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회 다카마츠 암연구재단 국제심포지엄을 다녀와서


11월 13~15일 개최…한국인학자 3명 초청
암코호트·유전체역학 연구에 이목 집중
英 퀸메리대학 Dr. Maxwell Parkin 수상
암 예방에 대한 사명감 다시 한번 가슴에


제44회 다카마츠 암연구재단 PTCRF 국제심포지엄이 11월 13~15일 동경 그랜드팰리스 호텔에서 성황리에 진행됐다.

올해는 'Advances and Future Directions of Cancer Epidemiology and Prevention'을 주제로
△전 세계 암 60% 이상이 발생하고 있는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암의 발생현황과 전망
△그동안 각국에서 진행된 암의 원인에 관한 중요한 역학적 연구결과
△암을 예방하기 위한 각국의 연구경험
△미래지향적인 맞춤형 암연구의 전개방향
등을 집중적으로 발표하고 토론했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특히 암역학분야 중에서도 암코호트연구와 유전체역학 연구의 세계적 대가들이 모두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리나라 학자는 필자와 서울의대 강대희 학장, 국립암센터 신해림 박사가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발표와 토론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암 발생 현황과 전망 = 국제암연구소(IARC)의 Dr. David Forman은 전 세계인이 당면한 암 부담 현황과 지역적 분포, 특히 암이 선진국의 주요질병이었던 과거에 비해 중·저개발국의 암이 향후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국립암센터에 있던 Dr. Tomotoka Sobue는 일본의 암 변화양상에 대해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2003년에 암등록 통계의 법적 근거가 된 암관리법안이 입법된데 비해, 일본은 올해 통과돼 그동안 암사망통계만으로 전국 현황을 파악하던 데서 벗어나 내년부터는 암발생 통계를 생산해 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한국의 암등록사업이나 암통계는 이미 세계적 최고수준에 올라있음이 재확인되었지만, 아직도 글로벌 통계 작성은 미진한 편이다. 암의 지역적 불균형과 관련된 각국의 지역적 위험요인도 요약 발표됐다.

▲대규모 코호트연구를 통해 규명된 주요 암 위험요인 = 유럽 국가연합에서 수행된 것으로 IARC가 주도한 50만명 규모의 EPIC 코호트연구 결과를 통해 식이요인과의 관련성을 Dr. Elio Riboli가 발표했다. 하버드대학의 Nurses’ Health Cohort 연구결과가 미국을 대표하는 코호트연구로 Dr. Edward Giovannucci가 대장암에 관한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코호트연구로는 필자가 1993년에 시작된 KMCC 코호트연구를 통해 위암의 위험요인으로 짠 음식과 헬리코박터 감염을 보고했고, 미래를 향한 23만명 규모의 KoGES 질병관리본부 코호트와 국가중앙인체자원은행의 현황을 보고해 세계 역학자의 관심을 받았다.

▲맞춤형 미래연구를 위한 환경·유전인자 영향 = 미국국립암연구소의 Dr. Nathaniel Rothman은 방광암 GWAS 연구결과를, 하버드대학의 Dr. David Hunter는 low penetrance gene의 발암예측 가능성을, 서울의대 강대희 학장은 개인형 맞춤예방 연구를 위한 거시적인 제안을, 일본 큐슈대학의 Dr. Keitaro Matsuo는 각종 암발생과 관련된 알코올분해효소 ALDH2 유전자다형성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맞춤형 예방연구 구현을 위해 대규모 컨소시엄과 같은 네트워크 구성이 필요하다는 주제가 다뤄졌다. 유타대학의 Dr. Mia Hashibe는 유타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코호트연구를, 이번 심포지엄의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미국 마운트사이나이 대학의 Dr. Paolo Boffetta는 아시아코호트 컨소시엄의 필요성과 현황을, 그리고 미국 반더빌트 대학의 Dr. Wei Zheng은 유방암과 대장암 연구를 위한 아시아 컨소시엄의 현황을 소개했다.

▲Nakahara 기념연설 = 일본 암연구의 개척자 Dr. Waro Nakahara를 기념하는 수상자 기념연설이 하이라이트였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국제암통계의 대업을 이룬 영국 퀸메리대학의 Dr. Maxwell Parkin이 수상했다. 오랜 기간 동안 IARC에 재직하면서 세계 각국의 암 등록사업을 유도했으며, 현재 전 세계 모든 암 연구자들이 인용하는 국제공인의 암통계(Cancer Incidence in Five Continents, GLOBOCAN)를 생산한 공로가 크다. 이번에 수상기념으로 'Population Attributable Fraction (PAF): Quantifying the Contribution of Cancer-causing Exposures'를 강연했다.

▲암 예방·관리 = 일본 기후대학의 Dr. Chisato Nagata는 유방암 예방을 위한 식이요인 개입연구 현황을, 한국의 신해림 박사는 WPRO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시아 각국의 암 예방, 특히 감염성 질환에 기인한 간암과 자궁경부암 그리고 위암의 예방에 관한 국제현황과 전망을 발표해 갈채를 받았다.
중국 의학연구소의 Dr. You-Lin Qiao는 자궁경부암 조기검진 사업을 통한 예방활동을, 일본 사포로대학의 Dr. Masahiro Asaka는 일본의 위암 정복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대만 의학연구원의 Dr. Chien-Jen Chen은 간염 예방접종을 통한 간암 정복 성공사례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이 심포지엄은 개최 1년 전에 강연자 초청이 완료되고 초록과 제목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초청장 발송이나 프로그램 안내 등 모든 행정사항은 국제우편으로 배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대회에는 예외적으로 20명의 외국연자뿐만 아니라 초청연자가 지정한 국내외 관련 전문가와 일본의 국내 역학자에게 개방돼 질문과 토의에 참여하도록 운영됐다. 초청자는 심포지엄이 개최되는 3일 내내 회의장 내에 머물면서 질문과 토의에 참여토록 하고 있다.


■ 외국학자들이 말하는 한국 암역학
이번 심포지엄이 우리를 되돌아보게 하고 스스로 뿌듯해 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가 많은 참석자들로부터 선망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일본인 지인은 "일본은 암역학분야가 정체돼 있는데 한국은 매우 빠르게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돌이켜보면 이번 심포지엄에서 4가지 연제를 다뤘는데 한국은 네 분야 모두 괄목할 만한 성장과 실적 그리고 경륜을 쌓아가고 있어 부럽다"고 말했다.

이러한 평가를 받게 된 것은 △한국의 암등록통계는 이미 세계 수준을 리드하는 정도까지 된 것은 중앙암등록사업과 전국민건강보험제도 그리고 암관리법과 주민등록번호의 위력 덕분으로 볼 수 있다. 또 △독자적인 연구비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생적으로 시작한 KMCC암코호트 연구를 통해 우리 국민의 천적 1호인 위암의 위험요인을 나름대로 규명했고 그 결과를 암예방전략 수립에 접목시킨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암 연구의 국제화를 위해 아시아코호트 컨소시엄을 주도적으로 출범시킨 것이 유효했다. △국립암센터와 질병관리본부로 하여금 대규모 유전체 코호트연구를 시작하고 국가중앙유전자원은행이 출범하게 되어 맞춤형 암 예방연구의 기틀을 마련한 점과 △1999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국가암조기검진사업 등 국가 차원의 일차예방사업으로 암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는 점 등이 이유가 되는 듯하다.

Princess Takamatsu Cancer Research Fund
1911년에 태어나 22살에 암으로 어머니를 잃은 다카마츠 공주가 “전쟁에서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고 간신히 평화로운 세상이 되더라도 암이 있는 한 암으로 분실된 생명과 가족의 비극은 끝나지 않는다. 암을 박멸하고 싶다”고 호소하면서 시작돼 1968년에 정식 재단으로 설립됐다. 2010년에는 일본 정부의 내각총리대신이 인정하는 정식 공익재단이 됐다. 현재 Prince Hitachi가 총재직을 맡고 있다.

이 재단은 1969년부터 매년 일본인 학자 25명에게 200만엔씩 지원하는 연구조성금, 가장 큰 업적을 낸 일본과학자에게 수여하는 PTCRF 학술상(상금 500만엔), 2007년부터 미국암학회(AACR)에서 PTCRF 기념강연, 재단발행 학술지 ‘Cancer’ 발간사업, 그리고 PTCRF 국제심포지엄(1970년 시작)과 Nakahara 기념 강연상(1977년 시작, 50만엔)을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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