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소통' 방식 문제 거론

의사들의 총파업 승패가 좌우되는 '전공의' 참여가 확정됐다. 아직 비대위원장 선출, 로드맵 마련, 비대위 구성 등 많은 과제가 있지만 "대의를 위해, 미래를 위해 대정부투쟁을 함께 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좁혀졌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최근 열린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이같이 의결했고, 대정부투쟁 지지를 위한 전공의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내달 중순 선출된 위원장은 위원회를 꾸려 의협의 투쟁 목표에 따라 움직일 예정이다.

A대학병원 전공의는 "수련과정을 잘 이수해서 전문의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의사로 지낼 날들이 더 많기 때문에 쉽게 간과하기 어렵다"면서 총파업 참여의지를 지지했다. B대학병원 전공의도 "선배들이 당장 눈앞의 이익 때문에 잘못된 의료제도를 바꾸는 데 소극적이었다. 그래서 이같은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며 "더이상 관치의료로 의사, 그리고 국민이 피해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호사들이 수술할 수 있다고 말할 것"

이처럼 임총에서 참여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듯 보였나, 막상 비대위원장으로 선뜻 나서겠다는 움직임은 없어 구체적인 참여 로드맵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장성인 회장은 22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사실상 의결된 부분은 '의협 파업 참여'가 아닌 '의협 투쟁 지지'였다"면서 "지나치게 크게 알려진 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전체 회원의 의중은 묻지 않았으나 지금의 집행부에서 비대위원장 또는 비대위원으로 참가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며 "전공의들이 의협에서 투쟁 이유로 내세우고 있는 영리병원이나 원격의료 확대 등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현재 의협에서도 정부와의 협상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상태고, 3월3일 파업이 확실치 않아 비대위 출범은 2월말이 돼서야 겨우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전공의들은 정부가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개정안에서 보여줬던 태도에 더 반감을 가지고 있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소통에 대한 불만은 의협과 같은 입장"이라고 했다.

즉 전공의들이 더 중점을 두는 사안인 유급제 폐지, 주80시간 상한제 수정이 없다면, 전공의들도 의협 투쟁과 별개로 투트랙 파업(Two Track)을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장 회장은 "현재 대부분의 병원에서 주 80시간에 맞춘 당직표를 전공의들에게 '알아서 짜오라'고 지시하고 있다. 복지부와 병원 신임평가센터, 각 병원 차원에서의 지원이 전무한 가운데, 결국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각 전공의들에게 제시하도록 미루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더이상 전공의들이 희생을 감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복지부 고시개정안에 언급된 전공의의 유급을 의미하는 구문에 대해서도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하다면 단체행동에 나서는 것도 불사할 것"이라고 했다.

일단 여기서 단체행동 개시일은 고시시행 예정일인 3월1일로 잡혀있다. 정부에서 전공의들의 현장을 감안하지 않고 무작정 고시안대로 강행하면 시작하겠다는 의미다.

대전협 측에서는 우선 3월1일 모든 전공의들이 당직과 관련한 소송을 걸 수 있는 준비를 마련할 방침이다. 장 회장은 "원하는 사람은 병원에 대해 추가당직에 대한 수당을 받을 수 있게 할 것이다. 이는 금액보다 전공의들이 수련환경이 녹록지 않음을 세상에 알리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소송에도 복지부가 꿈쩍하지 않으면, 대표자 대회 등을 통해 의협처럼 대정부투쟁에 돌입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장 회장은 "대정부투쟁에 돌입하면 파업날짜를 전하고 대국민 홍보를 중점적으로 시행할 것"이라며 "'관치의료가 계속되면 전공의들이 병원에서 사라져 간호사들이 수술할 수 있다'는 점을 공고히해서 병원예약 취소 등의 사태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고시 시행을)멈춰야 우리도 멈춘다는 것을 강조할 것이고, 전공의들의 의중이 반영된 완벽한 수정고시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현행체제를 그대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공의하는 한계 때문에 조직력 구성에 있어서 다소 어려움이 따를 것을 견지하면서, 장 회장은 "병원을 그만 둘 각오를 한 뜻있는 전공의들이 무집회 파업을 시행하게 될 것이고, 아마 돌아갈 생각이 없는 전공의들이 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전공의 의지에 대해 의협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 탓에 미래가 어두워진 전공의들이 거리로 나서는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고, 의협 대정부 투쟁 지지에 대해서는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러나 병원계는 전공의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법적인 문제를 검토하는 대로 대응조치를 마련할 방침이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전공의들은 근로자이자 수련의라는 신분에 대해 거듭 고려해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한다"며 "현재 병원과 전공의가 끊임 없는 소통을 통해 수련환경이 많이 개선된 것처럼, 파업 동참보다는 '소통'에 주안점을 두고 어려움을 풀어나가길 바란다"고 파업 지지 철회를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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