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원의들의 걱정은? 저수가, 노인정액제 등 고민

[기획] 2014년 개원가의 고민은?
1. 저수가, 노인정액제 등 계속되는 개원가 고민들
2.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의료계가 다른 어느 해보다 더 어수선한 1월을 맞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원격진료와 의료민영화에 대한 논란이 전혀 해결되지 않은 채 정부의 강한 추진 의지만 확인한 채 새해를 맞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뜻을 막기 위해 대한의사협회는 11일 의협회관에서 의료제도 바로세우기를 외치며 전국의사 총 파업 출정식까지 가질 예정이다. 출정식에서 의협은 원격의료, 영리병원 저지 및 잘못된 건강보험제도를 바로잡기 위한 투쟁 로드맵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는 원격의료와 의료 민영화를 밀어 붙이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의료계는 처음에는 원격진료 등의 일련의 사건들이 보건복지부의 뜻으로 알았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 더 나아가 청와대의 뜻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특히 6일 신년 기자간담회와 7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등을 초청한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보건, 의료, 교육 등 5대 유망 서비스 업종에 대해 적극적인 육성 의지를 피력하면서 의료계는 더욱 강한 투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이처럼 의료계 전체가 원격진료나 의료민영화라는 큰 문제에 묻히면서 일선 개원의들의 작은 목소리들은 제대로 꺼내보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저수가는 개원의들의 영원한 친구(?)

개원의들의 고민의 핵심은 역시 저수가 문제였다. 개원의들은 수십년 동안 적게 보장하고 적게 지급하는 저부담, 저보장, 저수가에 지쳤다며 신년부터 강한 어조의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서울의 한 개원의는 "정부가 너무 당연하게 저수가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저수가를 책정해도 의사들이 어떻게든 병원을 운영하니까 저수가에 대해 알면서도 수가를 올리려 하지 않고 오히려 딴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의료계 신년하례회에서 의협 노환규 회장도 "전체 의료기관의 94%에 달하는 민간의료기관들이 공보험을 강요하는 원가 이하의 낮은 건강보험수가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왔다"며 "이제는 의사들의 희생도, 의사들이 만들어낸 편법도, 그리고 의사들의 인내마저도 모두 바닥났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대한의원협회도 성명서에서 "정부는 의료행위 자체로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은 그대로 유지하고 저수가로 피폐해진 의료환경을 개선할 의지가 전혀 없다"며 "저수가 저급여 저부담 구조는 적정수가 적정급여 적정부담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협회의 적정수가 적정급여 적정부담에 대한 주장은 사회적으로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제주의대 교수)는 "지금까지의 저부담 저복지의 기조를 적정부담 적정복지로 전환해야 한다"며 "조세재정정책의 기조도 소극적인 것에서 적극적인 것으로 바꾸고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을 단계적으로 OECD 평균 수준까지 높여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11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전국의사 총파업 출정식'도 원격의료와 의료민영화 반대 등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실제로는 저수가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란 게 의료계 전반의 시각이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의협의 이러한 행동이 과연 수가를 협상하는데 유리한 지점을 차지할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저수가 문제에 대해서는 복지부도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해 10월부터 의협 부회장을 비롯한 임원들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과장 등이 참여하고 있는 '일차의료 살리기 협의체'를 구성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야간진료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일차의료에 적합한 수가 모형 개발, 초재진 산정 기준 개선 등이 논의되고 있다.

복지부는 "지역주민 생활형태 다양화를 반영해 야간전문 의원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야간전문 표방을 허용하거나 전문수가 산정 등에 대해 의견을 모으고 있다"며 "의사가 환자에게 충분한 상담과 환자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일차의료기관에 적합한 수가모형 개발과 급여화를 검토하고 있고 초재진 산정기준의 개선을 위해 재정규모 와 관리 방안 등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인정액제는 복병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노인정액제도 개원의들을 괴롭히는 복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진료는 전년보다 390원 오른 1만3580원, 재진료는 270원 오른 9700원으로 인상됐다. 이로 인해 초진 진료 후 주사만 처방해도, 재진 후 물리치료만 시행해도 1만5000원을 넘어 본인부담금이 4500원 이상으로 올라가게 됐다. 이는 별다른 의료행위의 변화 없이 본인부담금만 높아진 것이라 환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서울의 모 개원의는 "환자들이 1500원을 내다 갑자기 4500원을 내니까 마치 의사들이 돈을 더 받은 것처럼 불만을 얘기한다"며 "정부가 노인환자를 대상으로 이 문제를 전혀 알리지 않고 의사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원협회도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의사-환자 간의 신뢰관계를 회복 불능상태로 파괴시키고 있다"며 "비싼 본인부담금은 경제력이 취약한 어르신들의 의료 이용을 억제시켜 의료의 접근성과 형평성을 악화 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총 진료비가 1만5000일 때 보장성은 90%이나, 1만5001원이 되면 70%로 급감한다. 의료보장성을 80%로 올려야 한다며 4대 중증질환 전액국가부담을 추진하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의원협회는 현실성 없는 65세 이상 정액제를 즉각 개선해야 하고 정액구간을 확대하던, 정률제로 전환하던 지금과 같은 비현실적인 정액제를 개선하라고 주장했다. 또 당장 전국의 어르신들에게 총 진료비가 1만5000원을 초과하면 본인부담금이 3배 이상 비싸진다는 점을 널리 홍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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