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1차 협상

제약산업 분야 논의 내용

다국적 제약사 주장 그대로 반영
제네릭약물 분야 집중 대상 삼을 듯
한국측 "수용불가 사안 논리적 대응"

 지난 5일 한·미 FTA 1차협상이 개시됐다.
 일부 협상부문의 큰 이견으로 통합협정문 작성에는 실패했으나 양측 모두 만족스럽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1차협상인 만큼 양측의 요구와 주장을 파악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같은 모습은 협상의 최대 난제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제약산업 분야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본격적인 실속 챙기기에 앞서 서로의 이해관계에 대한 원칙론적인 입장을 내세우며 핵심이슈를 선점하려는 긴장된 분위기도 감지된다.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는 제약산업이 양국간 핵심 통상현안임을 지적, 상당한 격론을 야기하며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역시, 자국 제약기업 의약품의 시장 접근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측 김종훈 수석대표는 국내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의 중요성과 심각성에 대한 상호이해가 필요하다며 미국측의 적극 공세에 대비한 논리적 근거를 포진시켰다.
 여기에 한국정부가 협상에 앞서 발표한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방안중 의약품 선별등재시스템 도입이 새로운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커틀러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이번 협상의 이슈가 될 것이냐는 질문에 "전적으로 그렇다(Absolutely)"고 말해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미 FTA 협상을 위해 구성된 17개 협상그룹(negotiation groups)과 2개의 실무그룹(working groups) 중 실무그룹이 자동차와 제약 및 의료기기 분야를 전담하게 될 것"이라며 "매우 유익하지 못한(very unhelpful) 이른바 선별등재방식(positive list system)의 약제비 절감방안 발표에 대해 협상 기간중 솔직한(very candid) 논의가 진행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FTA 타결때까지 기존 제도를 유지키로 한 약속의 파기이며 미국측 협상입지를 악화시킨다`는 언론보도와 함께 미국측의 불편한 심기를 엿볼 수 있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겠다.
 이같은 분위기는 협상에 즉각 반영돼 미국측은 포지티브리스트 시스템에 대해 분명한 반대입장을 밝혔다. 미국정부가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이유는 선별등재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약제비용을 지불하는 건보공단이 신약의 등재 여부와 가격에 대한 협상의 전면에 나서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발표한 무역장벽보고서에서 건강보험 정책으로 제한을 받고 있는 혁신적 의약품의 약가 및 급여기준 결정을 양국 제약 관련 통상핵심으로 지적한 바 있다. 투명성 제고를 위해 급여와 약가결정 사안을 독립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기구의 설립은 물론 이 기구의 구성과 집행에 대해 다국적제약기업과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험약가와 관련해서는 건강보험 재정절감을 위해 보건당국이 투명하고 과학적인 검토 없이 고가의 수입신약에 대해 규제 일변도의 급여 가이드라인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한국정부가 약속한 혁신적 신약에 대한 A7 조정평균가가 일관되게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 또한 지속적인 개선을 요구해 왔다. 제약업계 조사결과, 지난 2000~2005년 사이 신약의 24%만이 A7 약가로 승인됐으며 이중 대부분도 초기에 국한된다는 것.
 A7 조정 평균가의 제한적 적용으로 2000년 이후 적어도 미국내 다국적제약사 9개 신제품의 국내출시가 취소됐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이같은 주장은 이번 협상초안에도 그대로 반영됐으며, 약제비 절감방안을 고수할 수 밖에 없는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이 사안이 새로운 난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한·미 FTA 협상에 대한 국민적 우려와 관심을 고려해 합리적인 미국의 요구는 일정부분 수용하되, 무리한 요구는 근거자료와 수용불가 이유를 논리적으로 제시할 것"이라며 원론적 입장을 밝히고 있어, 약제비 절감방안이 협상에 미칠 파장은 뚜껑을 열어봐야 할 것으로 예측된다. 발표된지 한달여가 지난 지금 국내외 제약업계로 부터 강한 반발을 사는 등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정부의 약제비 절감방안이 미국측의 분명한 반대입장 앞에서 어떤 해법을 모색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커틀러 대표는 또한 "이번 협상에서 한국 제약시장의 공정경쟁이 보장될 수 있도록 관련된 다양한 이슈에 대해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제네릭 약물 분야가 집중논의의 대상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미국측은 오리지날 의약품에 대한 특허기간 연장과 신약허가시 제출자료의 엄격한 보호를 요청하는 자료독점권(data exculusivity) 확대 등 국내 제약업계 입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내용을 협상초안에 포함시켰다. 이는 곧 제네릭 제품의 개발과 승인이 더 엄격해지고 까다로와지도록 규제를 강화해 달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들 요구가 받아들여 질 경우, 제네릭 약물에 의존성이 강한 상당수 국내 제약사들은 제품출시 지연이나 수익구조 악화와 함께 생존을 위해 R&D 과정을 개선하거나 사업구조 자체를 변경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된다. 이같은 결정이 국내 업계 체질개선의 쓴약이 될 것이냐 성장을 저해하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제네릭 산업의 위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1차협상을 통해 상호 요구와 주장의 속내를 탐색하고 확인했다. 공정경쟁이 보장되는 투명한 시장환경 조성을 요구하는 미국측의 공세에 우리의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내 제약기업을 보호할 방어책을 마련할 수 있느냐가 이번 협상의 핵심이다. 우리 협상팀의 치밀한 지략과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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