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억원 상당 의료기기업체 리베이트 수수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업체직원, 의사 등 총 17명을 대상으로 32억 7700만 원 상당 추징을 선고했다.

대구지검 서부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박흥준)는 7월∼11월경까지 4개월간 의료기기 납품대가로 A메디칼 매출에 따라 매월 정산을 해 현금을 수수한 정황의 리베이트 수사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이는 피고인이 등이 수술에 사용한 인공관절 개수 또는 척추 관련 의료기기 매출액에 비례, 채택 대가로 현금 1200만 원∼12억 8000만 원을 수수한 사례다.

검찰은 총 49명 인지(32개 병원)했으며, 12명 구속기소(의사 9명), 35명 불구속기소, 2명 기소중지 등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사건 수사 초기 기소 사건은 현재까지 1심에서 3명은 실형, 7명은 집행유예, 9명은 벌금형이 선고됐고, 28명은 1심 재판계속 중에 있다.

의료법 제23조의 2는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자 및 의료기관 종사자는 의료기기 제조업자, 의료기기 수입업자, 의료기기 판매업자 또는 임대업자로부터 의료기기 채택·사용유도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경제적 이익 등을 받아서는 아니 된다'라고 리베이트 쌍벌제를 규정하고,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A메디칼 직원들은 의사들에게 "A메디칼에서 취급하는 의료기기를 사용하면 매출에 따라 매월 정산을 하여 현금을 주겠다"는 취지로 제안하고, 의료기기 채택대가로 총 78억 원 상당을 지급했다. 이는 배임증재, 의료기기법 위반에 해당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A메디칼 영업본부장은 의사들에게 인공관절(TKR)의 경우 개당 40만 원∼70만 원, 척추수술용 접착물질(RACZ) 개당 22만 원∼55만원, 나사못 등 척추 관련 의료기기(Spine) 총 매출액의 20%∼40%의 리베이트를 지급하기로 약정했다.

의사들은 매달 사용한 의료기기의 개수 또는 매출에 따라 정해진 리베이트를 다음 달 중순경 의료기기 업체 담당자들로부터 병원 집무실 등지에서 은밀하게 현금으로 수수했다. 의사들이 병원을 개원하는 등 목돈이 필요한 경우에는 의료기기 업체 담당자들에게 리베이트를 선지급해 줄 것을 요청해 선지급 리베이트로 거액을 수수하고, 사용한 의료기기의 개수 또는 매출만큼 선지급된 리베이트에서 차감, 정산해 나가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A메디칼은 세무조사를 피하기 위해 회사 직원들을 대표이사로 등재시키고 설립 및 폐업이 예정된 B메디칼, C메디칼 등 수십여 개의 페이퍼컴퍼니(Paper Company)를 만들어 의료기기 판매업체로 전면에 내세웠다.

이들은 판매업체 통장과 대표이사 인감 등을 이용해 상품권을 다량 구입한 후 할인받아 현금화하는 방법으로 리베이트 자금을 조성했다. 거액의 상품권 구입 등 의심 거래내역이 포착되기 전에 판매업체를 폐업시키고 새로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는 방식을 은밀히 반복, 장기간 수사기관에 노출되지 않고 범행을 계속했다.

또한 A메디칼은 전국 지사에서 리베이트 자금을 요청하면 대표이사가 결재한 후 위와 같이 조성한 리베이트용 현금을 각 지사장에게 전달했고, 각 지사장은 전달받은 현금을 각 지사 금고에 보관했다.

전국 지사에서는 매달 의사별 납품실적을 계산해 영업직원이 직접 병원에 찾아가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전달하고, A메디칼 본사에 리베이트 전달 상황을 순차 보고했다. A메디칼과 의사들은 선지급 리베이트를 받은 경우 독점공급계약 체결 또는 차용금으로 가장하기 위해 독점공급계약서, 현금보관증, 차용증서 등을 작성했다.

또한 A메디칼은 의사들에게 지급하는 돈이 리베이트가 아니라 연구비로 지급된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의사들에게 지급하는 돈의 내역을 'CASE연구비 지급내역'이라는 문서로 작성·보관해 왔다.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가 병원장인 경우에는 소속 의사들에게 A메디칼의 제품을 사용하도록 지시 또는 권장하고, 소속 의사들이 A메디칼의 제품을 사용하면 영업직원으로 하여금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직접 지급하게 하거나 자신이 직접 의사들에게 인센티브 형식으로 돈을 줬다.

상당수 의사들은 리베이트를 수수한 후 유흥비, 외제차 구입비, 해외여행 경비, 생활비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으나, 일부 의사들은 병원 운영비로 사용했다. 또한 '의료기기를 사용해 주니 당연히 받을 수 있는 돈'이라고 생각하는 등 죄의식도 희박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일부 의사들의 경우에는 병원 개원시 거액의 선지급 리베이트를 요구해 수억원을 수령한 후, 실제로는 A메디칼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돈도 돌려주지 않거나 병원이 파산해 돈을 갚지 않고 도주하는 경우도 있었다. A메디칼에서는 리베이트 적발이 두려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기도 했다.

대구지검은 "보건복지부 등 정부 당국에서 리베이트 쌍벌제를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음에도, 일부 의사들은 리베이트 지급이 은밀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을 이용해 매년 수억 원의 리베이트를 수수하고 있었다"며 "리베이트 수수 범행은 저가로 구입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고가에 구입해 그 부담을 환자들에게 전가한 후 차액을 의료기기업체로부터 돌려받는 것인 만큼,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밝혔다.

복수 의료기관 개설 첫 검찰 적발사례

또한 검찰은 복수 의료기관 개설도 문제삼았다. 의료법 개정 이후 검찰 수사 첫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의료법 제33조 제8항은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고 복수 의료기관 개설·운영 금지를 규정하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최근 일부 의료인들이 복수 의료기관을 운영하면서 의료업의 공적 기능 보다는 영리를 추구함으로써 과잉진료, 광고비 등으로 인한 의료비 상승과 같은 폐해가 발생, 정부에서는 의료법 개정으로 처벌을 강화했다.

그러나 일부 원장은 의료법 개정 이후에도 여전히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복수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했다. 수개의 병원을 직접 운영하면서 매출 등을 직접 관리했으며, 복수의 병원들을 관리하기 위해 별도의 법인을 설립한 정황이 이번 수사로 드러났다.

최종적으로 검찰은 배임수재 범행에 대해 총 17명, 32억 7700만원 상당을 추징보전하는 등 범죄수익환수 조치로 범죄를 조장하는 경제적 요인을 박탈했으며, 적발된 의사 등 총 55명(38개 병원)을 보건복지부에 통보해 의사면허 취소, 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취하도록 조치했다. 이번 조치는 대구, 구미, 안동, 포항 등의 사례이고 서울, 경기 등의 조사결과도 추후 발표된다.

대구지검은 "리베이트 수수와 관련된 의료행위에 대해 지급된 보험급여를 환수하는 등 행정적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행법상 배임수재죄의 경우에는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보전이 가능하나 의료법위반죄의 경우에는 추징보전이 불가능하므로, 의료법위반죄에 대해서도 추징보전이 가능하도록 관련 법령의 개정이 필요하다"며 "리베이트 수수 행태의 근절을 위한 의료계의 자정 노력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고, 정부 당국의 지속적인 지도 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