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질환 관련 국제 비영리 기관인 'KDIGO(Kidney Disease: Improving Global Outcomes)'가 지난해말 만성 신장질환(CKD)환자들의 지질관리 가이드라인을 Annals of Internal Medicine(2013년 12월 10일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지난해 11월에 발표된 미국심장학회(ACC)·미국심장협회(AHA) 지질 가이드라인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눈여겨볼만 하다.

KDIGO 가이드라인에서도 CKD 환자의 지질 치료전략으로 스타틴을 제시했지만, 타깃 LDL-C 수치를 설정하진 않았다. ACC·AHA 지질 가이드라인과 마찬가지로 타깃 LDL-C 달성을 위해 점진적으로 강도를 높이는 스타틴 전략의 혜택에 대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또 높은 LDL-C 수치가 심혈관 위험도 증가와 연관성이 있다는 점은 언급했지만, LDL-C가 CKD 환자의 심혈관사건 위험도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들어 관상동맥 사망 또는 비치명적 심근경색 10년 발생 위험도(10-year risk for coronary death or nonfatal MI, 이하 10년 위험도)에 무게중심을 뒀다는 점도 특징이다.

LDL-C 타깃땐 심혈관 고위험 환자 누락 우려

큰 틀에서 변화는 있었지만, 새롭게 진단된 CKD 환자의 총콜레스테롤, LDL-C, HDL-C, 중성지방 등 지질 프로파일 평가는 권고했다. 여기에는 만성 투석, 신장이식 환자도 포함된다(1C).

CKD 환자에서 이상지질혈증은 흔하진 않지만, 초기의 지질 프로파일 평가를 통해 고콜레스테롤혈증이나 고중성지방혈증을 진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이미 이상지질혈증이 있는 경우 사구체여과율(eGFR), 당뇨병, 중증 단백뇨, 면역억제제, 이식된 신장의 양상, 동반질환, 영양상태 등 주요결정 인자 이외에 2차 원인 발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질 프로파일은 공복상태에서 평가하고, 중성지방 1000mg/dL 이상 또는 LDL-C 190mg/dL 이상일 경우 추가적인 평가를 시행하도록 했다.

가이드라인 위원회는 "초기의 지질 프로파일 검사가 비싸지 않고 최소 침습적인 방법이라는 측면을 고려해 직접적인 근거가 많지는 않지만 권고수준(1C)은 높게 설정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지질 프로파일의 추적관찰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표했다. CKD 환자들의 지질관리 전략은 10년 위험도를 기반으로 구성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단한만큼, 치료타깃이 아닌 LDL-C에 대한 지속적인 추적관찰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타깃 LDL-C 도달을 위해 점진적으로 치료전략을 강화하는 'treat-to-target' 전략을 부정한 것으로, LDL-C가 죽상동맥경화성 사건 위험도에 대한 강력하고 독립적인 인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심근경색, 뇌졸중, 말초혈관사건 등에 스타틴 치료의 혜택은 기저 LDL-C 수치보다 기저 관상동맥 위험도와 더 높은 연관성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또 가이드라인 위원회는 LDL-C를 타깃으로 할 경우 투석환자 등 LDL-C는 낮지만 심혈관 사망 및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가 높은 CKD 환자들이 스타틴 처방범위에서 누락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반적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LDL-C 타깃 관련 혜택에 대한 근거 부족, LDL-C 측정방법의 다양성, 근육과 간에 대한 독성문제, 타약물과의 상호작용 등의 문제도 LDL-C 타깃전략에 대한 부정적인 요소로 언급했다. 대체전략으로는 10년 위험도를 기반으로 한 'fire-and-forget' 방식을 제시했다. 불필요한 LDL-C 추적관찰과 고용량 스타틴 전략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의 부담과 부작용 위험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가이드라인에서는 스타틴 치료의 순응도, 이식된 신장의 변화, 이상지질혈증에 대한 2차 원인에 대한 우려, 스타틴을 복용하지 않는 50세 미만 환자들의 10년 심혈관 위험도 등 처방 패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이 있을 경우에는 지질 프로파일의 추적관찰도 고려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eGFR 수치 따라 구분…스타틴 전략 제시

CKD 환자의 지질 치료에 대한 축을 LDL-C에서 10년 위험도로 옮긴만큼 약물치료 권고사항에도 변화가 있었다. 이에 대한 영향이 직접적으로 반영된 부분은 만성 투석이나 신장이식을 받지 않은 50세 이상의 eGFR 60mL/min/1.73㎡ 미만 CKD 환자에 대한 권고사항이다. 이 환자군은 KDIGO GFR 카테고리 G3a~G5<표 1>에 해당하는 이들로, 스타틴 또는 스타틴+에제티미브 병용요법을 권고했다(1A).

가이드라인 위원회는 eGFR이 낮은 환자들에서는 LDL-C 수치가 관상동맥질환 위험도에 대한 연관성이 약하고, 투석을 받지 않는 50세 이상의 eGFR 60ml/min/1.73㎡ 미만의 CKD 환자들은 10년 위험도가 10% 이상이기 때문에 별도의 LDL-C 수치 평가는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권고사항에 대한 주요근거로는 SHARP 연구를 제시했다. SHARP 연구의 대상군은 GFR 기준 G3a~G5 환자들로 심바스타틴+에제티미브 병용요법이 관상동맥 사망, 심근경색, 비출혈성 뇌졸중, 재관류술 시행률 등 주요 죽상동맥경화성 사건을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 스타틴과 위약의 무작위 임상시험들에 대한 사후분석 연구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타나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50세 이상이지만 eGFR이 60ml/min/1.73㎡ 이상으로 신기능이 유지된 G1~G2 CKD 환자들에서는 LDL-C에 대한 별도의 언급없이 스타틴 치료를 권고했다(1B).

대부분의 근거에서 스타틴 치료전략은 단백뇨 여부에 상관없이 eGFR 60ml/min/1.73㎡ 이상인 CKD 환자에서 혜택을 보인다. 단 가이드라인에서는 eGFR 60ml/min/1.73㎡ 이상인 CKD 환자들은 단백뇨가 있지만, 대부분의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에서는 기저시점에 단백뇨 여부를 잘 파악하지 않기 때문에 이 환자군이 일반인 그룹으로 분류돼 있다는 점을 과제로 지적했다.

eGFR이 60ml/min/1.73㎡ 미만인 환자군의 권고사항과 비교했을 때 스타틴+에제티미브를 제외하고는 동일한 내용이지만, 투여하는 스타틴 용량에 대해서는 구분하고 있다. G1~G2 환자들은 CKD가 없는 환자들과 동일한 용량을 투여하도록 했지만, G3a~G5 환자들은 별도의 용량을 제시했다<표 2>.

한편 만성 투석을 받지 않거나 신장이식을 받지 않은 18~49세 CKD 중 동반질환이 있거나, 10년 위험도가 10% 이상인 이들에 대한 스타틴 치료도 강조했다.

권고사항에서는 18~49세 CKD 환자가 관상동맥질환자(심근경색 또는 관상동맥 재관류술), 당뇨병, 허혈성 뇌졸중,10년 위험도 10% 초과인 이들에게도 스타틴을 투여하도록 했다(2A).

가이드라인에서는 50세 미만 CKD 환자들의 심혈관사건 발생률은 낮지만, 당뇨병, 심근경색, 관상동맥 재관류술, 뇌졸중, 일과성허혈발작 병력자들은 10년 위험도가 12.2%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또 50세 미만 CKD 환자의 LDL-C 수치는 일반인보다는 낮게 나타나지만, 비교적 높게 나타나기 때문에 관상동맥질환 위험도 평가 시 LDL-C 증가여부 확인을 당부했다. 덧붙여 10년 위험도가 10% 미만인 CKD 환자들 중에서도 심혈관사건에 대한 혜택에 더 무게를 둔다면 스타틴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투석·신장이식 환자군 강조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투석환자들의 치료전략도 한 축을 구성하고 있다. 투석을 받고 있는 CKD 환자들에 대한 스타틴의 치료효과를 뒷받침해주는 근거들이 없는 가운데 새롭게 스타틴, 스타틴+에테티미브 병용요법을 초반부터 투여하지 않도록 했다(2A). 단 투석을 시작해야 할 때 이미 스타틴, 스타틴+에제티미브 전략을 시행받고 있는 이들은 지속해도 된다(2C).

이같은 전략은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 3개를 분석한 결과 투석을 받는 CKD 환자들에 대한 스타틴 치료의 혜택이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스타틴이 실질적으로 심혈관사건을 예방해준다고 해도, 초기 CKD 환자와 비교했을 때는 위험도 감소효과가 비교적 적다는 결론도 반영됐다.

이에 가이드라인 위원회는 혈액투석이 필요한 환자에게 초기부터의 스타틴 치료를 권고하지 않았다. 하지만 LDL-C 수치가 높은 CKD 환자의 경우는 심혈관사건 위험도 감소에 비중을 둬 스타틴을 처방해도 무방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와 함께 환자의 심근경색 경험 또는 기대수명증가, 중증 동반질환, 다약제복용에의 부담 등의 요소들도 스타틴 처방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투석을 시작하는 시기에 스타틴 또는 스타틴+에제티미브 병용요법의 중단도 권고하지 않은 것도, 투석 환자들에게 스타틴, 스타틴+에제티미브 처방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신부전 환자와는 별도로 투석을 받는 CKD 환자에게 스타틴을 중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임상시험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SHARP 연구에 포함된 2141명(34%)의 자료가 스타틴 요법의 지속에 대해 어느 정도 단서는 제공해주고 있다. SHAPR 연구기간 중 신부전이 없는 상태에서 투석을 받은 이들은 비투석군으로 분류돼 분석됐고, 관찰결과 전반적인 혜택이 나타났다.

가이드라인 위원회는 "SHARP 연구가 신부전 없는 환자에 대한 스타틴 치료의 혜택은 입증했지만, 투석을 받고 있는 환자에게 스타틴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근거에 대해서는 불명확하다"고 정리했다.

이에 투석 시점에서 이미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은 지속적으로 투여하도록 하되 비투석 환자 대비 혜택이 크지 않다는 점을 주지하도록 했다.

또 의사들은 주기적으로 투석 환자들의 임상적 상태를 평가하고 필요할 경우 스타틴 전략을 수정할 수 있으며, 환자가 다약제복용 및 약물독성에 대한 위험도에 더 비중을 둘 경우 스타틴, 스타틴+에제티미브 복용을 중단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투석 환자 대상 스타틴 치료 혜택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권고등급은 높지 않다.

한편 신장이식 환자의 경우 10년 위험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해 스타틴을 사용하도록 했다(2B). 신장이식 환자의 10년 위험도는 21.5%로 상당히 높은 편으로, ALERT 연구에서는 플루바스타틴 1일 40~80mg 복용이 위약군 대비 관상동맥 사망 및 비치명적 심근경색 위험도를 17% 감소시켜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이드라인 위원회는 "ALERT 연구의 1차 결과는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세부분석에서 심장사망이나 비치명적 심근경색 위험도는 35% 감소시켜준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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