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원주대치과병원 가장 청렴

국가의 지원을 받는 공공의료기관의 부패 경험률이 다른 공공기관보다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돼 공공병원의 청렴도에 대한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1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13년 공공기관 청렴도 부패경험률은 2.4%(직접0.7%, 간접1.7%)에 비해 의약품, 의료기기 구매 관련 리베이트를 수수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평균 28.1%나 됐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우리나라 대표 병원이라 할 수 있는 서울대병원이 가장 청렴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돼 주변을 더욱 놀라게 했다. 국민권익위는 국립대병원 13개, 의료원 29개, 국립암센터 등 기타 병원 4개 등 총 46개의 2013년 공공의료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를 발표했다.

공공의료분야의 청렴도 측정은 2011년부터 격년으로 주기로 측정하고 있는데 2013년도에는 공공의료기관의 업무 특성을 반영한 모형개발로 해당 유형의 청렴 수준을 현실에 가깝게 측정하는 특화모형개발을 해 적용했다. 이번 조사에는 내부고객, 외부고객, 이•퇴직자 등의 정책고객 등 총 6750명을 대상으로 전화설문조사와 이메일 스마트폰 등이 이용됐다.

국립대병원의 종합 청렴도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받은 곳은 강릉원주대치과병원이다. 또 서울대치과병원도 1등급을 받았다. 제주대병원과 전남대병원, 전북대병원, 충남대병원, 부산대치과병원 등이 비교적 좋은 성적을 얻었다. 서울대병원은 전국 13개 국립대병원 중 최하위를 기록해 불명예를 안았다.


이번 조사에서 눈여겨 볼 것은 부패 경험률이다. 간접경험을 포함한 리베이트 '수수'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을 말하는데 의약품, 의료기기, 구매 관련 리베이트를 수수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응답자 평균 28.1%나 됐다.

설문 대상자별 분석시 이직자와 퇴직자의 경험률이 73.2%로 가장 높았고, 소속직원 31.5%, 판매업체 3.0%, 관리감독기관 2.3% 순이었다. 기관 유형별로는 대학병원이 35.2%로 가장 높았고 기타 병원 29.0%, 의료원 24.2% 순이었다. 리베이트 종류별로는 향응수수(평균 8.6%)가 가장 많았고 공통경비수수(7.6%), 금전수수(4.6%), 편의수수(4.2%), 물품수수(3.1%) 순이었다.

내부고객의 부패 경험률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내부고객이 의약품•의료기기 구매 관련 리베이트를 수수한 경험은 평균 31.5%로 집계 됐다"며 "대학병원(44.2%) 경험률이 가장 높으며, 기타병원(35.0%), 의료원(24.9%) 순이었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내부 고객 부패 경험률이 31.5%인데, 리베이트를 제공한 즉 판매업체 등 외부고객의 의약품, 의료기기 구매 관련 부패 경험률은 3.0% 밖에 되지 않았다. 받은 사람이 있는데 준 사람은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리베이트의 은밀성을 감안할 때 설문조사 과정에서 리베이트 제공자가 은폐, 응답 부담 등의 이유로 제대로 측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외부고객의 부패 경험률도 대학병원(3.8%), 의료원(2.7%) 기타병원(1.6%) 순이었다.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람들이 소극적인 답변을 한 것에 비해 이직하거나 퇴직한 사람들의 답변은 충격적이다. 이들은 73.2%가 리베이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청렴도 조사를 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오랫동안 청렴도 조사를 해오고 있지만 국제적 비교지수인 부패인식지수(CPI)의 수준 제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 법제사법팀 조규범씨는 "평가를 통한 기관의 순위매김으로 하위권 기관에 '창피주기’식의 부담을 주는 방식은 청렴도 개선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평가를 등급제로 운영하거나 상위 평가된 기관에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방식 등을 통해 투명성 제고를 위한 유인책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방식은 부패인식지수와 연계 할 수 있도록 실효성과 타당성이 높은 평가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며 “기존 청렴 정책 외국의 성공사례 등을 체계적•종합적관점에서 연구분석해 우리 실정에 맞는 방식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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