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사대회 사전 분위기 대탐색
노환규 회장 리더십 가르는 분수령 될 듯

15일 전국의사대회 개최
개원가•병원계 열기 미지근
집행부, 참여 이끌기 분주


원격의료, 영리법인 반대 등 대정부 투쟁을 위해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5일 여의도공원에서 '전국의사대회'를 열겠다는 카드를 꺼냈다. 지난 4일부터 의협 의료제도 바로세우기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노환규 위원장 등이 부산, 경남, 경북 등지에서 '의료제도 바로 세우기 위한 의사들의 행진'을 펼쳤다. 또 7일 전국의사대표자 결의대회를 열어 투쟁 열기에 불을 지피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전국의사대회는 노 회장이나 집행부에게 앞으로의 의협 조직 장악력과 리더십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 행사라 할 수 있다. 2012년 의료악법 규탄대회 때 약 300명 의사가 참석해 제대로 목소리조차 내보지 못하고 후퇴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이번에도 의협이 얘기한 2만명의 회원들이 집결되지 않으면 그야말로 노 회장의 리더십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의협 정책 결정에 있어서도 노 회장은 힘을 잃게 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노 회장이 대도시 종합병원 투어를 통해 지방 의사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도보행진까지 하고 있지만 민초 의사들의 반응은 밋밋하다는 평이 많다.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교수 상당수는 아예 의사대회가 열리는 것조차 알지 못하고 있고 개원가 의사들의 분위기도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편이다.


다만 비대위는 개원의협의회를 비롯 전국시도의사회장, 서울시의사회, 부산시의사회, 경기도의사회 등 전국시도의사회에서 적극 참여를 외치고 있다는 점과, 투쟁 확산 분위기가 7일 의사대표자 결의대회를 계기로 획기적으로 확산될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데 기대를 높이고 있다.

개원가, 강건너 불구경?

개원의들의 생각을 먼저 들어봤다. 한 지역구 의사회는 버스 2대를 대절해 함께 올라갈 생각이었지만, 의견을 들어보니 15명 정도만 참여한다는 답변이 돌아와 버스 대절을 취소했다고 했다. 참여 의사를 밝혔던 15명도 투쟁에 동참할지는 의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처럼 비대위와는 달리 일선 개원의들의 생각은 차이가 있다. 일단 무관심한 이들이 대다수인데다, 알고 있더라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보는 이들이 많다.

한 개원의는 "주말까지 계속 일해야 하고 일요일 하루 쉬는데 추운 날씨에 허허벌판에서 먹히지도 않을 투쟁을 하기가 애매하다"며 "보다 효율적이고 회원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놨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비대위 “원격의료•영리병원 문제점 국민에 알릴 것”
일부 개원의 “의사대회 목표 일선 어려움 해소로 수정해야”


또 다른 개원의는 "뭉쳐도 시원찮은 마당에 투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곳곳에서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며 "일부 지역 의사회가 무관심하고 각자의 생각이 달라 호응을 이끌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지방에서 서울까지 올라오기 힘들다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지방의 한 개원의는 "서울까지 올라가는 것이 힘들다. 지역의사회 차원으로 1곳 의원 당 1명이 꼭 참석하자는 공문이 왔지만, 투쟁하더라도 하루아침에 정부의 일방적인 태도가 바뀔 것 같단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보다 강경하고 효율적이면서 회원들이 공감하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 회장의 결정이라면 그 어떤 것도 따르던 전국의사총연합도 진통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원격의료 하나만 놓고 투쟁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포함시키면서 주장이 흔들린다는 주장이다. 투쟁의 온도가 미지근하자 일부 운영위원들이 탈퇴하기도 했다.

한 전의총 회원은 "처음부터 투쟁을 할지 안 할지 여부를 결정하고, 비대위와 비대위 임원을 구성하고 같이 동참할 단체를 모색하는 등 시간을 너무 끌었다"며 "실제로 의협이 투쟁 의지가 있는지 불투명해서 전의총 역시 따르기가 애매할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또 다른 회원은 "의협을 견제하고 비판하면서 운영돼야 하는 것이 전의총의 역할이지만, 그렇다고 비판만 한다고 대안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며 "당장 나부터라도 할 수 있는 일을 찾고자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도 함께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의사회, 참석 결정

전문가들은 의사대회의 성공이냐 실패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3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서울시의사회의 참석 여부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서울시의사회 연수강좌가 15일로 잡혀 있어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의사회 연수강좌와도 겹치면서 의도적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서울시의사회 집행부는 연수강좌 행사 시간을 대폭 줄이고 연수강좌에서 바로 투쟁 현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조정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15일은 보건복지부가 세종시로 이전하는 시기이기도 해 의사대회 날짜를 결정하면서 집행부 간 일정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졌다.

서울시의사회 임수흠 회장은 6일 삭발과 함께 "지금은 내부의 분란을 불식시키고 서로 감싸 안으며 단합해야 할 중요한 시기"라며 "투쟁만을 위한 투쟁이 아닌 정상적인 논의 과정을 거쳐 확실히 준비한 다음 이길 수 있는 투쟁이 되도록 선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의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전반적으로 개원가의 밋밋한 반응에 한 비대위 관계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의사대회가 성공할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원격의료나 영리법인 등 정부 주도형으로 잘못된 정책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의사대회를 갖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의사대회를 평일에 할 수도 있었지만 일요일로 바꾼 것은 진료를 받는 국민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일부 “투쟁 목표 잘못 잡았다”

일부 개원의들은 의협 집행부가 의사대회의 목표를 잘못 잡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당장 개원의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해소해 주는 것보다는 원격의료, 영리병원 등 거리가 있는 투쟁 목표를 잡았다는 지적이다.

한 개원의는 "일단 영리병원 자체를 환영하고 말고 할 입장이 아니다. 현 시점에서 정부가 영리법인을 활성화시킬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다. 영리병원을 세우면 의료의 질이 떨어지고, 건강보험이 커버하지 못하는 범위가 많아져 국민의료비 부담이 커지는데 정부가 무리수를 두지 않을 것이란 것. 그는 또 정부에서는 의료 보장성 강화 정책을 펴고 있는 상태에서 이를 훼방 놓는 '영리병원 전면 허용'은 이뤄지기 만무하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의료계가 영리법인 허용을 외쳐도 정부에서 들어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뿐만 아니라 만약 영리법인이 허용되면 지금보다 의사들의 상황이 여러 모로 좋아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환자수가 완전히 급감했다. 당장 직원들을 자르거나 월급을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감행해야 할 판이다. 파업할 시간이 없고, 환자 한명 더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간 파업 예고 과정에서 노 회장의 독단적인 태도도 의사들을 끌어들이지 못한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됐었다. 그러나 의협은 이러한 지적이 있어왔기에 이번엔 절차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도의사회장 회의 등을 거치는 등 소통강화에 나섰고, 지금은 이러한 지적들은 사라졌다.

그렇지만 취재에 응한 한 개원의는 "정부와 소통을 못하는 것 뿐 아니라 회원들과도 전혀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말하고 회원들이 이를 거부하면 언론에 얘기해 버려 일을 크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병원협회 여전히 냉담…전공의 참석도 미지수
이번 주가 고비 “의료 바로세우기 투쟁 번져나갔으면” 기대도


의협 집행부의 의사궐기대회에 대한 온도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지만 대한병원협회쪽의 온도는 오르지 않고 있다. 병협은 의사궐기대회는 반대하지 않지만 적극 동조도 하지않는다는 입장을 보여 확실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병협쪽 관계자는 "원격의료에 대해 찬성하는 병원도 있고 반대하는 병원도 있어 전국의사대회와 관련 일괄적인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며 "공식적인 참여는 아니고 다만 병협의 임원 몇 명이 의사대회에 참여해 저수가 등 의료계의 고민에 대해서는 함께 할 예정이다"고 말을 아꼈다.

대학교수 대다수 무관심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는 병협과 마찬가지로 대학병원 등에 근무하는 교수들의 생각도 궤를 같이 한다. 대학병원의 홍보실장을 맡은 한 교수는 "의사궐기대회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다"며 " 대학병원에 있는 사람들은 정신없이 바빠 대부분 이 사실에 대해 알지 못하고 병원 내 분위기도 관심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교수는 원격의료를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취약계층이나 장애인 등을 위한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의협이 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의협이 무턱대고 반대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것. 그는 "지금까지 의협이 의사대회 등의 이름으로 의사들을 모았지만 제대로 성취한 것이 없다. 무언가를 얻으려 할 때 제대로 된 방법을 모르는 것 같다"며 "의사대회라고 해 봐야 뒷북치는 것이고 또 임팩트도 없고 효과도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젊은 피로 불리는 전공의들도 의사대회 참여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현재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회원들 대상으로 참여 여부를 설문조사 중이다. 이번 주 중으로 명확한 입장을 밝히겠지만 7일 의사대표자결의대회에서는 적극 지지를 표명해 분위기를 한층 띄웠다.
 
전공의협 관계자는 "의사들이 단체행동을 하므로 전공의들도 함께 뜻을 모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참여율 문제는 장담할 수 없다"고 전했다.
 
원격의료 반대를 공동목표로 의협이 105년 만에 보건의료노조와 손을 잡아 혹여 이번 의사대회에 보건의료노조가 동참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측 관계자는 "7일 현재 의사대회에 내부적으로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9일이 돼야 정확한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원칙은 찬성
 
의협은 의료제도를 바로세우려는 '전국의사대회'를 두고 기대와 우려가 상존하지만 의료제도가 바로 서야 한다는 '원칙'에는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투쟁 열기가 낮지만 조금씩 확산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김경수 부산시의사회장은 "4일 거리행진과 관련 오늘의 작은 행진이 거대한 투쟁의 불길을 만드는 불씨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부산을 기점으로 전체 의료를 바로세우는 투쟁의 파도가 넘실거리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기대했다. 김 회장은 부산의 경우 각구의사회별 임원모임을 지속적으로 가져왔기 때문에 의사대회에도 최대한 많은 참여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각 시도의사회별, 직역별, 병원 규모별 등에 따라 대정부 투쟁에 대한 생각이 다른 만큼 15일 전국의사대회가 성공할 지 여부는 이번주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열쇠가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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