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어렵다를 외치는데 의료기기산업이라고 잘될 수 있을까? 이미 대형병원 확대도 주춤하고 비용절감에 구조조정까지 나오고 있다. 의료기기 올해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

일단 규제 완화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지난달 청와대 주문으로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6개 부처가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IT융합 의료기기 회의를 가졌다. 의료분야가 신산업·신시장 창출에 포함되면서 IT융합 의료기기 세부분야 도출 및 개선방안을 모색하기로 한 것이다.

의료기기 허가 심사기관인 식약처가 내세운 간소화 절차 대상에는 원격의료기기와 체외진단기기가 꼽혔다. 공교롭게 둘다 대기업의 신규사업과 맞물려 있는 품목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협약을 모색해볼 수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2020년까지 의료기기 관련 매출을 10조원 규모로 키우고, 10년 내에 의료기기 시장에서 세계 1위에 오르겠다"며 "기존 인포테인먼트 중심의 사업구조를 헬스케어 등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비즈니스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가전쇼인 미국 CES2014에서 원격진료기기가 대거 설치된 헬스스팟 등을 전시하면서 스마트폰과 관련한 각종 원격의료기기에 관심을 보여줬다.

SK텔레콤은 최근 서비스 전문기업인 랩지노믹스, 분자진단 시약 전문기업 제놀루션, 휴대용 분자진단 기기 전문기업인 나노바이오시스, 현장검사(POCT) 면역진단 전문기업인바이오포커스 등과 미래진단기술 동반성장포럼을 만들고, 체외진단기기의 개발 및 상용화에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차세대 체외진단 플랫폼 ▲중국 시장 특화 제품 및 기기 ▲한국인 특이 유전자 분석 제품 등의 분야에서 공동 개발을 진행하며, 제품 상용화 이후에는 중국, 미국 등 해외 진출을 위한 마케팅 활동과 기술 수출 지원 을 할 예정이다.

SK측은 "체외진단산업은 질병의 예방과 각종 질환 모니터링을 혈액검사와 같은 간단한 검사로 확인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발전 중이며, 의료와 바이오 및 정보통신기술간 융합을 통해 미래 의료 서비스를 이끌어 갈 혁신적 영역으로 평가받는다"라며 "전세계적으로도 2012년 50조 원 규모에서 2020년 80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사용자 중심 의료기기 개발...사용 확대 관건

사용자 중심의 의료기기 개발과 국산 의료기기 활성화도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전기연구원(KERI)과 국립암센터는 의료기기 개발기술과 임상 의료기술 연구협력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 MOU를 체결했다. 양측은 ▲의료기기 분야의 공동연구 및 첨단제품의 공동개발 ▲임상시험 협력 ▲인력·학술자료·정보 및 출판물의 교류 ▲장비 및 시설 등의 상호 활용을 긴밀히 추진할 계획이다.

김호용 KERI 원장은 "국립암센터는 암의 예방, 연구, 진료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보유고 있고 KERI는 영상의료기기 원천기술 및 상용화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며 "양 기관의 협력을 바탕으로 신뢰성 높은 의료기기 개발은 국산 의료기기의 위상을 한층 높이는 촉진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밖에 의료기기상생포럼, 체외치료기포럼, 서울대병원·서울공대 포럼 등을 중심으로 의사-기업 간 공동 연구개발 계획이 이어지고 있다. 병원이 의료기기를 개발해 진료 이외의 수익모델을 가져갈 수 있고, 업체도 사용자 중심의 의료기기 개발을 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연구중심병원 등이 화두로 떠오르고 연구 강화를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개발주기가 길고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는 신약이 아닌, 의료기기 개발이라면 산업 활성화의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 역시 단순히 공학적인 입장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입장에서 설계해 더욱 많이 판매될 수 있는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현재 국산제품의 품질경쟁력 및 신뢰도 향상을 유도하는 '국산 의료기기 신제품 테스트 지원사업'에 공모해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국산 의료기기의 품질경쟁력 향상과 국내·외 시장진출 활성화를 위해 '2014년 국산 의료기기 신제품 테스트 지원사업'의 대상을 오는 29일까지 공모 중이다. 사업은 주관기관(의료기관)과 참여기업(의료기기 제조기업)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지원대상이며, 참여기업의 의료기기 신제품을 테스트하기 위해 필요한 소요 비용을 지원(최대 6000만원)한다.

그러나 실제적인 사용 확대는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 국내업체 대표는 "국립대병원에서조차 국산의료기기는 구매 후보군에서부터 탈락한다. 신뢰성 확보와 임상 강화를 주문하고 있지만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기 마련"이라며 "의료법인 자회사 등의 허용으로 의료기관에 투자를 강요당하고 진입장벽에는 여전히 애로점이 있어 수출확대에 주력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판매 넘어 치열한 전략 경쟁...치료재료 업체는 한숨

글로벌 기업들은 단순히 기기판매가 아닌 치열한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지멘스는 병원의 컨설팅 사업에 참여하는 방안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멘스는 단순히 의료기관에서의 에너지 절감 뿐만 아니라 병원경영효율성과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병원의 에너지 소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의료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병원이 직면한 문제들에 대해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그린플로스 체크 컨설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부산 부민병원에 컨설팅을 완료했다. 수술실 및 병동 효율성, 에너지 시설점검, IT, 인사관리, 물품관리, 사회사업, 질관리, 전략경영 등 병원의 쾌적한 공간활용과 시간과 비용 절감, 고객만족을 위한 의료서비스 향상에 요구되어지는 40개의 세부항목을 정밀 점검, 이를 토대로 총체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

GE헬스케어는 국내의 생산기지를 만들어 글로벌 본사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성남시에 2000억원을 투자해 유방암진단기기(Mammography) 연구·생산 기지 설립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로 생산될 유방암진단기기는 95% 이상 미국과 유럽 등으로 수출될 예정이어서 수출증대 효과를 비롯해 국내 의료기기 생산기술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존슨앤드존슨메디칼, 메드트로닉 등 보험재정에 묶인 치료재료 품목은 아무리 거대 글로벌 기업이더라도 속수무책이라는 반응이다. 이들 기업은 구조조정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대관업무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의료기기산업협회를 전면에 내세워 우수한 품목의 수가 산정을 주문해 봤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리베이트, 원가조사 등의 악재만 쌓여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환자안전, 환자감시 등의 새로운 제품이 화두인데도 불구하고 적절한 수가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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