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A·ACC·TOS 비만 관리 가이드라인 발표

AHA·ACC·TOS 비만 관리 가이드라인 발표

비만은 전세계적으로 만성질환의 주요 요인이자 공중보건 개선을 위한 주요 의제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또 다수 연구를 통해 고혈압과 당뇨병,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수면무호흡증, 호흡기 문제, 조기 사망 등의 위험을 높이며 의료비용을 증가시키는 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009년 Finkelstein EA 보고에 따르면 비만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입원료가 46%, 외래 방문 비용 27%, 약물 처방액 80% 더 많이 든다. 비만으로 인한 전반적인 의료비용은 미국에서만 2008년 기준 1년에 1470억 달러(한화 약 156조260억원) 가량이다.

지난 몇 년간 일부 지역에서 비만 유병률의 증가세가 주춤하는 경향이 보고되고 있지만 특정 인종·민족과 저소득층, 저학력층에서는 여전히 유병률이 높은 상태로 관리가 필요하다. 이 가운데 미국심장협회(AHA)와 미국심장학회(ACC), 비만학회(TOS)가 최근 '성인 과체중 및 비만 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표, 비만 치료와 심혈관 질환 예방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조금만 감량해도 의미 있어

이번 가이드라인은 1998년 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에서 발표한 임상지침의 개정판에 가까운데, 15년간의 공백을 반영하듯 치료 알고리듬과 함께 세부적인 부분에서 변화가 엿보였다.

세 학회는 우선 체질량지수(BMI)에 기반한 비만 평가를 그대로 유지하되 체중 감소가 필요한 환자군의 범위를 확대했다. 이전 지침에서는 BMI가 25~29.9㎏/㎡일 때 과체중, 30㎏/㎡일때 비만으로 규정하고, 치료 대상군은 비만이거나 과체중이면서 동반질환이 2개 이상인 환자군으로 했다. 그러나 개정판에서는 동반질환이 1개라도 있으면 과체중 환자라도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더불어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는 1년에 1회 이상 허리둘레를 측정하도록 했다. 허리 둘레 제한은 남성 40인치(101.6㎝), 여성 35인치(88.9㎝)로 하고 특정 민족에서는 이보다 더 낮은 기준을 적용토록 권했다. 예를 들어 한국인의 경우 대한비만학회에서는 BMI 25㎏/㎡, 허리둘레 남성 90㎝·여성 85㎝ 이상일 때 비만으로 보고 있다.

일단 환자가 비만으로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가이드라인 제정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루이지애나주립대학 Donna Ryan 교수는 "의사들은 항상 환자가 조금만 체중을 감소해도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건강 개선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대다수 연구에서 체중 감소 목표를 기저 체중의 5~10%로 제시하고 있지만 2~5%만 줄여도 임상적 혜택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기저체중의 3~5%만큼 감량했을 때 중성지방과 혈당, 당화혈색소(A1C),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 등을 유의하게 줄일 수 있고, 그 이상 더 많이 감량했을 땐 혈압과 LDL-콜레스테롤, HDL-콜레스테롤, 지질 등의 관리에 도움되며 혈당과 중성지방을 더욱 많이 줄일 수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체중 감량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생활습관 관리가 필요한데 그 중 한 방법으로 식이제한이 가능하다. 개개인의 체중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여성은 하루 1200~1500㎉, 남성은 1500~1800㎉로 제한할 수 있다. 하루 500~750㎉ 정도 줄이거나 고탄수화물식, 고지방식과 같은 특정 음식에 대한 섭취를 제한해 전체 에너지 섭취량을 줄일 수도 있다.

단 하루에 800㎉ 미만으로 제한하는 초저칼로리식은 잠재적 합병증 위험이 높거나 급격한 체중 감량이 필요할 때 등 특정 상황에서 의사 교육과 모니터링 하에 시행할 수는 있지만 권고 수준은 높게 매기지 않았다.

‘조언’보다 전문가 ‘도움’ 필요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주안점을 둔 것은 '환자들이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서는 도움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Ryan 교수는 "환자들에게 단지 체중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의사의 조언을 듣고 성공적으로 감량하는 환자도 있겠지만 대부분 그렇지 못하며, 이들은 정말로 전문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체중 감량을 위한 정석(gold standard)으로 적어도 1년 이상 운동량은 늘리면서 칼로리 섭취량은 줄이고, 감소된 체중을 유지하는 그룹 또는 개인별 종합적인 행동요법 세션 참가를 꼽았다. 감소된 체중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대면 접촉으로 체중과 식이 상태를 체크하고, 주당 200~300분 고강도 신체활동에 꾸준히 참석할 수 있도록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사람의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

Ryan 교수는 "장기간 종합적인 프로그램으로 5~10% 정도 감량 혜택을 볼 수 있는데 이런 서비스 제공이 어려울 땐 웹 기반, 또는 전화상, 일부 상업적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BMI가 35㎏/㎡ 이상이면서 동반 질환이 1개 이상 있거나 BMI가 40㎏/㎡ 이상이면서 행동 치료, 약물 치료로 효과가 충분하지 않은 환자에서는 배리아트릭 수술이 권고됐다. 수술 종류는 환자의 연령이나 비만 중증도, BMI, 동반질환의 종류 등의 환자 요인과 위험 요인이나 장·단기 합병증, 심리사회적 요인 등 서비스 제공자 요인에 따라 결정할 수 있으며, BMI 35㎏/㎡ 미만에서는 아직 수술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다만 약물치료에 대한 권고문은 따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현재 비만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약물은 올리스타트 뿐인데, 근거 부족으로 전문가 의견에 기반해 치료 알고리듬에 포함시키기만 했다.

알고리듬에서는 종합적인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는 체중 감량이 어려울 때 약물치료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그 기준은 BMI가 30㎏/㎡ 이상이거나 27㎏/㎡ 이상이면서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다. FDA 허가를 받은 약물을 사용하되 초치료는 12주간 시행하며, 이 때 체중이 감소하고 있는지 반드시 평가해야 한다.

Ryan 교수는 "12주째 평가에서 약물 치료 효과가 없다면 꼭 중단해야 한다"면서 "내년 중 미국에서 비만 치료제가 적어도 2개 더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약물 치료 권고는 향후 가이드라인을 통해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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