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기술 확보와 인력 양성 시급한 문제

정부가 유전정보 빅데이터 구축을 위해 오는 2021년까지 총 10만명의 한국인 유전체 자원을 확보하고 유전체 기반의 한국인 맞춤의료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발표를 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현재 보유한 약 60만개의 인체 유래물 자원을 포함해 10만명의 한국인 유전체자원을 민간 기업과 연구소에 단계적으로 분양, 제공한다는 것이 정부의 청사진이다. 더불어 이 분야의 투자도 집중된다.

보건복지부는 차세대 유전체 사업에 1577억, 산업자원부는 유전체 산업화 지원에 910억원, 미래창조과학부도 유전체 연구기반 구축에 1513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그야말로 집중 투자라 할 수 있다.

복지부는 총 10만명의 유전체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유전체 기반의 헬스케어 신산업 창출이고 대표적인 융합 신산업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개인 유전체 분석이나 해독, 컨설팅, 개인 맞춤 u-헬스케어, 웰니스 등의 유전체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원천기술 하나도 없으면서

전문가들은 복지부의 이러한 기대가 장밋빛 기대로 끝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재 유전체 분석기기나 소프트웨어 등에 대한 원천기술을 갖고 있지 않은 우리나라가 10만명의 유전체 정보를 모으겠다란 것은 말도 안 되는 뒷북이라는 것이다.

서울의대 김주한 교수(시스템바이오정보의학 국가 핵심연구센터 소장)는 영국 NHS( National Health Service)가 암이나 희귀질병을 가진 영국인 10만명의 DNA 시퀀스 30억개 전체 유전자를 분석하겠다는 게놈 프로젝트를 베낀 것이라 지적했다.

김 교수는 "영국 총리 데이빗 카메론이 발표한 내용을 우리 정부가 카피 한 것으로 생뚱맞다"며 "유전체를 분석할 수 있는 NGS(염기서열 시퀀싱 장비)의 원천기술을 대부분 미국 회사들이 갖고 있는데 10만명 유전체 자원을 모으겠다란 것은 그 기계를 사들여 분석하겠다란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우리나라 기업 중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지난 15년 동안 외국회사의 기계 사들여 시퀀싱만 했을 뿐이다"며 "정부 발표는 NGS의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 등 외국계 회사에게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말과 같다"고 꼬집었다.

국내 회사가 원천기술이 없다는 것은 복지부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복지부는 내년부터 대용량 유전체를 저렴한 비용으로 초고속으로 판독할 수 있는 차세대 NGS를 개발하고, 유전체 해독과 질병예측을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 소프트웨어도 개발한다고 밝혔다.

특히 차세대 NGS(염기서열 시퀀싱 장비) 장비의 국산화를 위해 2014년 예타사업으로 '차세대 NGS 대형 R&D과제' 를 기획 추진할 계획이다.

시퀀싱 할 때가 아니다

1990년대는 게놈분석에 15년이 소요됐다. 비용도 30억불, 우리나라 돈으로 3조 183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필요했다. 그런데 2013년에는 하루가 소요되고, 1천불 우리나라 돈으로 106만원 정도 밖에 들지 않는다.

이렇게 시퀀싱 기술이 빨라지고 비용도 저렴해 짐에 따라 2021년까지 10만명의 유전체를 단순하게 시퀀싱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1000만 게놈이 이미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10만명의 유전자를 시퀀싱 하려는 계획은 황당하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100만원 정도 주면 하루 만에 시권싱을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시퀀싱만 하겠다는 것은 CT, MRI 등을 찍겠다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지금 10만명 유전자 데이터를 모으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시퀀싱만 할꺼냐, DNA로 할꺼냐 등 그 데이터를 데이터를 어떻게 쓸 것인지와 분석과 해석"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유전체 분석을 하는 업계들의 반응은 김 교수의 생각과 다르다. 일본 등에서 1000명 게놈을 이미 했다고 하지만 사람마다 유전자가 모두 다르고, 희귀변이 등을 찾으려면 10만명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마크로젠의 한 관계자는 "10만명 유전자를 구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고 유전학적으로 그 정도를 해야 정확하게 질병을 찾아낼 수 있다"며 "시퀀싱이 시대가 갔다는 말도 정확하지는 않다"고 반론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발표를 업계는 반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 말한다. 정부가 민간 유전체서비스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개인이 자신의 유전체형(type) 분석정보를 저장 관리하고 병원진료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유전체정보 온라인포탈시스템'을 구축 운영할 계획에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유전체서비스업체, 제약사, 병원, IT기업 등이 함께 모여 다양한 시장창출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 유전체 산업포럼' 도 발족하기로 한 상태다.

이렇듯 이 분야의 시장성이나 발전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정부 발표는 그야말로 호재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현재 마크로젠, 테라젠이텍스, 디엔에이링크 등이 활발하게 시장을 개척하고 있고 여기에 게놈 클라우드, 삼성게놈닷컴이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력 양성도 중요한 문제

유전자 시퀀싱과 분석에 필요한 인력도 시각이 엇갈린다. 인력이 문제가 될 것이라 내다보는 사람들은 이제 단순하게 시퀀싱 하는 사람을 양성하는 것은 뒷북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필요한 인력은 유전자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서정선 서울의대 교수(유전체의학연구소 소장)는 "시퀀싱 하는 것에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 또 분석에도 인력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반대되는 전망을 내놓았다.

인력 양성과 관련 복지부는 BIT융합 대학(원)을 확대하고 유전체정보 연구·분석 및 바이오인포메틱스 관련 인재도 오는 2017년까지 500여명이 양성할 계획이다. 또 글로벌 차원의 산학연 국제공동 연구 및 현장 전문인력 조기 확보를 위한 BIT인력 대상 재교육·기술이전 프로그램도 추진된다.

유전자 산업화가 안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여러 부처에서 진행하는 이 사업이 과연 잘 진행될까 하는 불안감이다. 현재 복지부, 미창부, 산업부 등이 한국인 유전체자원 빅데이터 구축을 진행 중인데 부처간 연계가 힘들 것이란 얘기다.

정부가 추진하는 유전정보를 이용한 빅데이터 구축은 좀 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할 문제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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