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암 발생의 34%와 사망 45%가 흡연이나 음주, 감염 등 예방 가능한 위험 요인에 기인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국립암센터 암등록사업과 원영주, 정규원 연구팀이 17일 국제암연구소와의 국제협력 연구인 '우리나라 암 환자의 기여위험도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국가암등록자료 및 통계청 암 사망자료를 바탕으로 2009년 새롭게 발생한 암 환자와 암 사망자의 기여위험도를 추정한 것으로 국가 단위의 암 발생 및 사망 자료를 근거로 한 아시아 최초의 추정치다.

연구 결과 2009년 발생한 신규 성인 암 발생(19만831건)의 33.8%, 성인 암 사망(6만9431건)의 45.2%가 △감염 △흡연 △음주 △비만 △부족한 신체활동 △식이 △직업성 요인 △아플라톡신 △방사선 노출 △여성의 출산력 및 호르몬제 사용 등 6개 위험요인에 의한 것으로 분석됐다.

남성에서 주요 암 발생 위험요인은 감염이 24.5%로 가장 많이 차지했고, 흡연 20.9%, 음주 3.0% 순으로 나타났다. 여성에서도 감염이 15.4%로 가장 높았으나 출산력 및 호르몬제 사용 3.2%, 흡연 2.3% 순으로 나타나 남성과 다소 차이가 있었다.

암 사망 위험요인으로는 남성에서 흡연 32.9%, 감염 25.1%로 전체 암 사망자 10명 가운데 6명 가까이가 흡연 또는 감염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에서는 감염이 21.2%로 가장 높았고, 흡연은 5.7%로 남성에 비해 크게 낮았다.

남녀를 합해 주요 암 발생과 암 사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위험요인은 감염이었는데, 바이러스별 기여도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B형간염, 인유두종바이러스, C형간염 순이었다. 연구팀은 "자궁경부암 환자의 100%, 위암 76.1%, 간암 61.8%가 감염 요인에 의한 것이었다"며 "감염 관리에 대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로 영향이 컸던 흡연의 기여도는 우리나라 전체 암 발생의 11.9%, 사망 22.8%를 차지했으며, 후두암 발생의 70.3%, 폐암 46.5%, 방광암 35.4%가 흡연을 안함으로써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남성의 암 사망 가운데 32.9%가 흡연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나, 흡연을 하지 않았다면 1만4320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추계됐다.

또 일본에서 일부 지역의 암 등록자료를 활용해 분석 발표한 것과 비교했을 때 여성의 직접 흡연으로 인한 암 발생과 암 사망률은 절반 이하 낮았으나 간접흡연에 의한 암 사망률은 2배 이상 높았다.


더불어 여성에서는 유방암 발생의 18%, 난소암 발생의 32.4%가 출산력 및 호르몬제 사용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연구팀은 향후 지속적인 출산률 감소로 인한 암 발생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립암센터 이진수 원장은 "이 연구 결과는 일상생활에서의 암예방 생활수칙 실천과 조기 검진만으로도 암 질환의 상당 부분이 예방 가능함을 의미한다"고 강조하며 더 정확한 기여위험도 추정을 위해 식이와 환경, 직업성 요인 등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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