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뱃속에서 나온 병협마저 등돌리는 현 상황...원인파악 필요

최근 의사들이 원격의료 저지, 영리병원 반대 등 국민건강을 대변해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사들은 외부가 아닌 내부적인 요인이 크다고 풀이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16일 '의협, 어디로 나아가야 하나?'를 주제로 의료정책포럼을 개최, 이날 모인 의료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내부'단속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의협 노환규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회장 출마 후 의료제도를 발전시켜보려고 했지만, 원치 않게 꾸준히 후퇴해왔고 단 한번도 후퇴하는 제도를 막아내지 못했다"며 "따져보니 모든 요인은 내부에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 국회 등 외부적인 불통도 문제였지만, 회원들 사이에서도 갈등과 반목으로 소통이 되지 않아 한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노 회장은 "임기 내 목표는 후퇴하는 의료제도의 속도를 저지하고, 전진의 길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 내부 단속을 통해 반드시 변화된 모습과 가능성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내부 발전을 위해 미국의사회(AMA)를 많이 참조해야 한다면서, "전문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펼쳤는지를 살펴보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설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재욱 연구소장도 "의사들은 쓴소리를 하는 것을 듣지 않으며, 충고해주는 사람을 되려 나쁘게 몰아간다"며 "그간 의협에서 특강이나 연설 중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이 있다면 강연자에게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런 이유로 오늘 주제발표를 맡을 발제자 선정에도 애를 먹었다고 언급하면서, "외부의 충고를 달게 받고 내부적으로도 소통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변영우 대의원회 의장 역시 의협 내부의 소통부족에 대해 질타했다.

변 의장은 "우리나라 1% 엘리트들이 원가 70%의 수가 속에서 환자를 위해 묵묵히 일해왔지만, 국민들은 의협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라면서 뿐만 아니라 "잘못된 제도에 대해서도 꾸준히 의사들이 맞서 투쟁했지만, 지금의 결과는 참담하다"고 성토했다.

이같은 왜곡된 현상과 더불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한병원협회의 '원격의료 부분 수용 및 영리병원 법안 찬성'발언에 대해서도 "같은 뱃속에서 나온 병협마저도 의협 등을 돌리도 있다"고 말했다.

변 의장은 "문제 많은 지금의 상황은 외부 뿐 아니라 내부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내부적으로 다양한 소통 창구를 열어 교류하는 한편 의협, 병협, 병원의사회 등 다양한 의료계 단체가 외부적으로는 의협을 창구로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변해야만 국민들이 신뢰하는 기관으로 발전할 수 있고, 정부와도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강연은 '미국의사회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병희 교수가 발표했고, 조 교수는 "미국 의사들이 대국민적인 지지를 얻고 정부 정책에서 중심에 서있는 등 메디칼파워가 상당하다"면서 "이는 의사에게 많은 자율권이 부여됐고, 의대교수가 정치에 휩쓸리지 않으며, 의사들간 경쟁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주치의 개념이 박혀있어 환자-의사간 신뢰가 상당히 두터운 상태며, 300병상이 넘는 의대병원이 없을 정도로 의대가 자본에 휩쓸리지 않는 환경에 있다고 설명했다. 즉 우리나라와 달리 의사들이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밑바탕이 전제돼 있어 의사들의 지위가 높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미국의 의료에 자본, 산업화 등이 개입되면서 의사들의 지위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우리나라도 원격의료를 시행하거나 영리병원 등 병원의 수익창출을 허용하게 된다면 의사의 지위는 지금보다 더 추락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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