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대안으로 '방문간호사' 제안

"간호법제정을 마무리짓지 못해 아쉽고 또 아쉽다. 하지만 후임 회장께서 이 부분에 대해 심도 깊게 알고 있으므로, 입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달이면 2년간의 임기를 마치는 대한간호협회 성명숙 회장은 재임 도전을 포기하고 회장직을 물러난다. 간협 회장으로서 유독 활약상이 많았기에 회원들의 아쉬움이 더 크다고.

우선 성 회장은 지난 2년을 되돌아보면서 충남 천안에서 열렸던 의료법 80조 개정 저지 집회를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지난 2012년 8월초 민주당 양승조 의원이 △간호조무사 명칭을 간호실무사로 변경 △간호조무사 시·도지사 자격을 보건복지부 장관 면허로 변경 △공급규제 없는 간호조무사 면허신고제 시행 등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하자, 간협에서는 조속한 폐기를 요청하기 위해 천안에서 '개악 저지 대국민대회'를 열었다.

성 회장은 "양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 발의를 반대하기 위해 3000여명의 간호사들이 천안을 찾았다"면서 "그 때 수많은 간호사들 앞에서 개정안의 부당함을 설명할 때 전율이 일었다"고 말했다.

그는 "밤을 새며 준비했던 일이나 제주도에서 찾아온 간호사들과 악수를 하고, 그날 모인 간호사들의 열의에 찬 눈빛을 보며 이야기를 나눈 장면 등 눈을 감아도 사라지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복지부 간호인력개편안 등장

뿐만 아니라 지난 2월 나온 보건복지부의 간호인력개편안은 간호협회와 회장의 업무를 더욱 과부화시켰다.

개편안은 간호조무사 제도를 폐지하고 간호인력을 '간호사-1급 실무간호인력-2급 실무간호인력'으로 개편, 경력을 중시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간협이 개편안은 의료인 면허를 무너뜨릴 수 있고, 간호대에 입학해 정식 교육과정을 밟은 간호사의 배타적 권리를 침해한다고 반박했다.

현재 간호계만의 새로운 개편안을 만들었으며, 복지부의 개편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부연했다.

또 간협에서 협의체를 구성해 복지부와 논의하는 부분은 복지부의 간호인력개편방향이 아닌, 2018년부터 대학에서 조무사 양성을 하는 것과 관련한 논의하고 못박았다.

그는 "협의 과정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으나 지난 10일 3차 협의체 회의를 마쳤고, 내달초 4차 예정이다. 진행 상황에 따라 충실히 임할 것이고, 임기 마쳐도 임원들이 이어서 참여할 방침"이라며, 간호계가 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홍으로 다시금 '골머리' 앓아

하지만 지속적으로 인력개편안을 확정된 안처럼 공개하고, 이것이 협의체 논의의 틀인 것처럼 주장하는 세력이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했다.

그는 "복지부 인력안을 찬성 및 반대에 관한 논의가 아니라, 대학에서의 조무사 양성시 어떤 체계를 만들지를 논의하는 것"이라며 "복지부 단일안을 합의해 가는 과정이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성 회장의 임기동안 '간호조무사 대학 설립' '보건복지부 간호인력개편안' 등을 둘러싸고 간호조무사와의 다툼도 극심했지만, 건수간이라는 새로운 간호단체와의 갈등이 내홍으로 치닫기도 했다.

그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회원 모두가 한목소리를 내야 가능하지만, 불미스럽게도 다른 목소리를 내는 단체가 있었다"면서 "간호계가 하나로 똘똘 뭉칠 때 간호단독법 제정 등 숙원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의료법 개악 저지를 위한 천안 집회와 복지부 인력개편안 반발 등을 계기로 '단독간호법 제정'이 나오게 됐고, 제주부터 서울까지 전국 100만 서명운동의 시발점이 됐다고 전했다.

즉 간호계에 불어닥친 폭풍이 간호계의 문제들을 되짚어보고 또 해결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간호사 권익'에 관한 것임을 깨달았다고.

따라서 그는 "많은 사안이 쌓이다보니 간호계가 시끄러웠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간호계가 열심히 목소리를 내고 일하는 원동력이 됐다"며 "간호단독법이 반드시 제정돼 간호사가 일한만큼 대우받고 인정받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후임회장에게도 이 부분에 대해 거듭 당부했다.

현재 성 회장은 상근회장으로 많은 일을 해오면서 에너지가 모두 방전된 상태이므로, 후임회장이 바톤을 이어받아 간호계의 숙원인 간호단독법이 앞만 보고 달려나갈 수 있게끔 총력을 다해달라는 주문이다.


원격의료에 대한 새로운 대안 제시

성 회장이 연임을 하지 않는다는 발표에 대정부, 대국회 활동이 잦았던 만큼 회장 이후 도전은 국회의원이 아닐까하는 추측이 많았다.

그러나 그는 명백히 선을 그으며 "국회활동을 하고 싶었다면 아마 연임을 통해 더 많은 활동을 펼친 뒤 국회의원으로 도전을 했을 것"이라면서 "간호계에서 20여년간의 활동을 마무리하고 가정에만 충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바쁜 활동을 이어나갔음에도 이루지 못한 공약이 있다. 바로 회관 이전이다.

그는 "예산도 마련됐기에 이번 임기 내에 반드시 회관을 새 건물로 이전하려고 했다"면서 "하지만 간호계, 보건의료계의 환경이 여의치 않아 회관에 적극적으로 시간을 투자하기가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이어 "대부분의 조건은 갖췄으므로 다음 임기의 회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고른다면, 빠른 시일 내에 새 둥지를 틀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편 최근 의료계에서 원격의료 확대 및 영리병원 허용에 반발하기 위해 총파업을 준비 중인 것과 관련, 성 회장은 "투쟁이 지나치게 확산돼 우려스럽다"며 "파업을 하는 것은 반대며, 의협이 지나치게 앞서나가려는 것도 의약계단체 내에서도 곤란한 입장을 표명 중"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독단적인 정책 결정에 대해서는 잘못임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금의 원격의료 정부안이 아닌, 의사-환자 사이에 '방문간호사'의 조력 하에 이뤄지는 원격의료가 바람직하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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