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HIRA(심평원) 교육을 받았을 땐 분명 CT, PET은 물론 MRI도 방사선이 피폭된다고 들었거든요?” 진료비를 심사하고 의료의 질을 평가하는 의료계 전문가 집단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이같은 이색적(?)인 대답으로 눈길을 끌었다.

얼마 전 다녀온 심평원-소비자워크숍에서 소비자들의 의견을 담은 문서에는 '소비자들도 현지조사를 따라 가고 싶다' '과잉진료를 현장에서 막을 수 있는 대처법을 알려달라' 'DUR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해달라' 등 많은 요구들이 담겨있다.

이러한 주문사항은 물론 그 아래 심평원 실부장급들이 정성스레 답변을 작성해놨다. 대부분 '소비자 측에서 보건복지부에 건의해라' '검토해보겠다' '시행하면 좋을 것 같다' 등 형식적인 답변이 주를 이뤘다. 그런데 'MRI의 경우 방사선 피폭량이 높다는 것을 홍보해 소비자 스스로 MRI 재촬영을 거부하는 방법을 사용해보는 게 좋겠다'라는 답변도 있어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의학적 지식이 부족한 기자가 보기에도 수긍이 가질 않았다. 그래서 심평원에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A부장에 확인해보니 “HIRA 교육 때 다 배운거다. MRI 피폭량이 제일 많다”라면서 “그 답변 누가 작성했는지 참 좋은 방법같다. 소비자들이 알아서 CT, PET, MRI 재촬영을 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쩔 수 없이 코멘트 그대로 써야했다. 결국 기사에 심평원 답변 처리로 'MRI가 피폭된다'는 내용을 담아냈다. 다음날 심평원 B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B부장은 간호사 출신이고 영상기기에 빠삭하신 분이다.

그러나 B부장은 다른 얘기만했고 '잘 모른다'면서 C차장에게 전화를 돌려줬다. C차장은 수십분 동안 근거문헌을 찾아 답변을 줬다.

결국 심평원측의 마지막 대답은 “책을 찾아보니깐 MRI가 피폭이 없는 점이 가장 큰 이점인 영상촬영기기라고 돼 있네요. 그 답변 누가 썼는지 잘못 썼네요”였다.

황당하고도 씁쓸한 'MRI 방사선'해프닝이었다.

하지만 의사들은 여간 찝찝한 기분을 감출 수 없는 모양새였다.

D영상의학과 개원의는 “가장 기본적인 지식조차 습득하지 못한 사람들이 그간 전문성을 바탕으로 심사하고, 진료비 삭감도 하고, 잘 하라고 충고까지 서슴지 않았던 심평원 직원임을 깨닫고 나니 뭔가 속은 느낌”이라면서 “앞으로도 그런 사람들이 의사들의 진료에 감놔라배놔라할 것을 생각하니 치가 떨린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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