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법안 입법예고로 떠들썩한 가운데, 주요 대학병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 보인다. 반대 여론과 관계없이 시장에서 유헬스, 모바일헬스에 대한 관심이 한층 무르익고 있다는 것이다. 환자관리를 위한 개인건강기록(PHR)을 강화하면서 온라인에서도 환자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자 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에 주요 병원들이 준비하고 있는 각종 유헬스 전략에 대해 살펴봤다.


주요 병원들, 각종 앱으로 PHR 연계

우선 각 병원들이 준비하고 있는 것은 PHR이다. PHR의 정의는 개인이 본인이나 가족의 모든 건강정보에 대해 안전하게 보관, 관리하는 기능을 제공하는 각종 도구를 말한다.

최근 열린 서울아산병원 유헬스 세미나에서 라이프시맨틱스 김동범 박사는 다양한 병원들의 PHR 사례를 소개하고,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을 예고했다.

가천대길병원 'u-CAREnote'는 환자들이 개인의료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이다. 병원의 EMR 데이터를 스마트폰으로 접속 가능하고, 가공되지 않은 EMR 데이터를 환자에게 제공한다. 개인의료정보는 물론 건강수첩, 검사결과, 활력징후, 수술내역, 예방접종, 항암치료, 내원기록 등을 담고 있다.

연세의료원의 'i세브란스'도 유사한 서비스다. 특히 건강 콘텐츠, 강좌, 비만도, 혈압, 혈당 체크 등을 기록한 별도의 건강수첩을 가지고 있다. 병원 진료예약, 조회, 건강검진 예약 등의 예약서비스도 담당한다.

서울아산병원 PHR '내손안의 차트'가 수치상으로는 가장 많은 인기를 끌었다. 가입자수 13만명을 넘어섰고 실제 사용 4300명 돌파, 하루 300명 정도가 로그인을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단순히 진료정보를 뛰어넘어서 혈압, 혈당을 관리해 심혈관질환 발생확률 등을 계산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전세계적으로도 대학, 회사 간 협업으로 PHR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소비자 참여를 통한 활성화가 최대 관건으로, 오픈소스로 개발되면서 제3의 기관에도 저장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의료법에서 제3의 기관에 정보를 두는 클라우드 시스템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보스톤어린이병원 PHR은 웹과 모바일앱에 연동돼 사용이 가능하다. MS HealthVault도 어디서나 연결해 건강에 대한 정보를 직접 작성한다. 자신의 건강 데이터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으로, 건강데이터 수집, 저장, 공유가 가능하다.

LifeRecord는 개인의 활동량정보, 건강정보, 진료기록 등을 통합관리할 수 있는 개인건강기록 통합관리 플랫폼이다. 모바일 디바이스, 센서 등으로부터 입력된 건강기록 데이터 외에도 다이어트기록, 성장기록, 운동기록, 진료기록 등을 입력하고 관리할 수 있다.

지역사회 공동으로 만성질환 관리

유헬스를 넘은 '웰니스'를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병원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대학병원만이 아닌 지역사회 공동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움직임에서다.

분당서울대병원 이철희 원장(헬스커넥트 대표)도 "현재 국내는 웰니스는 오프라인 중심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ICT 및 바이오의 융합을 통한 혁신을 새롭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스마트폰 센서를 활용한 건강관리 앱들이 생겨나는 등 여러가지 기회가 파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당서울대와 SKT의 합작회사인 헬스커넥트 '헬스온'은 검진, 운동, 식이, 완료후 평가까지 시도하고 있다. 병원이라는 공간의 제약으로 인한 접근성 한계를 ICT 융합을 통해 가정에서까지 이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원격의료, 유헬스를 뛰어넘은 m헬스 개념을 중시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갖고 있는 모바일기기를 통해 건강증진, 예방, 관리 중심의 새로운 의료가 파생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대신 필요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다. 개인의 민감한 건강정보를 보험회사 등에 의해 프라이버시를 침해받거나 해킹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 민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웰니스 융합도 다양한 기기, 데이터, 서비스 간 연계에 기반하므로 표준화 체계 재정립이 필요한 시기라고 제언했다.

제도적인 정착도 건의됐다. 건강보험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예방, 관리가 가능한 이들의 건강보험료 할인을 제안했다. 보험할인액보다 보험급여 절감액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자동차보험의 무사고 및 블랙박스 도입 시 보험료 할인사례의 연장선이 될 수 있고, 국민스스로 예방관리할 수 있도록 동기를 유발하고 적극적인 확산을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웰니스 건강지수를 개발해 지역뿐만 아니라 건강관리에 동참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 원장은 "웰빙을 매일 측정, 제공함으로써 건강분야의 다우존스 역할을 하도록 설계해야 한다"며 "지역사회의 지도자, 정책 입안자, 고용주를 이끌어야 한다. 지역에서는 지역별 건강지수를 측정해 지역사회 건강기반을 조성하고 기업에서도 기업 건강지수 측정을 통해 구성원들의 건강관리를 개선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는 현재 성남시의사회 개원의들과 함께 만성질환 관리를 공동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대학병원이 만성질환 관리를 두고 1차 의료기관과 경쟁하는 구도가 아닌, 예방과 관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도와주는 형태다. 다만 개원의들의 관심과 참여가 관건으로 지적되고 있다.

성남시의사회 한 개원의는 "대학병원과 환자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에서 자칫 대학병원만 좋은 일을 시키는 형국이 될 수 있어 여러가지 각도로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 환자들이 원하고 필요한 방향이라면 이용해볼 수 있지만, 대신 대학병원에 환자가 더 쏠릴 수 있는 지금과 같은 구도로는 확산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술 후 환자 사후관리(F/U)까지

현재 원격의료법에서는 만성질환관리를 중심으로 개원의에 한정해 허용하되, 병원급의 수술 후 환자 사후관리는 허용하고 있다. 이에 병원들은 그간 시범사업으로 진행하던 만성질환관리가 아닌 수술 환자 관리, 암 환자 관리 등에 활용할 전망이다.

서울아산병원 유방암 환자 앱 '두근두근'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앱은 지난해 복지부 암정복과제로 선정됐고 항암치료의 부작용, 수면장애와 우울, 항호르몬약제 순응도라는 3가지 주제를 토대로 개발됐다.

수술전 전신요법을 받는 환자를 대상으로 1년간의 바이오데이터를 수집하고 입력된 정보를 분석해 상호 피드백이 가능하도록 됐다. 치료 관련 부작용을 수집하고, 의료진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그룹을 가려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대학병원도 심장수술 후 환자관리를 위한 별도의 서비스를 내년 초 선보일 예정이다. 환자가 즉각적인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센서로 감시하고 이상이 생기면 가까운 병원에 갈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이에 대학병원은 중증질환을 전담하고, 동네 개원의는 사후관리가 가능한 구조로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이철희 원장은"비용, 접근성, 질 등 의료의 앞날이 어두워보이지만 회생의 묘약은 혁신이다. 미래 의학이 파괴적 혁신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으며, 소비자 건강과 의료주권이 서서히 의료제공자에서 소비자로 이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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