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긴급 기자회견, 규탄대회도 불사


의료계가 연일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고 나서 연말이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가 12월15일 전국의사대회를 통해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힌데 이어 대한병원협회도 27일 아침 비급여제도관련 긴급대책회의후 가진 긴급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추진중인 선택진료제·상급병실 제도 개편은 병원계와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이라며,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제도개선이 일방적으로 지속될 경우 규탄대회 등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긴급기자회견에는 김윤수 병협회장, 박상근 상급종합병원협의회장, 오병희 국립대의료원장협의회장, 이 철 사립대의료원장협의회장, 김성덕 대한대학병원협회장, 나춘균 병협대변인, 이계융 상근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병협은 성명서를 통해 선택진료제의 직접 이해당사자이자 제도 수행 주체인 병원계와 충분한 의견수렴이 없었다는 점과 재정투입·재원확충에 대한 대안도 없이 일방적으로 병원계에 책임을 전가해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원망의 목소리를 높였다.

성명서에 따르면 현재 병원계는 대형병원과 중소병원을 가릴 것없이 피나는 자구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으나 지속된 저수가정책으로 생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많은 병원들이 도산의 위기에 놓여있다.

병협은 이러한 위기는 보건의료 핵심 공급측의 붕괴, 값싸고 품질좋은 의료서비스가 중단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의료시스템 붕괴로 인해 결과적으로 국민건강권을 침해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대학병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급종합병원도 병원경영 악화가 아닌 존폐의 문제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병협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2011년 의료수익이 전년대비 36.5%급감했으며, 순이익도 126.8% 줄었다. 42개 상급종합병원중 23개 병원이 적자, 13개 병원은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다.

박상근 회장은 "개인적으로 봉급 25%가 줄었다"고 말문을 연 뒤 '뇌수종 수술'을 예로 들어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과거 비누로 손을 씻고, 빨래한 소독포를 입고 수술했는데 지금은 1회용 수술복에 거즈의 질이나 수술용 실 등이 모두 바뀌었고, 정확한 수술을 위해 네비게이션도 사용해 6시간 수술을 했는데 비용은 450만원이었다"며, 결국 병원을 유지하기 위해선 과거로 회귀할 수밖에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어 "나무를 심으면 정부는 햇빛과 비료를 주는 역할을 해야 잘 자랄 수 있는데 오히려 의료계 쥐어짜기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춘균 대변인도 "경증환자 원외약국 약제비 본인부담률 차등제, 병원이용 환자 동네의원 유도 정책, 영상장비 수가 재인하, 포괄수가제 확대, 카드수수료 인상, 초음파 급여화, 4대 중증질환 보장성 확대, 상급병실료·선택진료제 개선 추진 등으로 병원계가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있다"며,이젠 규제책보다 지원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성명서에는 잘못된 정책 추진에 따른 결과에 대해 정부와 정책 추진 당사자들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명서
하나, 정부는 최우선적으로 국민의 건강권과 환자안전 확보를 위하여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하여야 한다.
하나, 정부는 현재 제시된 '선택진료제 및 상급병실 제도개편 방안'을 즉각 철회하고, 논의기구를 재구성하여 원점에서 논의하여야 한다.
하나, 정부는 제도개편에 필요한 추가적인 건강보험 재정규모와 이에 따른 재원 확보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야 한다.
하나, 정부는 3대 비급여 제도 개편에 따른 국민의 부담 증가에 대하여 진실을 알리고, 소비자·공급자·정부간의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내야 한다.
하나, 정부는 선택진료 및 상급병실 제도 개편에 따른 대형병원 이용 집중심화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여야 한다.
하나, 정부는 원가에 못미치는 건강보험급여수가를 우선 보전한 후 3대 비급여 제도개편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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