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철폐하고 선택분업 실시하라."
"최선진료 가로막는 원격의료 철회하라."
"의료악법 철폐하여 국민건강 지켜내자."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이 여의도에서 분출됐다.
'의협 의료제도바로세우기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15일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전국의사궐기대회'를 열고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이 환자를 위한 최선의 진료를 가로막고 있다"며, "원격의료·영리병원 허용 움직임을 철폐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의약분업 박살내자'는 구호를 가장 먼저 앞세워 원격의료 입법화 반대로 시작된 투쟁이 의료정책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전환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의협 추산 총 2만명(경찰추산 총 1만명)이 모인 가운데, 노환규 의협회장(비상대책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자신이나 가족보다 환자의 안녕을 우선하고 환자를 위한 희생을 평생토록 보람으로 알고 살아왔는데 정부의 강압적인 의료정책으로 신음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정부에서는 의료를 살리겠다고 새로운 정책을 만들고 있는데, 그 정책들이 의료인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다고 성토했다.
노 회장은 "잘못된 의료를 36년간 방치해온 결과 의료도, 의사들도 피를 흘리고 있다"면서 "더이상 참지 말고 왜곡되고 망가진 지금의 의료제도를 바로잡자"며 '의료혁명'이 시작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이어 "추운 날 한자리에 모인 것은 단지 원격의료, 영리병원만을 막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잘못된 의료제도, 또 그것을 만든 관치의료를 타파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 의사다운 의사로 살아가기 위해 올바른 의료제도를 정부가 아닌 의사들이 바로세워 나가자고 덧붙였다.
그간 의협의 어떠한 행사나 대회에 참여하지 않았던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도 이날 자리해 뜻을 같이했다.
전국보건의료노조 유지현 위원장은 "의사와 보건의료노조가 함께하는 역사적인 날"이라면서 "환자안전을 위해 의료영리화와 산업화를 막아내기 위해 한 목소리를 내자"고 말했다.
이어 유 위원장은 "복지국가의 핵심은 의료인데, 정책은 국민건강을 볼모로 의료기관과 의사들을 돈벌이로 내몰고 있다"며 "자꾸만 뒷걸음질치는 정책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보건의료단체는 의사와 함께 '저부담, 저수가'를 '국민의 적정 부담, 정부의 보장률 확대, 의사의 양심진료를 위한 적정 수가'를 위해 국민과 여론을 움직이자고 독려했다.
변영우 의협 대의원회 의장도 힘을 모았다. 변 의장은 "오늘 궐기대회는 투쟁의 힘을 결집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악법이 완전히 폐기될 때까지 모이자"고 했다.
이어 "정부의 원격의료안을 일자리 확대가 아니라 '동네의원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대기업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라며 "의료 전문가, 산업 전문가들도 우리나라에 원격의료는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변 의장은 "의사 뿐 아니라 보건의료단체, 시민단체, 야당의원들이 지지하는 이번 투쟁은 승산이 있다"며 "악법을 반드시 폐기하고 의사들이 좋은 진료를 할 수 있는 장을 같이 열자"고 말했다.
서울시의사회장인 임수흠 비대위 부회장은 "건강보험 제도로 의사들의 소신진료를 빼앗고, 의약분업으로 의사의 조제권마저 가져갔다"며 "이제는 원격의료로 의사들의 진료권마저 빼앗으려고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임 부회장은 "이미 중소병원, 동네의원이 줄줄이 폐업하면서 국민건강은 빨간불이 켜졌다"면서 "그간 패배의식을 던지고 미래를 위한 행보에 힘을 모으자"고 밝혔다.
한편 이날 비대위 측에서는 '관치의료로 의사들이 죽어가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관을 운구하는 퍼포먼스를 이어갔다. 또한 투쟁 결의문 낭독, 삭발식 등을 통해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의료제도를 바로세우기 위한 전국 11만 의사들의 대투쟁 결의문(전문)]
36년 전,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은 원가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낮은 수가로 의료계의 숨통을 조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6년 간 우리 의사들은 국민건강을 지키겠다는 사명감 하나로 살인적인 저수가의 고통을 감내해왔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의료는 우리 의사들의 일방적 희생에 의존하여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 우리 의사들은 더 이상 일방적이고 억울한 고통을 인내하지 않을 것이며 그냥 앉아서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이에 오늘 전국 11만 의사들은 국민건강을 위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나 잘못된 의료제도를 개혁하기 위한 대정부 투쟁의 깃발을 높이 치켜들었다. 바야흐로 의료혁명을 이뤄낼 시기가 온 것이다.
우리는 조금의 두려움도 없이 잘못된 의료제도와 의사들을 억압하는 온갖 의료악법들을 개선하는 그날까지 한 치도 물러나지 않고 당당히 맞서 싸울 것이다.
정부는 국민건강을 위한 의사들의 피맺힌 절규를 똑똑히 듣고 받아들여라. 우리 11만 의사들의 올바른 주장을 외면하고 일방적 관치의료의 행태를 지속한다면 대한민국의 의료는 중단될 것이다.
하나. 정부는 원격의료를 위한 의료법 개악과 영리병원을 도입하기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하나. 정부는 왜곡된 의료를 조장하고 최선의 진료를 막고 있는 저부담, 저수가, 저보장 체제의 잘못된 건강보험제도를 전면 개혁하라!
하나. 정부는 의약분업의 원칙을 훼손하는 대체조제 활성화와 성분명 처방추진 움직임을 즉시 중단하고 국민이 원하는 선택분업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한다!
하나. 정부는 관치의료를 중단하고 합리적인 의료정책 결정구조를 보장하라!
대한민국 11만 의사들은 잘못된 의료제도가 바로서는 그날까지 힘찬 대정부 투쟁의 대열에서 단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다.
서민지 기자
minjiseo@mo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