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서 12일까지

늦은 밤 홀로 선 해바라기 같은 사랑의 열병

젋고 여리기만 한 베르테르는 발하임에서 롯데를 보는 순간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롯데는 이미 결혼을 약속한 약혼자가 있다. 베르테르는 절박한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자살을 선택한다. 1744년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자신의 경험담을 소재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발표한다.

이 작품은 자살이라는 소재가 다소 충격적이었던 시대에 출간 당시부터 큰 파장을 일으켰다. 여인을 위해 자살하는 베르테르의 이름을 딴 '베르테르 효과'가 현재까지도 그 영향력이 미치고 있다. 2000년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한국 창작뮤지컬이 제작되었다. 한국인의 감성에 맞게 창작된 이 작품은 큰 반향을 일으켰고 매년 리바이벌 되고 있다. 곧 일본으로도 수출된다.

 
조광화 연출·엄기준 베르테르의 귀환

올해 이 작품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원작의 맛을 가장 잘 살린 조광화 연출의 힘 그리고 아름다운 무대, 서정적이면서도 격정적인 실내악 그리고 최고의 베르테르로 손꼽히는 엄기준 베르테르의 귀환과 연출로부터 꿈꾸던 롯데로 찬사를 받은 전미도 롯데 그리고 치명적인 베르테르의 사랑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극의 긴장감을 더하는 무게감 있는 양준모 알베르트의 노래로 꼽을 수 있다.

지난 2003년 연출 당시 긴박감 넘치는 전개와 입체감 있는 캐릭터로 뮤지컬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호평을 받은 최고의 조광화 연출은 역대 가장 '뜨거운 베르테르'라는 호평을 받았던 만큼 서정적이면서도 차가운 질감이 공존하는 무대로 베르테르를 밀도 있게 보여준다.

아름답고 화려하기까지 한 무대, 조명과 의상은 베르테르가 겪는 질풍노도와 아픔을 더욱 극적으로 보여준다. 정승호 무대디자이너는 이번 '베르테르'에서 화이트 톤의 모던한 무대로 새로운 무대를 보여준다.

기존의 클래식함은 그대로 남겼지만 현대적인 디자인을 입혀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마치 고흐의 작품을 보는 듯 선명한 아름다움은 치명적이고 또 너무나 슬픈 사랑과 대비되어 눈물나게 아름답지만 또 숨막히는 사랑의 고통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서정적 실내악 선율에 매료

한국 뮤지컬 '베르테르'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서정성 짙은 실내악에 있다. 대부분의 뮤지컬이 관악을 넣어 대규모의 화려한 음악을 선보이는 데 비해 베르테르는 극의 서정성을 최고로 부각하는 실내악을 활용했다.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극이 이해가 되는 이유는 이 때문인데 최고의 음악감독으로 손꼽히는 구소영 음악감독이 이번 시즌에는 실제 피아노 연주까지 겸해 어느 시즌보다 더욱 애절함이 돋보이는 풍부한 선율로 감동을 선사한다. 11인으로 구성된 챔버 오케스트라(피아노 1, 현악기 10)가 빚어내는 애잔하지만 힘을 가진 아름다운 선율은 베르테르의 절박한 열망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구현해낸다. 보통 객석의 반대편에 모니터에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음악이다.

이번 시즌 새롭게 추가된 롯데의 '자석산의 전설'은 롯데가 감수성이 풍부한 여인임을 표현함과 동시에 베르테르가 롯데에게 호감을 가지고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들려준다. 첫 장면에서 관객조차도 롯데의 매력에 빠져들게 하는 장면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특히 전미도 롯데는 연출이 꿈꾸던 롯데라고 할 만큼 사랑스럽다.

또한 알베르트가 무대에 처음 등장할 때 부르는 솔로곡 '언젠가 그날'도 추가되었는데, 베르테르와 달리 질서와 이성을 중시하는 알베르트의 모습을 등장부터 보여줌으로써 극의 긴장을 더 팽팽하게 해준다.

엄기준, 조승우, 박건형, 송창의 등 현재 국내 최고의 연기자로 사랑받는 배우들이 뮤지컬 '베르테르'를 통해 연기력을 다졌을 만큼 베르테르의 역할은 중요하다.

올해는 검증된 실력과 인기로 뮤지컬 무대와 브라운관을 넘나드는 임태경과 엄기준이 캐스팅 되어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엄기준은 본인의 트위터 계정에 werther(베르테르)를 넣고 각종 인터뷰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자 캐릭터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이 작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공공연히 드러낸 바 있다. 2003년 함께 호흡을 맞췄던 조광화 연출과 10년 만에 다시 재회한 무대에서의 엄기준의 연기는 더욱 성숙하고 섬세한 감성을 탁월하게 보여준다.

극을 보는 내내 애잔하던 사랑은 극의 마지막에서 뜨거운 눈물이 되게 한다. 특히 사랑에 절망한 베르테르의 일명 '돌부리' 씬은 중년 남성관객들마저도 눈물 짓게 한다.

2014년 1월 12일까지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에서 그리고 1월 25일과 26일 부산 시민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중요한 만큼 일층 중앙 블록을 추천한다. 고등학생 이상 보기에 무리가 없다. 가슴 저미는 선율과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가 더해져 감동을 줄 베르테르 올 겨울, 소중한 사람과 함께 순수한 사랑을 공유하는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 보시길.

송혜경 메디칼업저버 객원기자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