화답을 하듯 보건복지부는 학교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 등은 관련 법령이 있는 반면에 의료법인만 합병에 대한 규정이 없어 올해 상반기에 의료법을 고치겠다고 발표했다.

의료기관이 폐업했을 때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제한하는 것을 막고 의료자원을 낭비하는 것도 막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번 발표에 대해 병협이나 중소병원장들은 화색을 띄지만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영리를 추구하는 체인병원 늘어날 것 

체인화 된 영리병원이 늘어날 것이란 게 가장 큰 우려다. 건강권실현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위원장은 이번 의료법인 합병허용은 병원의 매각을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조치이고 결국 병원의 가격이 책정되면 의료법인의 투자자본은 회수 가능한 자산으로 취급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우 정책위원장은 "합병을 허용한다는 것은 체인형 병원 설립이 가능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체인형 병원을 설립하면 영리자회사를 통해 병원체인에 병원임대, 의료용구 임대나 판매, 인력공급, 경영컨설팅 등 영리사업을 하게 돼 영리자회사가 지주회사가 되는 영리병원체인이 만들어진다"고 맹비난했다.

재벌주도의 영리체인병원이 정부의 정책의 귀결점이란 게 우 위원장의 주장이다. 그는 의료법인 합병이 진행되면 우리나라 의료공급체계는 재벌주도의 영리체인병원 중심의 의료공급체계로 귀결될 것이고 이는 1차 의료의 몰락과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병원이 사고 팔아 돈을 버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정소홍 변호사는 정부가 얘기하는 합병은 상법상 합병과 같이 청산절차 없이 진행하는 것을 말하는데 굉장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회사의 사업내용과 관계없이 회사를 사고 팔 듯 진료와 관계없이 병원을 매도·매수해 차익을 남기는 투기적 행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의료법인간 인수합병은 정부의 취지처럼 운영되는 사례는 없다고 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김철신 정책이사는 미국의 치과병원들의 폐해를 예로 들며 부작용을 걱정했다. 김 정책이사는 현재 미국은 투기자본인 사모펀드가 소유한 25개 치과영리회사가 존재하는데 이들은 치과병의원의 경영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자회사 형태지만 실제로는 치과병의원을 직접 소유 운영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치과영리자회사들은 2007~2010년 매출이 63% 성장한 반면 치과 전체 성장은 4.9%에 그쳤다. 이들의 전략이 인수합병을 통한 지점확대와 수익창출"이라며 "한 투기자본인 캐피탈 리소시즈 파트너스는 아스펜덴탈이라는 치과체인을 2004년 1800만달러에 사들여 2010년 5억5000만달러에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아스펜덴탈은 거의 매주 새지점을 오픈했고 현재 400여개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고 부작용을 설명했다. 그는 의료법인 합병은 결국 투기자본 때문에 투자수익 창출에 병원이 매달리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허용 돼도 활발하게 합병이 이뤄지지는 않을 듯

의료법인간 합병 허용에 대해 화색을 보이는 곳은 병협이다. 정부 발표가 나자 병협은 성명서를 내고 의료법인의 경영합리화 차원을 넘어 의료자원의 효율적 활용 및 국민편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실장은 "중소병원들은 경영이 어려워도 폐업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사회복지법인 등 다른 법인은 합병근거가 있는데 의료법인만 합병을 막는 것은 형평성에서 문제로 지적받아 왔다" 며"중소병원들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의료법인의 합병이 허용되면 의료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의료접근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고 서비스 의료품질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합병 허용으로 시장경제 논리가 작용하게 되는 점은 우려되는 점이라고 말했다.

병협측의 반응이 '활짝 웃음'이라고 한다면 실제 병원 인수합병을 진행하는 시장의 반응은 '미소' 정도라 할 수 있다. 의료법이 쉽게 통과되지 않을 것이란 것과 합병이 시장에서 활성화 되기에는 걸림돌이 많다는 의견이다. 

병원 M&A를 하는 엘리오 권중목 이사는 실제 의료법이 개정돼 의료법인간 합병이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이뤄진다고 해도 활성화 되지 못할 것이라 내다봤다. 권 이사는 "의료법이 개정돼 합병이 허용되더라도 원장들의 출자한 자본을 인정해 주는 구조가 아니다. 출자한 자본까지 인정하려면 민법을 고쳐야 하는 상황"이라며 "병원을 팔아도 대가를 못 받기 때문에 시장에서 합병이 활발하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든와이즈닥터스의 박기성 대표도 합병이 활성화 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 대표는 "의료법 개정으로 합병이 허용 되면 합병의 초석을 까는 것이라 다행이지만 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을 선호할 곳이 많을까 의구심이 든다"며 "병원들의 경영이 더 어려워지고 있는데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병원들이 많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의협과 보건의료단체의 강력한 저항에 대해 권 이사는 우리나라에서 병원이 투자처가 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은 먼 나라 일이라고 말했다. 권 이사는 "병원이 투자수익 원천이 되려면 법 개정으로 새로 설립되는 비영리법인에게 지분 인정과 지분을 인정해 주지 않는 등 두 가지 트랙이 필요하다"며 "지분을 인정하는 부분은 영리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공공성과 세법혜택 등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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