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산업협회, 의료진 무관심에 산업발전도 저해

“치료재료가 행위료에 포함되면서 제대로 된 제품 가격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환자 안전, 의료진 안전을 위한 제품이 전혀 관심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9일 ‘건강보험수가체계, 행위료에 포함된 치료재료 가격보상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특별강연을 통해 행위료와 관련한 부당함을 토로했다.

행위수가(행위료)는 병원이 환자에게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가격으로 말할 수 있다. 현재 사용량과 가격에 의해 진료비를 지불하는 행위별 수가제를 채택하고 있다.

행위수가 계산은 상대가치점수에서 환산지수를 곱해서 구한다. 상대가치점수는 업무량, 진료비용,위험도를 합한 결과이다. 업무량은 주시술자의 전문적인 업무에 대한 보상으로 시간과 강도를 고려한 상대가치를 말한다. 진료비용(의료인력, 의료장비, 치료재료)은 주시술자를 제외한 임상인력의 임금, 치료재료, 장비, 기타 관리비 등을 포함한다. 위험도(위료분쟁해결비용)는 의료사고 비용에 대한 보상으로 진료과별 의료사고 보험료를 이용해 추정한다.

환산지수는 상대가치 점수당 단가이다. 환산지수는 매년 계약자 단체와 정부가 협상을 통해 결정하게 된다.

의료기기업계가 문제삼는 것은 상대가치점수에서 진료비용 중 '치료재료' 비용이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협회는 “행위별 수가체계에서 제대로 된 치료재료의 비용을 책정되지 못하면서 기존 제품보다 기능, 임상적 가치를 향상시키는 제품이 개발되더라도 오로지 저렴한 제품만 선호되고 있다”며 “특히, 일회용 의료기기가 재사용되거나 유해물질을 사용한 제품이 있고, 감염예방을 위한 제품 확산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환자안전에 관련한 의료기기들이 건강보험수가 상 ‘별도산정불가’ 제품으로 대다수 포함돼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하소연할 곳도 없다. 업계는 수가계약은 물론 각종 연구용역에도 참여할 수 있는 경로가 없어 현재 실정을 알릴 곳이 없다는 것.

특히, 의료기기산업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유망한 산업인 만큼 더욱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협회는 “의료기기는 다품종소량산업으로 소수의 대기업이 개발을 주도하는 제약산업과는 확연히 구별된다”며 “제약산업과 비교할 때 연구개발비, 제품개발에서 사용화까지의 기간이 짧고 연구개발에 소요되는 투자 규모도 상대적으로 소규모”라고 설명했다.

즉, 의료기술 개발의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기에 매우 유리하며, 미래의 국가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유망한 산업이라는 것이다.

협회는 “기존 제품보다 기능, 임상적 가치를 향상시키는 제품이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으며, 의약품보다 상용화가 빠르다”라며 “그러나 치료재료 수가에 일반적인 소모품까지 전부 포함돼 있고, 임상적 가치, 환자안전에 대한 가치가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규제당국에 의해 유해물질이라는 판명이 나면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더라도 별도 보상은 불가능하다. 또한 일회용 의료기기로 판매해도 병원에서 재사용하는 사례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환자 안전을 강화할 수 있는 제품들 역시 별도 수가가 산정되지 않아 병원의 관심이 부족하다.

포괄수가제 실시로 사정은 악화일로다. 더욱 저렴한 제품만 찾고 있기 때문이다. 협회는 “제대로된 치료재료 수가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업계와 정부의 정점을 찾는 것이 앞으로 의료산업이나 환자안전과 관련해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며 “다만, 업체들의 이익을 앞세운다는 오해로 인해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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