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학은 더 이상 고혈압을 단순한 혈압만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여러 혈관 요인이 작용해 혈압을 상승시키고 이로 인해 동맥경화증 등의 심혈관장애, 궁극적으로는 심혈관사건을 일으키는 복합적인 병태로 이해하고 있다. 혈압은 심혈관질환을 예측할 수 있는 마커(marker)로 역할한다. 따라서 고혈압의 치료도 혈압을 낮추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인 임상결과(outcome)인 심혈관질환 위험을 감소시켜야 비로소 그 목표를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항고혈압제의 효과를 평가할 때 혈압강하력(marker)에서 끝나지 않고 임상결과(outcome)를 관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혈압만 봐서는 심혈관질환의 예방이라는 고혈압 치료의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혈압이 경계치(140/90mmHg) 미만이라 해도 심혈관질환이나 당뇨병 등이 동반되면 심혈관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약물치료를 시작할 수도 있다는 것이 최근의 고혈압 치료전략이다. 2013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은 140/90mmHg 이상이더라도 여타 위험인자가 없어 저위험군으로 분류되면 생활습관을 먼저 시작하고 뒤에 약물치료를 시작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모든 전략이 혈압과 함께 환자의 임상특성을 종합해 반영한 심혈관 위험도에 근거해 짜여진다.

최근의 고혈압 치료전략은 항고혈압제의 선택에서도 혈압보다는 환자의 임상특성을 중시하고 있다. 비슷한 정도의 혈압강하력을 갖춘 항고혈압제의 선택이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의 임상특성과 약제의 적응증에 따라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보다 우수하게 발휘하는 약제를 선택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2013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이 “항고혈압제의 선택은 혈압수치보다는 환자의 임상적 특성과 동반질환에 따라 정하는 것이 좋다”며 “환자의 개인의 특성에 맞도록 고혈압 약물을 우선 투여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고혈압의 약물치료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왜?’, 즉 치료의 목표다. 이를 명확히 이해해야 올바른 치료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2013 지침은 “혈압을 조절해 혈압상승에 의한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고 사망률을 낮추는 것”으로 고혈압의 치료목표를 정의하고 있다. 심혈관질환이 이미 발생한 환자에게는 혈압을 조절해 질환의 진행을 억제하고 재발을 막음으로써 사망률을 감소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다. 여기서 중요한 두 가지 팩트가 대두되는데, 혈압과 심혈관질환이다. 우선 고혈압 치료는 높은 혈압을 낮추는데 초점이 맞춰진다. 높은 혈압이 심혈관질환 위험 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혈압 치료는 단순히 혈압을 낮추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인 임상결과, 즉 심혈관질환 위험을 감소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다.

2013 지침에 따르면, 대부분의 고혈압 임상연구에서 혈압을 10~20/5~10mmHg 정도 낮추면 뇌졸중과 허혈성 심장질환이 각각 30~40%와 15~20%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높을수록 혈압강하에 따른 이득이 크다. 따라서 고혈압 치료는 혈압과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근거해 계획되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 지침의 메시지다.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 환자의 혈압측정과 심혈관 위험도 평가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치료 알고리듬
2013 지침은 우선적으로 혈압측정, 병력청취, 신체검사, 기본검사 등을 통해 이차성고혈압 원인을 배제하고 이어 가정혈압이나 24시간 활동혈압(권장검사)을 통해 백의고혈압을 걸러내는 등 정확한 혈압측정과 진단을 치료의 시작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연이어 혈압수치와 함께 심혈관 위험인자, 무증상장기손상, 심혈관질환, 합병증을 통해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평가하고 이에 근거해 생활요법 또는 약물치료의 시작을 계획하도록 알고리듬을 주문했다<그림>.

◇심혈관 위험도 평가·분류
2013 진료지침은 혈압의 높고 낮음에서 더 나아가, 환자의 전반적인(global) 심혈관 위험도를 평가해 분류하고 이에 근거해 치료계획을 세우도록 했다는 것이 가장 주목되는 대목이다. 혈압과 심혈관 위험도가 치료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국내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 이 같은 전략적 권고안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심혈관 위험도 평가 및 분류와 이에 따른 치료계획의 수립은 이번 진료지침의 가장 큰 변화이자 핵심이다.

지침은 심혈관 위험도 평가의 기준이 되는 구성요소로 ▲혈압의 높이(혈압 분류) ▲심혈관 위험인자의 개수 ▲무증상장기손상 유무 ▲임상적 심혈관질환 유무 등을 제시했다. 이들 요인에서 어떤 임상특성을 나타내느냐에 따라 환자들의 심혈관 위험도를 최저위험군(10년 심뇌혈관질환 발생위험 5% 미만), 저위험군(5~10%), 중위험군(10~15%), 고위험군(15% 이상, 20% 이상의 최고위험군 포함)으로 분류했다. 이 분류에 따르면 고혈압전단계(2기)의 환자라도 당뇨병, 심혈관질환, 또는 만성 신장질환이 있으면 심혈관 고위험군으로 규정된다. 또한 고혈압(1기) 환자일지라도 동반 위험인자가 없으면 저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약물치료의 시작
환자의 심혈관 위험도 평가 및 분류결과는 치료계획의 기준이 된다. 2013 진료지침은 심혈관 저·중·고위험군 분류에따라 생활요법과 약물치료의 시작을 권고하고 있다. 전반적으로는 1기 고혈압 환자부터 약물치료가 적용되는 가운데 고혈압전단계에서도 당뇨병, 심혈관질환, 또는 만성 콩팥병이 있는 고위험군에게 약물치료가 권고된 것이 주목할 대목이다.

심혈관 위험도 평가·분류를 보면 고혈압전단계 2기이면서 당뇨병, 심혈관질환, 만성 신장질환이 있는 경우 고위험군에 속한다. 과거 고혈압전단계에서는 약물치료가 고려되지 않았지만, 이번 지침에서는 동반질환에 따라 심혈관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만큼 약물치료를 시작할 수도 있도록 권고했다. 140/90mmHg 미만이더라도 당뇨병 등이 있으면 130/85mmHg(고혈압전단계 2기)부터는 약물치료를 시작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기존에 비해 약물 적용의 시기가 다소 앞당겨진 것이다.

고혈압 1기 환자에서는 위험인자 3개 이상이거나 무증상 장기손상이 있는 경우부터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2기 고혈압 환자는 당뇨병 이외의 위험인자가 1~2개인 경우부터 고위험군이다. 진료지침은 이 고위험군에게 생활요법과 동시에 약물치료를 바로 시작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저위험군 또는 중위험군 고혈압 환자에게는 생활습관 교정을 시도한 후 약물치료를 시작하도록 권고했다<표>.

한편 노인의 경우, 수축기혈압이 160mmHg를 넘으면 약물치료를 시행하고, 140~159mmHg인 경우에는 약물치료에 잘 적응하면 지속적인 약물치료를 고려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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