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업체 대표도, U헬스협회장도 모두 "원격의료 반대" 주장










원격의료 입법예고 발표 1달만에 정부가 의료계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가졌다.

의료계,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의료기기업체, U헬스협회, 심지어 원격의료에 찬성해 시범사업까지 참여했던 의사조차 원격의료 입법예고에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대한의사협회는 27일 '원격의료 정책토론회'를 개최했고, 정부를 제외한 의료인, 유관 전문가, 교수, 시민사회단체 등이 "국민의견을 무시한 졸속정책"이라면서 "당장 멈출 것"을 강조했다.

지난달말 보건복지부는 원격의료를 입법예고했고, 이날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의료계가 무엇을 우려하는지 알고 있다"면서 우려점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정책과장은 "일단 현재 만성질환 2000만명 시대며 고령화사회로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밀도 있는 국민 건강관리를 위해 원격의료는 불가피하다"고 견지했다.

원격의료를 통한 건강모니터링으로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고, 의료기기 발전이나 일자리창출도 가능하다면서, "대면진료의 대체제가 아닌 보완제로만 적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계가 '쏠림현상'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이번 입법예고안은 동네의원 중심"이라며 "법안이 국회로 넘어가 논의되면 쏠림현상을 제지할만한 문구가 추가될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하지만 정부를 제외한 모든 유관단체는 고개를 저었다.

우선 의협 서인석 보험이사는 "간략하게 말하면 ICT산업을 살리자고 국민건강을 팔아먹는 행위며, 본질적인 의료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서 이사는 "만약 화상통화로 보기에는 분명 역류성 식도염으로 판단해 약을 처방해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심근경색 등의 환자라고 가정하자"며 "이 경우 의사의 책임으로 해야하는지, 환자 잘못인지, 이런 정책을 추진한 정부 몫인지 불분명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격의료를 허용한다는 것은 원격수사, 원격판결을 허용하는 것과 다름 없고, 이때 정확성과 신뢰도는 제로가 된다"며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으나 국민건강을 잃는 소탐대실이 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노환규 의협회장도 "원격의료 시행 후 예측은 제각기 다르지만, 일단 법을 만들어 허용하면 나쁜 결과가 나와도 되돌릴 수 없다"고 견지했다.

이어 "졸속으로 하지 말고 시범사업을 추가로 더 하고, 신중하게 가야 한다"며 "공무원들끼리 고민하지 말고, 전문가 얘기를 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대논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4년전 정부에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추진할 당시 이에 대해 찬성하면서,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연세미소내과의원 남준식 원장마저 '절대 반대'를 외쳤다.

남 원장은 "원격으로 환자상태를 지속적을 모니터링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대면진료까지 허용하면 합병증, 사망률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직접 시범사업해본 결과 자가혈당측정 거부, 일정 조정의 모호함, 장비 오류, 측정 오류, 기존 프로그램과의 연동 부재 등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며 "원격 대면진료 확대는 절대 안 되며 모니터링으로만 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이익을 예상해 '원격의료'를 찬성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빅5 병원 관계자, 의료기기업체, U헬스협회까지도 '실패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트컴퓨터 전진옥 대표이사는 "의사 등 투자자는 채산성이 나오지 않고, 환자 역시 당장은 편하지만 의료의 질이 문제가 된다"면서 "IT 전문가 입장에서도 이번 입법안은 실속이 없어 구미를 당기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한 "제공자가 반대하는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면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신성장동력, 창조경제 일환이 아닌 '환자에게 양질의 보편적 의료서비스 제공'이란 관점으로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U-헬스협회 김홍진 정책전문위원은 "의사분들이 산업계가 입법안에 관심을 갖고 기대가 큰 줄 알지만 이건 모두 오해"라면서 "관련 업체들은 한국 시장에 관심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한국에서 원격의료를 시행해도 연간 500억원의 이익창출도 어렵고 이마저도 30% 정도만 기기 시장"이라며 "만성질환 관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수조원을 쏟아 붓는 미국을 두고 굳이 위험부담을 안고 한국시장으로 올 일은 없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은 "정부는 원격의료 확대 등을 시행하는 것보다, 의료비 절감을 하려면 우선 만성질환 관리에 대해 정의를 내린 후 이에 대한 보험급여를 인정, 적정수가를 마련하는 것이 먼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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