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암학회(ACS)와 미국당뇨병학회(ADA)는 지난 2010년 당뇨병과 일부 암의 연관성을 공식 인정했다. Diabetes Care 2010;33:1674-1685에 발표된 ‘당뇨병과 암’ 제목의 공동성명을 통해 “당뇨병이 간암, 췌장암, 자궁내막암 등 일부 암 위험 증가와 관련돼 있다”고 밝힌 것. 당뇨병 환자에서 암 발생 및 사망위험이 높다는 일련의 연구들이 보고돼 왔지만, 학계에서 성명이라는 공식적인 형식을 빌어 두 질환 사이의 연관성을 대외적으로 인정한 것은 처음이었다.

1 당뇨병과 암 발생 또는 예후 사이에 의미있는 연관성 있나?
성명은 일련의 관찰연구와 이에 대한 메타분석에 기반해 “당뇨병 환자에서 간암, 췌장암, 자궁내막암 발생의 상대위험도가 정상인과 비교해 약 2배 이상 높다”고 밝혔다. 간암과 췌장암의 위험도가 높은 이유는 인슐린이 췌장 베타세포에 의해 생성되고 문정맥을 통해 간으로 이동되는 만큼, 당뇨병 환자에서 두 장기의 인슐린 노출 정도가 증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대장암, 유방암, 방광암의 상대위험도는 1.2~1.5배 정도로 연관성이 다소 낮았다. 폐암위험 증가는 당뇨병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신장암과 비호지킨 림프종은 명확한 결론이 어려운 것으로 분류됐다. 반면, 전립선암은 당뇨병 환자에서 위험도가 감소하는 유일한 암으로 소개됐다.

2 당뇨병과 암 환자에서 흔히 겹치는 위험인자는?
연령(고령), 성별(남성), 비만, 운동부족, 식이, 음주, 흡연 등이 두 질환 모두에서 가장 흔한 위험인자로 지적됐다. 겹치거나 동반되는 이들 위험인자가 두 질환의 연관성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근거해 성명은 “건강한 식이, 운동, 체중관리 등을 통해 제2형당뇨병과 일부 암의 위험을 줄이고 임상결과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성명은 당뇨병 환자에서 암 위험도가 증가하는 것이 동반되는 위험인자 때문인지, 고혈당·인슐린저항성·고인슐린혈증 등 당뇨병 자체의 대사장애 때문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3 당뇨병과 암의 연관성을 설명할 수 있는 생물학적 연결고리는?
성명은 당뇨병과 암 발생을 직접적으로 연관시키는 잠재적 기전으로 고인슐린혈증, 고혈당, 염증 등을 꼽았다. 인슐린은 체내에서 두 가지 작용을 한다. 혈당조절이 주임무인 동시에 매우 낮은 강도로 증식작용에도 관여한다. 인슐린이 인슐린 수용체와 결합하면 혈당조절 임무를, IGF-1(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수용체와 결합하면 증식작용을 담당하게 된다. 학회의 설명에 따르면, 정상인의 경우 인슐린이 대부분 인슐린 수용체와 결합한다. 하지만 고인슐린혈증으로 인해 장시간 높은 인슐린 농도를 유지하면 IGF-1 수용체와의 결합이 증가해 암의 원인 중 하나인 증식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4 당뇨병 치료가 암 발생 및 예후에 영향을 미치나?
성명은 “특정 항당뇨병제가 암 위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근거는 제한적이고, 관찰된 연관성은 체중과 고인슐린혈증 등 여타 암 위험인자들에 미치는 영향과 혼동될 수도 있다”며 조심스러운 접근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조기 근거들이 메트포르민과 암 위험 감소의 연관성을, 외인성 인슐린(exogenous insulin)과 암 위험 증가의 연관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종적으로는 “이러한 이슈들의 명확한 결론을 위해 연구가 더 필요하며, 인슐린글라진이 여타 인슐린 제제에 비해 암 위험과의 연관성이 높은지에 대해서도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2012년 발표된 ORIGIN 임상연구에서 인슐린글라진은 암 위험을 높이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인 남·여에서 공복 혈당 수치와 암 위험
JAMA 2005;293:194-202

배경·목적
암의 위험인자로서 당뇨병의 역할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기 어렵다. 한국인 남·여에서 공복혈당과 암 위험의 연관성을 파악하고자 했다.

방법
1992~1995년까지 국민건강보험 건강검진을 받은 30~95세 연령대의 남·여 129만 8385명(남 82만 9770명, 여 46만 8615명)에 대해 10년간의 전향적 코호트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암에 의한 사망, 암 발생 빈도, 암으로 인한 입원 등을 평가했다.

결과
암으로 인한 사망은 남성에서 2만 566건, 여성에서 5907건이 발생했다. 흡연과 음주를 보정해 관찰한 결과 공복혈당이 140mg/dL 이상으로 가장 높은 그룹의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공복혈당 90mg/dL 미만으로 가장 낮은 그룹과 비교해 남성에서 1.29배, 여성에서 1.23배 유의하게 높았다. 암종 별로 공복혈당이 가장 높은 군과 낮은 군을 비교했을 때는 췌장암에 의한 사망률이 남성에서 1.91배, 여성에서 2.05배 높아 가장 강력한 연관성을 보였다. 식도암, 간암, 대장암(이상 남성)과 간암, 자궁경부암(이상 여성)에서도 고혈당과의 유의한 연관성이 관찰됐다.

결론
연세대 보건대학원 지선하 교수팀은 “한국인에서 공복혈당의 증가와 당뇨병 진단이 일부 주요 암종의 독립적인 위험인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공복혈당 수치가 높아질수록 암 위험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여성에서 제2형당뇨병과 신세포암 위험
Diabetes Care 2011;34:1552-1556

배경·목적
제2형당뇨병은 일부 암 위험증과와 연관돼 있다. 하지만 신세포암과의 관계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장기간의 관찰연구를 통해 제2형당뇨병 환자에서 신세포암의 위험을 파악코자 했다.

방법
Nurses’ Health Study에 참여한 11만 8177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1976년부터 2008년까지 추적·관찰을 진행했다. 연구시작 시점에서 여성들의 연령은 30~55세였다. 자가보고 형식으로, 의사로부터 당뇨병 진단을 받은 환자들의 암 발생 여부를 연구시작 시점부터 격년으로 파악했다.

결과
32년간의 관찰결과 제2형당뇨병은 총 1만 6819건, 병리적으로 확진된 신세포암은 330건으로 확인됐다. 연령·체질량지수(BMI)·고혈압·흡연·출산력 등을 대상으로 다변수 보정을 실시한 결과, 제2형당뇨병이 신세포암과 유의한 연관성을 보였다. 제2형당뇨병 환자에서 신세포암이 발생할 위험은 1.60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포암 위험은 비만·고혈압·제2형당뇨병 등이 동반될 경우에 더 높았다. 3가지 질환이 모두 동반된 여성 환자들을 동반질환이 전혀 없는 여성과 비교했을 경우, 신세포암 위험이 4.1배나 상승했다.

결론
미국 하버드공중보건대학의 조희경(Hee-Kyung Joh) 교수팀은 “제2형당뇨병이 여타 변수에 관계 없이 독립적으로 신세포암 위험증가와 연관성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동시에 “제2형당뇨병에 비만과 고혈압 등이 동반될 경우, 신세포암 위험이 현저하게 증가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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