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천향대병원 소화기내과 조주영 교수

“역류성 식도염의 경우 서양인에 비해 우리나라 환자들의 중증도가 낮다는 것이 특징이다. 환자의 중증도와 여타 임상특성을 고려해 전략을 수립한다면, 현재 사용 가능한 약물로 위장관질환의 충분한 치료가 가능하다. 더불어 약물 유지요법과 H. pylori 제균을 비롯해 식생활습관 등 위장관질환의 위험인자들을 제거하는 것도 재발률을 낮춘다는 측면에서 치료의 중요한 요인이다.”

위식도역류질환, 위·십이지장궤양 등의 위장관질환은 환자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손상시키지만 현대의학의 기술로 충분한 증상개선, 즉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순천향의대 조주영 교수(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소화기내과)는 이 점을 강조하며 환자의 중증도와 임상특성을 고려해 약물치료 전략을 수립하도록 주문했다. 프로톤펌프억제제(PPI), 히스타민수용체길항제(H2RA), 제산제 등의 임상근거와 경험이 잘 갖춰져 있는 만큼, 이를 토대로 급성·중증·경증 증상에 따라 약물을 선택해 치료율을 높이고 재발률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조주영 교수는 이와 같은 위장관질환 치료에 있어 1·2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강조했다.

- 위장관질환의 이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위장관질환을 하나의 대제목이라고 한다면, 이하 악성 및 양성 위장관질환과 같이 소제목으로 나눌 수 있다. 악성 위장관질환은 위암, 식도암, 위장관기저종양(GIST), 대장암 등 생명과 직결되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양성 위장관질환이라 하면 위염, 식도염, 위·십이지장궤양, 과민성장증후군 등 환자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병태로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 우리나라의 위장관질환 실태는 어떠한가?
소화성 궤양이나 역류성 식도염 등으로 대변되는 양성 위장관질환(이하 위장관질환)은 우리나라에서도 과거부터 많은 환자들이 고통을 겪어 왔으나, 최근 서구화된 식생활습관과 국민의 삶의 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위장관질환의 대표적인 병태가 소화성 궤양인데, 과거부터 많은 환자들이 있었다. 최근에는 국민의 식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역류성 식도염이 늘고 있다. 역류성 식도염의 경우는 서양인에 비해 합병증 위험이나 중증도가 낮다는 것이 특징이다. 서양의 경우 역류성 식도염으로 인한 산의 과도한 자극으로 식도가 좁아지는 협착이 오거나 출혈 등 때문에 외과적 수술까지 가는 사례도 많다. 한국인 환자들에서 역류성 식도염으로 인한 합병증이 오는 경우는 드물다.

- 이러한 유병특성의 환자들에서 약물치료의 기대효과는?
역류성 식도염 등의 위장관질환에 사용되는 약물요법은 다양하지는 않다. 그 만큼 현재 활용 가능한 약물들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신과 또는 신경과적 요인들이 복합된 환자들, 즉 난치성 위장관질환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병태가 약물을 통해 치료 가능하다. 하지만 위장관질환의 가장 큰 특징은 비특이적인 증상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증상의 특징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모든 약물들이 치료에 다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여러 다양한 원인을 찾아 이에 따르는 동반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또한 역류성 식도염 등을 오랫 동안 방치하면 산의 자극으로 인해 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기 때문에 초기부터의 적극적인 치료와 정기적인 내시경검사 등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 약물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증상이 있으면, 이를 개선할 목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기본이다. 기능적 또는 기질적 질환이냐에 따라서 치료의 목적도 달라질 수 있다. 위·십이지장궤양과 같은 질환은 약물치료를 통해 완치(치유)가 가능하며, 위험인자를 제거함으로써 재발률도 낮출 수 있다. 역류성 식도염과 같은 경우는 증상완화가 1차적 목표이고, 2차적으로 산 억제를 통해 위·식도 접합부의 자극을 줄여 암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여기에 H. pylori 제균이나 알코올·커피·니코틴 등을 조절하는 식생활습관 개선 등 위험인자들을 억제시켜 재발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처럼 약물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위암 등의 발병률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내시경검사를 정기적으로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 어떤 약물들이 치료에 적용되며, 약물선택은 어떻게 이뤄지나?
프로톤펌프억제제(PPI), 히스타민수용체길항제(H2RA), 제산제가 대표적이다. 제산제는 산을 중화시키고, 나머지 두 약물은 산의 분비를 억제하는 기전이다.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약물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PPI는 증상이 심한 중증 환자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약제다. H2RA는 작용 시작 시간이 빠르며,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증 환자에서 효과적이다. 현재 주로 사용되고 있는 H2RA 제제들은 산 억제효과가 기존보다 우수하고, 합병증이나 부작용 위험도 낮다. 제산제는 급성 증상의 개선에 빠른 효과를 나타낸다.

우리나라 역류성 식도염 환자들은 중증도가 낮기 때문에 이들 약물을 통해 전반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우리나라 환자들의 중증도를 고려할 때 처음부터 약을 강하게 쓸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환자의 임상특성이 고려돼야 한다. 1·2차 의료기관에서 더욱 그렇다. 증상이 심하면 PPI 제제를 먼저 쓰고 후에 H2RA로 전환할 수도 있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처음에는 H2RA를 적용하고, 치료가 힘들면 PPI로 전환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해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정밀검사를 통해 다시 진단을 해봐야 한다. 다른 원인들을 찾아내 이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 위장관질환 치료에 있어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은?
역류성 식도염 등은 1·2차 의료기관에서 1차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다. 2차적으로 합병증이 오거나 암 발생의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 즉 중증인 경우에는 3차기관을 찾아야 하겠지만 우리나라 환자들의 중증도와 현재의 약물효과를 볼 때 1·2차기관에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환자의 중증도와 증상의 특성을 고려해 진료한다면, 현재 사용 가능한 약물들을 통해 웬만한 위장관질환들은 거의 다 치료할 수 있다. 약물치료와 관련해서는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근거가 있는 약제를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장관질환이 비특이적인 증상을 특징으로 하지만, 경증의 환자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근거 중심으로 약물을 적용하면 좋은 치료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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