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수 증축보다 평균재원일수 관리가 더 중요

오는 4월이면 세브란스병원 암병원이 연면적 10만 5201㎡ 규모로 지하 6층, 지상 15층, 총 454병상의 규모를 갖추고 오픈한다. 이렇듯 수도권에는 아직도 상급종합병원들이 병상을 늘리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2012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의료자원 통계핸드북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은 2005년 2140병상에서 2011년에는 2680병상으로 증축했다. 25%의 증가폭이다.

신촌세브란스병원도 1860병상에서 2087병상으로 병상을 늘렸고, 삼성서울병원은 1277병상에서 1960병상으로 증축했다. 이외에도 서울성모병원은 828병상에서 1320병상으로 59% 증가, 서울대병원(본원)도 1622병상에서 1787병상으로 10%가 증가했다.

지난해는 분당서울대병원이 병상을 증축해 1381병상으로 빅5에 진입하는 등 서울 경기지역은 그야말로 바늘 하나 꽂을 곳 없이 빡빡해졌다.

하지만 병원들은 여전히 병상 증축을 꿈꾸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보건의료전문가들은 병상수를 늘리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환자의 평균 재원일수를 관리하는 게 비용 대비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병원을 증축할 때 소요되는 건설비용이나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효율적인 재원일수 관리가 더 우위에 설 수 있다는 말이다. 일각에서는 평균재원일수를 하루를 줄이면 연간 100억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선진국에 비해 긴 평균재원일수

진료의 효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되는 평균재원일수는 입원환자가 평균적으로 의료기관에 머무르는 기간을 의미한다. 즉 모든 조건이 동일할 때 재원일수가 짧을수록 효율적인 진료를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환자조사 심층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퇴원환자의 평균재원일수는 14.9일로 2010년보다 오히려 0.7일 증가했다. 우리나라 평균재원일수는 오래 전부터 13~14일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는 당뇨병, 고혈압, 급성심근경색증, 뇌혈관질환, 호흡기계통 질환, 소화기계통의 질환에서 평균재원일수가 OECD 국가와 비교해 길게 나타났다.

물론 OECD 국가간의 의료이용 비교는 국가마다 보건의료제도가 다르고 통계자료 수집 등의 차이가 있어 단편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 특히 평균재원일수는 요양병원 포함 여부에 따라 차이가 크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최근 병원경영연구원이 발표한 2012년 병원경영통계를 발표했는데 종합병원의 평균재원일수도 전체 병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병원의 평균재원일수는 9.7일, 1000병상 이상 상급종합병원은 7.1일, 500~1000병상 미만은 7.9일,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9.5일, 300~500병상 미만은 9.7일, 100병상 이상 300병상 미만 병원은 10.2일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도시의 평균재원일수는 10.8로 중소도시로 갈수록 길어진다. 1000병상 이상 상급종합병원은 6.8일, 500~1000병상 미만 병상은 8.1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연구실장은 평균재원일수는 일본보다는 훨씬 짧지만 미국 등 선진국보다는 긴 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장기입원치료가 필요한 노령층의 요양병원 입원이 많아 전체 평균재원일수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 우리나라도 노령화의 가속화로 일본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 내다봤다.

이 연구실장은 "미국의 평균재원일수는 6일 정도로 알고 있는데 많은 병원에서 포괄수가제를 시행하고 있어 평균재원일수가 굉장히 짧다.

우리나라도 포괄수가제 실시 후 결과치를 보면 재원일수가 줄었다"며 "우리나라의 상급종합병원의 재원일수가 긴 것은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져 생긴 현상이다. 많은 환자가 몇 달을 기다려 상급종합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하루 이틀만에 퇴원을 하려하겠냐"고 반문했다.

병원들 재원일수 관리 위해 발 동동

상급종합병원들도 평균재원일수를 짧게 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 환자를 퇴원시키는 일이다. 인턴이나 레지던트들이 병상을 돌며 환자들이 퇴원하기를 독려(?) 하기도 하는데 환자와 마찰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병원들은 재원일수를 줄이려고 표준진료지침(CP: Clinical Pathway), 데이케어센터, 퇴원예고제 등을 활용하고 있다. 또 교수들에게 환자를 제대로 퇴원을 시키고 있는지 각 진료과별로 발표하거나 비교하는 등의 각각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쉽지 않다는 후문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적정재원 관리를 통한 효율적인 병상관리를 위해 표준진료지침(CP: Clinical Pathway)와 퇴원예고제를 활용하고 있다. 환자가 입원할 때부터 환자에게 어떤 치료가 진행될 것이며 언제 퇴원하게 될 것인지 등 자세한 설명으로 환자가 퇴원을 인지하게 하는 것이다.

분당서울대 병원측 관계자는 "각 진료과의 특수성 등이 있어 일괄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없고 각 진료과별로 각 질병별로 표준화시킨 표준진료지침을 활용해 환자에게 표준화된 치료를 예고하고 퇴원도 미리 알려준다"며 "입원할 때부터 퇴원 예고를 하지만 의료진의 생각대로 환자들이 따라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재원일수를 체크하는 코디네이터가 있어 이들이 병원의 평균재원일수를 관리하고 있다. 병원측 관계자는 "코디네이터가 퇴원해야 할 사람들을 관리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문제"라며 "병상이 비어 있게 하면서 무조건 재원일수를 짧게 할 수는 없어 힘든 일이다"라고 토로했다.

몇몇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평균재원일수가 점점 더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는다. 노령화로 인해 노인인구가 많아져 장기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또 자동차보험이나 실손의료보험 등에 가입한 사람들의 증가로 환자들의 자기부담금이 적어 환자들이 굳이 일찍 퇴원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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